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는 내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 회복과 투자 심리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9월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의 직원들이 짐을 챙겨 회사를 나오고는 모습.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다고 하지만, 올해 미국과 한국, 세계의 경제는 극과 극을 치달았다. 사상 최대, 역대 최저 등의 수식어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왔다. 주식과 유가, 환율, 부동산시장 등 한인 경제와 밀접한 각종 지표들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2008년을 마감하면서, 올 한해를 뒤흔들었고 지금도 진행형인 경제 위기를 돌이켜본다.
<순서>
1.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2. 극과 극을 치닫는 주식시장
3. 부동산시장 붕괴
4. 널뛰는 환율
1.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9월15일.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 전격 매각, AIG의 긴급 자금 지원 요청 등 월스트릿 발 금융 위기가 세계 증시와 금융시장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뉴욕 증시는 `9.11 테러’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폭락했고,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급락했다. 미국정부는 수천억달러의 구제 금융을 금융권에 쏟아 부었지만, 2개월이 넘도록 금융위기는 진
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치 벼랑 끝에 서있는 듯하다. 지난 11월말에는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이 파산 일보직전까지 갔다. 금융위기의 여파는 이제 실물 경제로 확산돼, 경기 침체(Recession)을 넘어서 디플레이션
(Deflation)에 이르렀다.
■ 왜 금융위기가 발생했나
금융위기는 올해초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라더스 등 투자은행의 몰락으로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시 사태로 부실화된 채권을 보유한 대형 투자은행들은 주택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자 큰 손실을 입었다. 부실 대출을 한 은행들이 위기를 넘기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이 부실 채권을 메릴린치나 리먼 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사들였는데 이 채권이 결국 휴지 조각이 돼 버리면서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빅 5에 속해있던 대형 투자은행들이 파산을 맞게 되자, 이곳에 투자했던 전세계의 경제도 함께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속에 빠져들게 됐다.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은행은 자금 경색으로 대출을 줄이게 되자, 기업들은 돈을 빌리지 못해 사업에 타격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형성됐다. 유동성의 위기로 확대되고, 유가와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전세계로 확산됐다.
■ 바닥은 어디인가
미국정부는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구제금융을 쏟아부었다. 금융위기 초기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최근 위기를 맞은 씨티그룹에 200억달러 추가 자금을 지원했다.또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주택시장 진정을 위해 8,0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 및 가계대출을 활
성화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그러나 그동안 폭락을 거듭해온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듯이 투자 심리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오히려 금융위기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소비에 악영향을 주는 실물경제에까지 여파가 미치
고 있다. 제조업경기가 26년래 최악의 상황에 처하는 등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급속히 전이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1월 한달에만 32만5,000건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신규 일자리는 10월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한 바 있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용시장으로부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일자리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형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 앞으로의 전망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신용위기가 지난 뒤에도 경제가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월가는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올해 마지막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확실시하고 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포춘 500 포럼에서 가진 강연을 통해 금융위기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면서 은행들이 자금경색을 위해 대출 확대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기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투자와 함께 주택 경기가 되살아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미국의 주택 경기는 내년 3/4분기 이후 회복될 전망이다. 전미부동산협회(NAR) 등은 기존주택 뿐아니라 신규 주택과 건설 경기가 내년 하반기부터 다시 살아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현재 주택 판매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구제금융의 여파로 미국정부의 재정 적자는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구제금융외에도 세제 감면 등으로 1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정부의 재정 수단을 이용한 경기 부양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주찬 기자>
<미국 금융위기의 숨가빴던 순간 일지>
11.27 미정부 8,000억달러 투입, 모기지 및 가계대출 활성화
11.24 미 정부, 씨티그룹에 200억 달러 추가 자금지원
11.05 오바마 대통령 당선
10.27 글로벌 금리 인하 공조
10.18 미국 10월 소비지수 사상최대 하락
10.16 EU,1조7,000억유로 구제금융 승인
10.11 부시 G7, 금융위기 공동대처 합의
10.10 세계증시급락 ‘대공황’ 이후 최악-S&P500 42% 하락
10.03 연방하원, 구제금융법안 통과
10.01 연방상원, 구제금융법안(7,000억달러) 통과
09.30 주식시장붕괴, 나스닥 777.83포인트 급락
09.29 연방하원, 7,000억달러 구제금융안 부결
09.25 연방정부, 부실자산매입 2,500억달러 긴급투입
09.24 JP모간체이스, 워싱톤뮤추럴 19억달러에 인수
09.20 연방정부, 7,000억달러 구제금융법률안 상정 (부실금융자산인수)
09.16 FRB 800억달러 시장긴급투입 및 AIG에 850억달러 구제금융
09.15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 AIG는 FRB에 400억달러 자금요청
09.15 미국 증시 9.11이후 최대폭락(498p)
09.14 리먼브러더스, 인수협상 결렬
09.14 BOA (Bank of America), 메릴린치 500억달러에 인수
09.09 리먼브러더스, 3분기적자-300억 처분 및 자산운용 매각시도
09.07 미국 정부, 패니메이.프레디맥 구제대책(2,000억달러 투입, 국유화)
03.17 JP모건, FRB중재로 베어스턴스(5대 투자은행) 인수
01.11 BOA(Bank of America), 모기지업체 컨트리와이드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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