오는 22일 하오 5시부터(ABC-TV 중계) 할리웃의 코닥극장에서 열리는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느 작품과 배우가 상을 타느냐는 것만큼이나 큰 관심사가 시상식 쇼 자체다.
아카데미는 지난해에 시상식이 사상 최저의 TV 시청률을 기록한 것에 자극을 받아 올 쇼는 과거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획기적인 쇼가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시상식에 대한 제반사항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가운데 미디어에 유출된 정보를 종합하면 이번 쇼는 격식에 치우친 예년의 쇼와 달리 보다 느슨하고 즉흥적인 파티 분위기를 갖추게 될 것 같다.
쇼의 총제작자들인 빌 콘돈과 로렌스 마크(둘은 ‘드림걸스’의 제작자)에 따르면 이번 시상식은 오스카 초창기처럼 나이트클럽 분위기의 아기자기한 쇼가 될 것이라고. 그래서 무대장치도 이에 맞게 바뀌고 또 오케스트라도 무대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거와 달리 시상자들을 쇼 시작하기 전의 레드 카펫 행사에서 제외시켰다. 이들이 어떤 의상과 보석으로 치장을 했는가 알고 싶으면 TV를 보라는 것이다. 이번 시상식의 주제는 영화제작. 이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과거 영화 클립 위주의 진행방식에서 벗어나 라이브 연기에 크게 의존할 예정이다.
쇼의 사회도 과거 코미디언 위주였던 것을 올해는 배우로 춤과 노래에도 능한 휴 잭맨(‘X-멘’ ‘호주’)으로 선정했다. 잭맨은 토니상 진행으로 에미상을 탄 만능 재주꾼이다. 또 무대 디자인도 오스카 사상 최초로 건축가인 데이빗 락웰에게 맡겼다.
코닥극장을 디자인한 락웰은 ‘헤어스프레이’와 ‘로키 호러 쇼’ 등 브로드웨이 쇼의 세트를 디자인 했는데 9만2,000개의 스와로브스키 수정 커튼으로 장식될 무대와 쇼의 색깔은 과거의 빨간색 대신 짙푸른 색이 된다. 이와 함께 좌석 배치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리고 고든과 로렌스는 쇼를 반드시 3시간 안으로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깜짝 쇼가 예상되는 오스카 쇼와는 달리 올 시상식은 막상 각 부문 최종 승자에 있어서는 이미 결정이 난 상태라고 해도 좋겠다.
이미 온갖 상이란 상은 독식하다시피 한 대니 보일 감독의 ‘슬럼독 백만장자’(Slumdog Millionaire·사진)가 연기상을 제외한 주요 상을 휩쓸 것으로 보인다. 인도 뭄바이 달동네 고아 형제의 파란만장한 성장기와 순애보를 게임쇼의 틀에 담아 얘기한 이 영화는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성공한 데다가 ‘록키’처럼 언더독 얘기를 밀어주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성향 때문에 작품, 감독, 각색 등은 물론이요 음악과 편집상도 탈 것 같다.
남자 주연상은 ‘밀크’(Milk)에서 미 역사상 최초로 게이로서 공직에 당선됐다가 암살당한 샌프란시스코시 수퍼바이저 하비 밀크 역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시킨 션 펜과 ‘레슬러’(The Wrestler)에서 한물 간 레슬러로 나와 연민의 감을 일으키게 하는 연기를 한 미키 로크의 대결.
‘레슬러’는 1980년대 스타였던 로크가 권투와 약물과 술로 할리웃에서 퇴출당했다가 오래간만에 돌아온 영화여서 그에게 일종의 동정표가 기대되기도 하나 압도적인 연기를 한 펜이 로크에 대한 장려상 식의 지지를 누르고 두 번째로 주연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자 조연상은 ‘암흑의 기사’(The Dark Knight)에서 조커 역을 귀신처럼 해낸 히스 레저가 탄다. 레저의 수상은 이 영화에서의 연기만이 아니라 요절한 그의 연기 업적 전체에 대한 사후 인정이라는 뜻을 지녔다.
이번 시상에서 가장 점치기 어려운 부문이 여자 주연과 조연상 부문. 최종 승자는 ‘의심’(Doubt)에서 완고한 수녀로 나온 메릴 스트립(총 15번 수상 후보에 올라 2번 수상)과 ‘책 읽어 주는 사람’(The Reader)에서 나치시대의 어두운 과거를 지닌 채 아들뻘의 고등학생과 뜨거운 관계를 맺는 여인 한나로 나온 케이트 윈슬렛(이번으로 6번째 수상 후보) 중에서 나올 것이다. 가슴 아프도록 절실하게 한나 역을 연기한 윈슬렛이 약간 우세하다.
여자 조연상을 놓고는 우디 알렌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Vicky Christina Barcelona)에서 광적으로 질투가 심한 불덩어리 스페인 여인 역을 한 페넬로피 크루스와 ‘의심’에서 불우한 학부모로 나온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겨루고 있다. 데이비스는 너무 역이 너무 짧은데다가 연극배우여서 착실히 할리웃에서 기반을 닦아오면서 탐 크루즈의 애인이요 섹스 심벌이라는 이미지를 거둬낸 크루스가 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만화영화상은 ‘왈-리’(Wall-E)가 기록영화상은 뉴욕의 트윈타워 사이에 쇠줄을 맨 뒤 그 위를 걸어서 건넌 사람에 관한 ‘쇠 줄 위의 남자’(Man on Wire)가 탄다. 그리고 외국어 영화상은 프랑스 영화 ‘클래스’(The Class)와 이스라엘 만화 기록영화 ‘바쉬르와 월츠를’(Waltz with Bashir)이 서로 노리고 있는데 ‘클래스’가 다소 우세하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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