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기자 멕시코 ‘엘옹고 교도소’ 일일선교 동행 취재
윌셔연합감리교회 박성수 권사가 감격적인 만남이 끝나고 감방으로 돌아가는 수감자를 끌어안고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있다. <김장섭 기자>
<멕시코 엘옹고에서 김장섭 기자>
새벽부터 보슬비가 뿌리는 흐린 날이었다. 여러 한인교회 교인 65명으로 구성된 일일선교팀과 함께 멕시코의 중범 교정시설인 ‘엘옹고(El Hongo) 교도소’를 찾은 지난 24일(토)은.
연합선교팀 65명 불타는 열정으로 국경 넘어
말씀·찬양·음식·선물 나누며 하나되는 기쁨
2년 공들인 교도소안 교회 감격의 헌당예배도
선교팀은 새벽 5시부터 집결장소(윌셔연합감리교회)에 모여들기 시작, 대절버스를 타고 샌디에고를 지나 국경을 넘었다. 4시간 이상을 내달려 도착한 엘옹고 교도소.
25년간 멕시코 땅에 복음의 꽃씨를 뿌려온 폴 서 목사(4 크라이스트 미션 대표)의 여러 사역지 중 하나다. 그곳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해 9월 인근 교도소에서 폭동이 발생, 300여명이 죽은 후로는 경비가 더 삼엄해졌다고 한다.
도착 시간은 흰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지만 비교적 훤했던 오전 9시45분께. 선교팀은 시계, 셀폰, 지갑, 허리띠 등 소지품을 전부 차에 두고 운전면허증 하나만 들고 교도소 앞에 섰다. 가족 면회가 있는 토요일에 선교팀을 들인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더욱이 현지에서 합류한 멕시칸 6명(이들 중 몇 명은 죄수 출신으로 목사가 된 이들이었다)까지 합류, 총 71명에 달하는 큰 그룹이라 쉽지 않는 방문 허락이었다.
교도소 입장은 과장하자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보다 조금 쉬웠다. 철저한 신분 확인과 몸수색은 기본. 방문자 배지를 달고 쇠문을 몇 개나 지나며 팔목에 도장을 4번이나 찍었다(탈옥 방지를 위해 나올 때 도장을 꼼꼼히 확인한다). 미로 같은 길을 한참이나 돌아 창고 건물로 안내됐다.
선교팀은 그곳에서 90여명의 멕시칸 수감자(모두 남자)들을 만났다. 한인들이 준비해간 스패니시 찬양을 부르자 멕시칸 형제들은 ‘할렐루야’ ‘아멘’으로 화답했다. 선교팀은 수감자들의 환한 얼굴에 걸린 기쁨의 미소를 보면서 초대교회 시절 사도 바울이 옥에서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라는 편지를 쓸 수 있었던 비결을 비로소 깨닫는 표정이었다.
갱생의 길을 걷고 있는 수감자들 중에는 밑줄이 가득한 성경을 들고 설교자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이들이 많았고, 더러는 동료와 어깨동무를 한 채 눈물을 흘리거나 벽을 향해 무릎 꿇고 기도하기도 했다.
열정적인 분위기의 설교와 기도, 찬양, 침례식 등에 이어 점심 배식, 이발·한방 봉사, 선물꾸러미 배부 등이 계속되는 동안 교도소 안팎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사는 멕시칸들과 한인들은 말조차 통하지 않았지만 온전히 하나로 어우러졌다. 몸에 손을 얹거나 포옹을 하고 중보기도를 해주는 동안, 사랑에 감전된 여러 수감자가 울고 한인들도 울었다.
‘사랑의 빚진 자’로 오직 은혜의 줄에 매여 점심까지 거르며 사역한 한인들이 더 감격하는 분위기였다.
2년간의 기도 끝에 마침내 이날 헌당예배를 가진 교도소 내 성전에는 선교팀만 갈 수 있었다. 서 목사가 예배 중 “지금도 난, 하나님 믿는 것이 연애하는 일 같다”고 말하는 순간,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떼가 완공되지 않아 창과 지붕이 없는 예배당 위 창공을 날았다.
일정을 마치고 교도소 밖으로 나온 오후 3시께. 하늘은 선교팀의 얼굴처럼 청명하게 개어 있었다. 이날 사역을 위해 여러 교회가 버스 대절, 선교팀 아침, 수감자 점심, 교도소에 기부할 설교단상, 생필품 선물 등을 자발적으로 나눠 준비했다. 돌아오는 길, 선교팀은 즉석 헌금을 거두어 서 목사에게 후원금으로 전달했다. 딱 1,004달러였다. 서 목사는 천사 같은 ‘영적 지원군’을 얻은 것에 기뻐하며 “1년에 3번만 감옥에 와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선교팀 멤버들이 하나같이 ‘선교는 주러 갔다가 받고 돌아오는 것’임을 실감한 가운데 한 참가자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자의 마음이 곧 사도행전 1장8절의 ‘땅끝’임을 깨달은 하루였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그곳에 살면서 그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24일 멕시코 티화나 동쪽 약 50마일 지점에 있는 ‘엘옹고 중범교도소’를 방문한 한인 일일선교팀. 이들은 수감자들을 사랑으로 섬겨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김장섭 기자>
엘옹고 교도소에 건립된 예배당의 헌당예배에 앞서 목회자들이 테입 커팅을 하고 있다. 맨오른쪽부터 폴 서, 이정준, 정인호, 김증권, 추완호, 이모세 목사.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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