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은 자녀를 환상의 세계로 가둬버릴 수 있다. 대화와 이해를 통해 서서히 자녀를 현실로 데리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단히 씻고, 자기 책상에 가서 숙제부터 하는 모습을 부모들은 가장 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어떤 자녀들은 시도 때도 없이 컴퓨터 또는 TV를 통해 비디오 게임에만 매달린다. 심지어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는 시간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버튼을 눌러대는 자녀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따금 화가 치밀 때가 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기계를 치워버리면 오히려 자녀의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 많다.‘게이머’(Gamer)가 돼 버린 우리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봤다. <황성락 기자>
게임기 없애 버리거나 잔소리하면 되레 반발
운동 등 함께 즐기며 게임시간 서서히 줄이게
심하면 전문가와 상담을
■ 공부에 재미를 잃은 자녀들
학교성적도 신통치 않고, 대충 봐도 아이가 영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집에만 들어오면 비디오 게임기에 매달려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버린 아이의 또 다른 모습을 보면 어느 부모나 “공부를 비디오 게임 하듯이 즐겁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왜 우리 아이는 공부에는 의욕이 없고 도움이 안 되는 비디오 게임에는 이렇게 죽을 둥 살 둥 매달릴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부모가 적극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컴퓨터 게임이 무조건 자녀의 학업을 방해하는 아주 나쁜 장난감이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럴까?” 하는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 세대차가 있다.
우리 어른들은 언젠가부터 사물을 관찰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이민생활에 생활에 치이고, ‘아메리칸 드림’이란 물질적인 걱정과 욕심에 생각과 느낌의 대부분을 할애하다보니, 내 아이가 어른과는 다른 차원에서 느끼고 생각하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지내왔다.
이렇다 보니 자녀와 부모와의 눈높이에는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부모는 “엄마 아빠는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왔잖니. 내가 왜 이렇게 피곤하게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너 하루 종일 숙제도 안 하고 오락이나 하라고? 넌 왜 이렇게 철이 없니!”라며 자녀를 부모의 생각과 판단의 굴레로 억지로 밀어 넣는다. 물론 아이들은 이같은 압박에서 더 벗어나려고 할 것이다.
■ 게임 장르를 통한 분석
자녀들이 즐기는 게임을 보면 나름대로 장르가 있다. 특히 심리학 적인 측면에서 아이가 자주 노는 비디오 게임의 장르와 종류는 대단히 중요하다.
만약 아이가 비디오 게임으로 대리 만족을 느낀다면 그 아이의 현실로 채워지기 부족한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비디오 게임의 장르에서 보다 쉽게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게임을 주로 노는 아이는 운동선수로서, 그리고 그 팀의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맡아 하게 된다. 상대방 팀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고 각 선수의 특징을 이해하며 많은 훈련과 연구로 한 경기, 한 경기를 풀어 나가고, 또 어떤 게임은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과정 또한 게임의 일부로 되어 있어 경기의 승리에 필요한 현실적인 요소를 게이머가 이해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른 예로 실시간 전투 게임을 즐기는 아이는 전투에서 필요한 리더십과 민첩함, 그리고 눈과 손의 협동 등 동작의 정확도의 완성 등을 익히고 향상시킨다. 이런 모든 것은 넓게는 익히고 배우는 공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분석이 비디오 게임을 권장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은 이처럼 복잡한 게임을 통해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커다란 성취감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 왜 빠져들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노력의 결과가 빨리 나오고, 또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더 질문해 보자. “왜 이 비디오 게임이 재미가 있을까?”
어쩌면 이 질문들은 많은 부모들이 해보지 않았을 것이고, 설령 물어봤다고 해도 딱 부러지는 대답을 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학생은 SimCity 등의 건축과 설계에 관계된 게임을 좋아한다. 이 학생은 왜인지 모르지만 뭔가를 짓고 만드는 것에서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 B라는 학생은 전투와 일인칭 슈팅 게임 등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이 학생은 원래 경쟁심이 강하고 누군가를 이기는데 큰 중요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 부모도 변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비디오 게임기를 치워버린 사실을 자녀가 아는 순간 일상의 중요한 부분을 빼앗겼다는 반감을 불러올 수 있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자녀의 능력을 학업으로 돌리는 지혜와 여유가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들을 살펴본 뒤 자녀와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해 나가는 것이 첫 걸음이다. 아이가 만지는 게임에 대해 이해하면서, 때론 함께 즐기면서 공통분모를 만들고, 나아가 장기적인 계획에서 자녀와 부모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면 여러 면에서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가정환경이 문제일 경우가 있다.
이런 학생들은 부모나 가족의 갈등을 직간접적으로 느끼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고,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도 없어, 결국 현실 도피를 목적으로 게임에 몰두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내면의 어려움을 해소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이를 방치할 경우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독 정도 파악하는 게 문제해결 첫걸음”
전문가 조언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
“비디오게임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은 매우 드뭅니다. 자녀와 대화의 문을 열고, 게임속의 자녀의 성격체와도 통할 수 있는 유대감을 키우면서 서서히 게임 밖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는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연구와 진단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우선 증상을 통해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해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컴퓨터 앞에서 도취감에 빠지고 ▲게임을 멈출 수 있는 자제력 감퇴 ▲지나친 시간 할애 ▲가족과의 관계 외면 ▲성적하락 등을 중독의 주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수근관증후군 또는 안구건조증 ▲편두통 ▲요통 ▲소화장애 ▲수면장애 ▲위생관리 소홀 등의 건강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학생들이 쉽게 비디오 게임에 빠지는 원인과 관련, 실제 이상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즉각적인 보상과 결과,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공동체 느낌을 얻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현실을 도피하고 환상의 세계로 뛰어들게 되면서, 결국 자신의 실체를 잃게 된다며, 마약과 같은 강도의 중독성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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