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막스 플레이스 중심, 2~3년새 한식당 5곳 늘어
하우스톤 스트릿, 남쪽 소호상권, 월가 사태로 급격 위축
소호와 빌리지 한인 상권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이스트 빌리지는 세인트막스 플레이스(St. Marks Place)를 중심으로 제2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며 급격히 한인 상권이 확대되고 있다.
이스트 빌리지의 가장 오래된 한인 식당 중 하나인 ‘전라도’의 황지윤 사장은 세인트막스 플레이스 상권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고 표현했다.
이스트 빌리지의 관문인 세인트막스와 4 애비뉴를 중심으로 최근 몇 년사이 식당과 술집, 스파, 네일 살롱의 수가 크게 늘었고 터줏대감이었던 킴스비디오가 자리를 이전한 대신 4층 건물에 한인 운영의 노래방, 식당, 연회장 등이 들어서며 오히려 지역 한인상권이 크게 번창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이스트빌리지는 분명히 맨하탄에서 제2의 한인 타운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세인트막스를 벗어난 지역에까지 더 많은 업소가 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과 몇 년전 ‘또순이’ 한곳에 불과하던 이 근방 한식당은 최근 2~3년 사이 7곳 이상으로 크게 늘었고 프로즌 요구르트, 치킨, 포장마차 등이 속속 들어섰다. 한국 식품들을 판매하는 대형 슈퍼마켓 엠투엠 맞은편에는 한인 스파와 뷰티살롱이 1년 사이로 나란히 생겼다. 반주, 가마, 보카보카 등 오픈할 때마다 화제가 됐던 이 지역 식당의 업주들과 매니저들은 한결같이 “ 최근 경기가 안 좋긴 하지만 주류 언론에도 소개되고 고정 손님이 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5월 오픈한 BBQ의 구영훈 과장은 “아직은 셋업하는 단계지만 애초 기대대로 이 지역을 주로 찾는 젊은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구 과장은 “전문 한식당과 식사와 술을 겸하는 포장마차가 인근에 있고 한국식 노래방이 또 바로 맞은편에 있다. 예정대로 한국식 가라오케와 식당이 옆 건물에 들어선다면 그야말로 1,2차와 노래방이 원스톱으로 해결되는 32가식 상권이 형성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SB갤러리를 운영하며 지역 문화, 예술인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박설빈 대표는 “이스트 빌리지에서 한식은 이제 일식에 버금가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단언했다. 박 대표는 “ 기존의 또순이와 전라도 외에도 비빕바, 라면바 등 최근 문을 연 식당에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가면 너무나 즐겁게 음식을 먹는다”며 “다른 업소와 달리 식당은 특히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문화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남다른 것 같다”고 평했다.
물론 낙관적인 현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한국식 포장마차 송72의 매니저는 “오랫동안 주방장 생활을 한 사장님이 매장을 열었을 때는 이스트 빌리지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지만 문을 연 시점이 경제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하던 때라 자리를 잡는 데 조금 고전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주 고객이 아직은 외국인 보다는 한국 유학생 중심이라서 환율 상승의 영향도 다소 입고 있다.
작지만 특색 있는 인테리어와 음식으로 주목 받았던 부근의 ‘ㅌ‘ 식당이 불과 2년을 버티지 못하고 한 달 전에 철수한 것도 결코 이 지역이 영업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한 업종도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레드망고와 바로 마주해있는 핑크베리의 매니저 지나 샌더스씨는 “ 내가 아는 것만 이 근방에 프로즌 요구르트점이 8개나 들어섰다”고 말했다. 스파 ‘리뉴 앤 리뉴얼’의 매니저 제니 김씨는 “처음부터 한인보다는 중국인 직원을 고용하며 인건비를 적게 유지하고 있지만 인근에 같은 한인 뷰티 업종이 들어서면서 서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스트 빌리지의 상승세와 대비되는 곳이 하우스톤 스트릿 남쪽, 브로드웨이를 따라 차이나타운까지 연결되는 소호의 한인 상권이다.
90년대말까지도 잡화점을 중심으로 세탁소, 그로서리, 네일 살롱 등 수백개 매장이 성업하며 맨하탄 한인상권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던 소호는 9.11 테러로 큰 타격을 입은 후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스프링 스트릿 인근의 델리 ‘소호 가든’ 김재성 사장은 “ 예전에는 소호/빌리지 한인상인 번영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한인 업소들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단체가 소멸됐다”며 “ 이제 소호와 빌리지를 하나의 상권으로 묶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23년째 이 곳에서 장사를 한 김씨에 따르면 세탁소, 델리, 리쿼 스토어 등 소호의 한인 상권은 갑자기 치솟은 렌트와 히스패닉 노조의 시위등으로 이미 큰 위기를 맞다가 9.11이란 직격탄을 맞은 후 급격히 위축됐다. 이후 몇 년 동안 네일업소가 몇 개 들어서긴 했지만 빠져나가는 업소수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는 것. 월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역이기 때문에 당분간 회복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2000년부터 소호에서 여성의류점 BBL을 운영해 온 이은주씨는 “ 오픈 1년 만에 9.11을 맞아 봤기 때문에 말할 수 있지만 요즘은 정말 그때 만큼 어렵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웨스트 빌리지는 외형적으로 한인 상권이 큰 부침 없이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NYU 도서관 남쪽 블리커 스트릿에 자리잡고 있는 ‘초가’와 유니버시티 플레이스 13 스트릿 부근에 5년전에 생긴 ‘도시락’외에는 이후 기대만큼 새로운 한식당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학생들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번창하던 대형 델리의 숫자가 꾸준히 줄고 있다.
‘도화’와 ‘이도스시’ 등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집이 다소 있고 유니언 스퀘어 북측 17가에 한인 소유라고 알려진 대형 바가 들어서긴 했지만 위치상으로 빌리지의 한인상권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스파 밸리가 지난해 문을 열며 몇 년간 잠잠하던 대형, 고급 뷰티 업소가 모처럼 늘었다.
늘 젊은 뉴요커와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스트 빌리지의 중심지 세인트막스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최근 제2의 한인타운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한인 업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원영 기자>w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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