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LA의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웃 최대의 파티’라는 이름답게 화려하고 야단스럽고 요란했다. 식이 열린 호텔 내 인터내셔널 볼룸은 시상식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먹고 마시고 떠드는 파티장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즐겁고 자유스런 분위기였다. 한 마디로 말해 도떼기시장이었는데 바로 이런 점이 오스카와 다른 골든글로브 쇼의 장점이다.
골든글로브를 주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는 경기침체의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판에 시상식을 너무 화려하게 펼치면 비판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했지만 이런 때 일수록 쇼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미 작가노조의 파업으로 식을 치르지 못해 올해는 ‘더 크고 더 멋있게’라는 구호를 내걸고 전속력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래서 시상자들도 예년에 비해 훨씬 더 화려한 스타들로 꾸며졌다. 캐메론 디애스, 샌드라 불록, 피어스 브로스난, 셀마 하이엑, 제니퍼 로페스, 스팅, 글렌 클로스, 제시카 랭, 마틴 스코르세지 및 크리스 록. 특히 골든글로브는 영화와 함께 TV부문에도 시상, 식장은 하늘에 있는 별들이 몽땅 내려온 듯 눈이 부셨다.
샴페인 디너가 시작되는 하오 3시30분이 가까워 오면서 스타들이 하나씩 둘씩 입장했다. 샴페인 터지는 소리가 푹죽 터지듯 하는 가운데 키가 작은 스코르세지가 내 앞을 지나갔다. 저만치서는 브래드 핏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내 테이블에서 가까운 곳에 은퇴한 NBC-TV 앵커 탐 브로코가 앉아 있다. 그는 닉슨시절 백악관 출입기자였는데 이날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프로스트/닉슨’을 소개하기 위해 참석했다.
시상식 중간 휴식시간이 되면 스타들은 이 테이블 저 테이블로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 악수하고 포옹하고 웃고 떠들어댔다. 스타들과 악수하고 한 마디를 나누려면 식장에 달린 오픈 바에 가면 된다. 여기는 참석자들이 식중에도 자리를 떠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곳인데 ‘닉슨/프로스트’에서 닉슨으로 나온 프랭크 란젤라와 이 날 남우주연상을 탄 미키 로크 그리고 TV 시리즈 ‘존 애담스’로 남우조연상을 탄 탐 윌킨슨 등이 보인다. 나는 윌킨슨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눈 뒤 “축하한다”고 치하했더니 그는 “댕큐”라고 답했다. 또 쇼타임 TV의 형사물 시리즈 ‘덱스터’에서 감식전문 형사로 나오는 한국계 C.S. 리(이승희)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식 진행 중에 들려오는 와글와글 대는 소리는 바로 이 오픈 바에서 나오는 것이다.
오픈 바를 떠나 식장 안을 어슬렁대다 보니 HBO-TV의 쇼 ‘앙투라지’에 나오는 케빈 딜론이 한 잔 거나해져 친구와 잡담을 나누고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다가 일을 보고 나오는 고슴도치 머리를 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만났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시상식보다 식후 호텔 내에서 열리는 각 영화와 TV사가 마련하는 파티가 더 인기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오 8시에 식이 끝나고 인스타일 잡지와 WB가 마련한 파티장에 가는 길에 ‘앙투리지’의 주인공 제레미 피븐을 만났다. 피븐은 스시를 너무 좋아하다가 최근 수은중독 증세를 보였는데 내가 “좀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괜찮다”면서 “걱정해 줘 정말 고맙다”고 답했다.
파티장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앤 해사웨이가 들어간다. 파티장은 스타들과 HFPA 회원들과 손님들이 한데 섞여 먹고 마시고 춤추는 흥겨운 한마당이었다. 옥외 소파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있는데 코앞에서 잡지 맥심에 의해 살아 있는 가장 섹시한 여배우로 꼽힌 메이간 팍스가 담배를 태우고 있다. 몸에 꼭 달라붙는 화사한 드레스를 입었는데 정말 팔등신 미녀였다. 잠깐 자리를 떴다 다시 돌아오니 팍스가 나더러 “불 좀 있느냐”고 묻는다. 난 “당신 담배 너무 많이 피워요”라고 한마디 했더니 팍스는 “아이 노”라고 시인했다. 배우 존 레구이사모가 보이기에 다가가 악수를 나누고 그의 최신 영화 ‘할러데이가 최고야’를 잘 봤다고 추켜세워 줬더니 “고맙다”고.
이어 HBO 풀사이드 파티에 들렀다. 케빈 딜론이 아까보다 더 취해 이 여자 저 여자와 볼키스를 나누고 있다. 제레미 피븐도 보이고 케빈 베이콘이 역시 배우인 아내 카이라 세지윅과 함께 피곤한 표정으로 서있다. 여기를 빠져나와 호텔 옥상에 마련된 NBC/유니버설 파티장을 거쳐 센추리시티의 크래프트 식당에 차린 폭스 서치라이트 파티에 잠깐 들렀다. 폭스 서치라이트는 이날 작품상을 받은 ‘슬럼독 백만장자’의 배급사. 그래서 파티장에는 이 영화에 주연한 데브 파텔 등 인도인들이 많았다.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파티를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자정께 귀가했다.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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