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스스로 성취하도록 도움
자녀 특성 이해하는 인내 필요
요즘 갑자기 교육상담을 원하는 가족이 늘고 있다. 그만큼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풍토가 뿌리내리는 것 같아 흐뭇하다.
필자는 교육상담을 진행할 때 부모의 생각을 듣는 것만큼 학생과 대화를 같이 진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비록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진 못하지만, 차분차분 준비된 질문을 던져본다. 콩글리시에 익숙한 아이들인지라, 나의 발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아이는 거의 없어 다행이다.
그 아이가 하일리 기프트드 프로그램에 속하였든, 레귤러 프로그램에 속하였던 대부분의 질문은 유사하다. 이것저것 학생이 자신있게 말할 만한 내용을 물어보며 편안하게 한 뒤 본격적으로 질문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주중에는 무엇을 제일 먼저 하니?’라는 게 본론의 시작이다. 크게 세 가지로 답변이 나뉜다.
집에 바로 오든, 애프터 스쿨로 옮겨 가든 숙제를 먼저 마치는 경우가 하나이다. 또 다른 학생들은 학교나 애프터 스쿨에서 친구들하고 시간을 보내다 저녁식사 뒤 숙제를 마치는 경우이다. 그리고 일부 학생은 학교를 마치고 바로 집에 와서도 숙제를 미루다가 저녁식사가 끝나서야 비로소 숙제를 시작하는 경우이다.
숙제는 학생들을 특별히 길러주기 위하여 고안된 제도는 아니다. 학교에서 그날 그날 배운 것을 집에서 익히도록 만들어낸 보완책이다.
능력있는 학생이라면, 빨리 숙제를 끝내고 자신이 필요한 또 바라는 별도의 시간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운동이어도 좋고, 악기 연주도 좋으며, 수학 문제를 풀어 보는 것도 좋다. 어떤 학생은 매일 특정 스포츠에 두세 시간씩 투자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학생은 수학이 좋아 매일 수세 시간씩 문제를 풀기도 한다.
개인의 성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아이는 숙제를 얼른 마치고 간단히 휴식을 취한 뒤 학교 진도와 관계없는 수학을 한 시간 정도 공부한다. 이어 그 주에 배운 연주곡을 사오십 분 정도 연습한다.
가족이 다 모이면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그날 있었던 일들을 부모와 이야기를 나눈다. 차마 친구들에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으며 부모의 조언을 듣는다. 식사를 마친 뒤 아빠와 함께 공원에 나가 다른 아이들과 농구연습을 한 뒤 집에 돌아와 자기 전 읽고 싶은 책을 읽다가 잠자리에 든다.
주말이야말로 아이들이 추구하고 싶은 세계를 맘껏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다.
토요일에도 일해야만 하는 부부의 경우, 주말학교야 말로 탁아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아침부터 세 시간 이상 진행하는 한글학교야 말로 비용도 저렴하고 명분도 충분하니, 한인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의 하나이라는 게 이해된다. 문제는 아이들 생각이다.
한인 학생이 한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명제를 거역할 수 있는 한인 부모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학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강의실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토요일에도 또 강의를 들어야 한다. 별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한글공부를 어려서부터 꼭 해야 한다는 것은 부모의 생각일 뿐이다.
주말에는 무언가 활동적인 프로그램이 좋다. 아이들이 마음껏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이면 더욱 좋다. 우리 아이들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자라고 있다. 물론 엄마에게 소중하지 않은 자녀는 없겠지만, 그 소중한 아이들이 다른 소중한 아이들을 이해하고 위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는 데는 별도의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단체운동이 그래서 좋다. 자기 혼자 골을 넣고 싶다고 골이 넣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골을 넣는 위치에 포진하고, 누군가는 방어를 책임지어야 하나의 팀이 굴러간다. 우리 아이가 골을 넣으면 좋겠지만, 우리 아이가 속한 팀이 골을 넣으면 즐거워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사회이다.
개인 운동을 하다보면, 하기 싫은 날도 있고 집안 일도 생겨 빠지기 쉽다. 그러다 보면 언제든 그만 둘 소지가 있다. 물론 개인 운동이 늘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김연아나 박태환이 어려서부터 개인 연습을 즐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개인 종목은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게 된다.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남을 이기려는 마음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남과 함께 가려는 마음보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가끔 한 시간 이상 시합을 위해 이동을 하며 집에 돌아와도, 여전히 우리 아이에게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악기 연주를 배우러 다닐 수도 있고, 그림을 배우러 다닐 수도 있다.
주말에는 전자 게임이나 컴퓨터 게임을 허락하는 집안이 적지 않다. 토요일 아침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아이가 집에 붙어 있는 시간 내내 컴퓨터나 게임기를 붙잡고 있어도 방임하는 부모도 있다. 일주일 내내 열심히 살다 주말에 오직 게임만 생각하며 사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남다른 아이란 하일리 기프트드 프로그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뛰어난 지적 능력이 잠재한 아이라도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는다면, 현상적으로 범재와 다를 게 없다.
이는 엄마의 의지나 욕심으로 채워지는 게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격려해 주는 게 좋다. 공부 잘한다는 아이를 둔 학부모에게 그 집 아이는 어떻게 키웠는지 묻는 것도 좋은 학부모가 되는 데 도움은 되겠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그 집 아이도 성향이나 강점이 다를 수 있으니, 그 집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옳지 않을 수 있다.
아이가 스스로 깨달을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고 단정하지 말고,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에서 한 발짝씩 움직여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알렉스 정 <윌셔 아카데미 원장)> (213) 500-9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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