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산타클로스, 저는 버터볼과 강아지를 원해요. 일찍 오실 수 있나요. 제가 펜실베니아에 가야 해요” -카슨 올림
“디어 산타클로스, 전 검고 빨간 닌텐도 DS를 원해요. 그리고 리모트 컨트롤도요!” -네이다 올림
이 두 편지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샌후안 카피스트라노시(가주서 제일 먼저 제비가 찾아오는 동네)에 사는 어린이들이 북극에 사는 세인트 닉에게 보낸 것들이다.
이 도시는 지난 수년간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접수해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답장을 보내고 있다. 대부분의 봉사자들은 어렸을 때 산타가 진짜로 있었다고 믿었던 사람들이다.
봉사자 중 한 사람으로 어렸을 때 산타에게 편지를 썼던 재키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답장을 쓴다. “나는 네가 올해 착했다는 걸 알고 있다. 최선을 다 해 네가 원하는 것을 구해 보도록 하마.”
재키에 따르면 지난해만 해도 거의 모든 아이들이 닌텐도게임기를 원했는데 올해는 많은 아이들이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면서 “눈이 녹나요? 북극곰들은 어떻게 견디고 있지요?” 라는 염려의 내용도 적고 있다고 말했다.
어둡고 무거운 불경기의 먹구름이 잔뜩 낀 올 할러데이 시즌만큼 산타가 필요한 때도 없다. 그런데 정말 산타는 있는 것일까. 선물을 받고 싶어서였는지 모르지만 난 어렸을 때 산타를 믿었다. 그리고 눈 덮인 골목길 우리 집 앞에서 교회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는 것을 꼭 보겠다고 잠과 싸우다 진 뒤 꿈속에서처럼 어렴풋이 들려오던 캐롤에 몸을 뒤척이던 기억도 난다.
우리는 산타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동심과 작별한 셈이다. 순수하고 맑고 밝고 또 아름답고 순진한 것이 동심이라면 우리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마음이 아이와 같다면 산타는 어떤 모습으로든 12월25일 깊은 밤에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산타가 실제 인물이냐 하는 것은 우리가 믿기 나름이다. 얼마 전 오늘 개봉되는 코미디 ‘예스 맨’의 주연 배우 짐 캐리를 인터뷰 했을 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무엇을 얻으려고 한다면 우선 그것을 믿어야 한다.”
마법이나 마술이 우리에게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믿기 때문일진대 산타의 마법도 같은 이치겠다. 매년 전 세계서 수많은 아이들이 세인트 닉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도 그들이 산타가 실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산타가 진짜로 있다는 것을 가슴 훈훈하고 정감 가득하게 보여준 영화가 ‘34가의 기적’(The Miracle on 34th Street·1947·사진)이다. 맨해턴의 큰 구경거리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전후해 일어나는 코미디 환상 영화로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와 정신을 다정하고 상냥하게 묘사했다. 아무리 냉소적인 사람일지라도 이 영화를 보면 얼음장 같은 마음이 녹아내릴 것이다.
메이시 백화점(34가와 35가 사이 브로드웨이에 있다)의 상주 산타로 이름이 크리스 크링글(산타클로스의 다른 이름-에드먼드 그웬이 가슴에 와 닿는 인자한 연기를 해 오스카 조연상 수상)이 산타를 믿지 않는 조숙하고 사실적인 소녀 수전(꼬마 나탈리 우드가 귀엽다)에게 자기가 실제 산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법정에서 진위 여부를 가린다는 얘기다.
누가 봐도 크링글이 질 이 재판에서 그가 진짜 산타라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품이 전 미국의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쓴 수천통의 편지들. 연방 정부기관인 우체국이 발신인과 수신인이 명기된 이 편지들을 정식으로 접수한 만큼 재판 담당판사는 크링글을 ‘유일한 산타클로스’로 선언한다. 그리고 이 재판 과정에서 지나치게 똑똑한 수전도 산타를 진심으로 믿게 된다. 꿈과 믿음을 가지라는 흐뭇한 영화로 수전의 어머니로는 빨강 머리의 모린 오하라가 나온다.
이 영화는 제임스 스튜어트가 나온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24일 하오 8시 NBC-TV방영 )과 ‘크리스마스 캐롤’(여러 영화중과 1951년작으로 알리스테어 심이 나온 ‘스크루지’가 최고)과 함께 팬들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크리스마스 영화다. 할러데이 시즌에 온 가족이 함께 보시기를 권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아마 여러분들도 산타가 피와 살을 지닌 실제 인물이라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
노래 ‘산타클로스가 마을에 오네’처럼 산타는 올해도 당신의 모습이로든 또는 나의 모습이로든 우리가 있는 모든 곳에 올 것이다. 그를 반갑게 맞자. 메리 크리스마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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