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마술 피리’(Die Zauberflote)는 피리의 주인인 타미노와 그의 애인 파미나를 불과 물의 시험에서 구원해 내는 신통력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이 오페라를 감상하는 나의 마음을 포도주처럼 취하도록 만드는 요술을 부렸다. 오페라를 이렇게 경탄하면서 재미있게 보기도 드문 일인데 지난 17일 LA 다운타운의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에서 공연된 LA오페라의‘마술 피리’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동화요 환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오페라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로 그는 1791년 9월 이 오페라가 초연된 지 불과 3개월 뒤에 사망했다. ‘마술 피리’는 음의 마술사인 모차르트의 원숙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서곡부터 끝까지 음들이 반짝 반짝 빛나 듣노라면 가슴이 즐거움으로 가득 찬다. 밝고 재치가 있으면서 심오한데 내 친구 C의 말처럼 조금도 비뚤어진 데가 없는 원처럼 완전한 음악이다.
이 오페라의 특징은 모차르트의 유일한 독일어 작품으로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사로 대화를 한다는 점. 소위 ‘징슈필‘(Singspiel-음악적 세트를 배경으로 한 연극)인데 이 형식은 후에 바그너의 ‘악극’의 길잡이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술 피리’는 상징과 은유가 있는 철학적 깊이와 세속적 희롱기를 함께 지닌 다소 야릇한 오페라다. 철학과 동화를 섞어 놓은 듯한데 위험에 처한 연인들의 영적 육체적 여정과 선(빛)과 악(어둠)의 대결 및 인간성의 가치를 추구하는 내용을 지녔다. 로맨틱 코미디라고도 할 수 있는 오페라에는 용과 갖가지 희한한 짐승들과 괴물들이 나오는데 피터 홀이 제작하고 풍자만화가 제랄드 스카프가 디자인한 이 오페라(이번 공연은 리바이벌)에서 볼만한 것은 동화작가 모리스 센다크의 책 속에서 나온것 같은 울긋불긋한 다채로운 색깔의 괴상한 모양의 짐승들. 마치 살아 있는 만화를 보는 것 같은 경이감을 느끼게 된다.
내용과 음악이 진지한 드라마에서 익살극으로 자유자재로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마술 피리’는 또 음악의 힘에 관한 얘기라고도 하겠다. 타미노가 피리를 불어 불과 물의 시험을 이겨내고 또 타미노의 짝패로 새 사냥꾼인 파파게노가 벨을 울려 괴물들을 물리치고 행방불명된 애인 파파게나와 재회하는 것이 다 음악의 힘 때문이다. 오페라를 관람하면서 마음이 희열로 차오르는 것 역시 음악의 힘 때문이 아니겠는가.
오페라의 주인공은 타미노 왕자이지만 사실 그보다 더 재미있고 또 작품의 추 구실을 하는 것이 파파게노(사진 오른쪽서 두번째)다. 먹고 마시고 자고 사랑하고 아기 많이 낳는 것이 꿈인 파파게노는 ‘케 세라 세라’형으로 삶의 기술을 터득한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으로 파파게노 역의 바리톤 마쿠스 베르바가 노래와 연기를 모두 생기 있고 즐겁게 했다. 2막에서 파파게노가 다시 만난 파파게나(소프라노 발레리 빈잰트)와 함께 “파파 파파 파파”를 연발하면서 부르는 듀엣이 곱기도 하다.
타미노 역의 테너 조셉 카이저와 밤의 여왕의 딸 파미나 역의 소프라노 베린 월 및 ‘지혜의 사원’의 제사장 사라스트로의 졸개로 배불 뜨기 개구리 차림을 한 모노스타토스(주제에 파미나를 탐낸다) 역의 테너 그렉 페덜리 등이 모두 노래를 잘 불렀다.
배역 중에서 특히 청중의 큰 박수를 받은 사람이 사라스트로 역의 베이스 모리스 로빈슨과 밤의 여왕 역의 소프라노 알비나 샤기무라토바. 로빈슨의 공명하는 굵은 저음은 공연장을 가득히 채우듯 깊었다. 이 날 하이라이트는 샤기무라토바가 2막에서 부른 아리아 ‘지옥의 복수가 내 가슴 속에 끓어오르네’. 이 아리아는 대중화한 인기곡으로 소프라노 최고의 높이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데 샤기무라토바는 청아한 음성으로 매끄럽게 넘어 갔다.
찬탄을 금치 못할 것은 세트와 각종 디자인. 거의 음악과 이야기를 압도할 정도로 무궁무진한 상상력의 소산인데 마치 총천연색 꿈을 꾸는 느낌이다. LA 오페라의 상임지휘자 제임스 콘론의 지휘도 상쾌하고 속도감이 있었다.
‘마술 피리’(The Magic Flute)는 두 번이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먼저 1974년 스웨덴의 잉그마르 베리만이 TV용으로 연출했고, 2006년에는 영국의 감독이자 배우인 케네스 브라나가 무대를 1차 대전의 전장으로 옮긴 일종의 반전영화로 만들었다(지휘와 타미노역은 역시 제임스 콘론과 조셉 카이저). 그러나 이 영화는 아직까지 미국에 수입되지 않았다.
‘마술 피리’는 모차르트가 대중을 위해 만든 매력적인 오페라다. 24일(하오 7시30분)과 25일(하오 2시) 두 차례 공연이 남았는데 자녀들과 함께 관람하기를 권한다.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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