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으로 알아보는 알츠하이머 전조증상
“안경을 벗어놓고는 그 다음에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밖에 나가려고 하는데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자주 깜빡깜빡해서 열쇠 찾다가 늦어요.” “그 전에는 이런 일 쯤 한 시간이면 뚝딱 해치웠는데… 이제는 두 시간 이상 걸려.” “왜 내가 부엌에 왔는지 잊어버렸어요.” “요즘 자꾸 까먹는 일이 잦아요. 어딘가 아픈 것도 같고…”
나이가 들면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바로 ‘치매’다. 노인성 치매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은 최근 증가 추세에 있는 대표적인 질환. 빠르건 늦건 간에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 그렇다면 젊을 때처럼 또렷한 정신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갖게 되는 궁금증이다.
아침식사 때 어떤 반찬 먹었는지 생각 안나는 건 단순 건망증
아침식사 자체를 했는지 기억 안난다면 치매 전조일 수도
나는 괜찮은데 남들이 내 행동 이상해졌다 말하면 병원 가보길
사람은 25세 즈음에 최고로 기억력이 출중했다가 그 이후를 지나면 나이가 들면서 점차로 기억력이 감퇴된다. 그리고 50세 이후부터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정도가 이전보다는 좀 더 빨라진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느 정도는 정상에 속한다. 누구든지 겪는 노화현상이기 때문이다. 또 기억력 감퇴가 다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상적으로 기억력이 떨어지는 정도는 누구나에게 생길 수 있는 일들이다. 하지만 그 속에 알츠하이머의 경고사인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현재 미국 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520만명. 한인 알츠하이머 환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17일자 LA타임스 건강섹션은 기억력 감퇴와 알츠하이머와 관련해서 UCI의 신경과학자 제임스 맥거프 박사, UCLA 기억력 클리닉 및 노화센터 디렉터인 게리 스몰박사, 미 알츠하이머 협회의 의료 및 과학담당 부회장 윌리엄 티스 박사 등 알츠하이머병 권위자들과 인터뷰해 환자들이 자주 갖는 질문을 토대로 특집 기사를 소개했다. 게리 스몰 박사는 한국어로 번역돼 한국과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서도 큰 인기를 끈 ‘메모리 바이블’의 저자이다.
LA타임스 특집기사를 토대로 어떤 것이 일반적인 노화현상인지, 기억력이 떨어지면 어디까지가 정상이고, 또 어떤 것이 무서운 치매의 경고 사인인지 살펴본다.
■자꾸 헷갈려서 걱정이다. 약속을 잡아놓고는 완전히 잊어버린다. 누군가를 소개하고는 바로 그 사람의 이름은 5분 후에 기억하지 못한다. 혹시 내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건망증이 심하다고 자꾸 잊어먹는다고 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잘못 오해하는 이유는 치매 초기에 기억력 상실이 나타나기 때문. 물론 기억력이 깜박깜박하는 것은 알츠하이머 초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건망증일 수도 있다. 깜박깜박하는 건망증이 심하다고 해서 치매에 걸리기 쉬운 것도 아니다.
사실 안경을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 못하는 정도는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지 기억을 못하면 문제다. 또 아침식사 때 어떤 반찬을 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나이에 따른 건망증이지만 아침식사를 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면 이는 치매의 가능성이 높다. 또 꼼꼼히 약속을 지키던 사람이 잊기 시작하면 걱정할 만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이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력이 풍부하거나 테니스 치기를 아직도 잘 한다거나, 좋아하는 노래를 아직도 잘 기억해 부른다든지 해도 정작 손자들의 이름은 전혀 기억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생활 속에서 깜박깜박 잊는 건망증은 단지 기억일 잘 되지 않는 기억력 감퇴현상일 뿐이다. 또 어떤 모임에서 사람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은 집중을 제대로 못해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다.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면 뇌는 새로운 지식을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늘 정신없이 살아온 사람이라면 만성 우울증이나 주의력 결핍장애(attention deficit disorder) 같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어도 평생 건망증이 일정하게 늘 있었던 사람이면 알츠하이머병으로 보기 힘들다고도 지적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자꾸 깜박깜박 한다고 해서 다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에는 2시간 만에 해치우던 일을 이제는 4시간이나 걸려서 하게 된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 일수도 있지만 항상 내 일은 또렷이 하고 빨리 해내는 편이다. 다만 전성기 때처럼 일을 못하는 게 아쉽다. 나이가 들어가니 치매를 걱정해야 할까?
-익숙하던 일을 하는 것에 문제가 생기거나 추상적인 사고를 함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징후가 될 수는 있다.
치매는 나이가 들어 신경세포 파괴가 심해지면서 기억력, 판단력 장애를 일으키는 것이다.
전에 이미 잘 해내던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병원 검사를 받을 필요는 있다. 물론 일이 너무 많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이전에 잘 하던 일이라도 잘 해내지 못하거나 해야 할 일과 기억할 일이 많아서 기억력이 딸리거나 혼동할 수도 있다.
실수 역시 치매의 경고 사인으로 볼 수 있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집을 코앞에 보고서도 좌회전을 한다든지, 집을 나갔다가 길을 잃었다든지 등은 단순한 실수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즉 늘 하던 일을 잘 못하게 되면 노인성 치매를 의심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늘 잘하던 일에 엉뚱한 실수”
나이들며 뇌세포 파괴, 기억·판단력 장애 유심히 관찰해야
치매의 전조
눈에 띄는 의욕상실
성격·행동의 변화도
흔히 보이는 경고사인
■물건을 잘못 놓는다. 대화를 할 때 내가 필요한 단어를 빼먹는 일이 있다. 뭔가 잘못된 걸까?
-안경을 냉장고 안에 넣었거나 부엌 캐비닛 안에 두었다면 문제일 수도 있다. 적당치 않은 곳에 물건을 잘못 두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초기 증세다. 남편이나 아내가 안경을 잘못 두거나 단어를 생각해 내는데 문제가 있다면 의사를 찾아가도록 권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갑작스런 언어 마비나 이해력 저하는 뇌졸중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다. 물론 말이 혀끝에서 생각날 듯 말 듯 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나이가 들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내 아내나 남편이, 또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모두 말하길 내 행동이 이상해졌고, 기억력 상실이 의심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혹시 치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기억력 문제는 당사자보다는 주위 사람이 더 먼저 알아차리게 된다. 주위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들 말하기 시작하면 일단 먼저 병원을 찾는 것이 순서다. 또 많은 환자들이 심지어는 가족들도 초기 치매증상이 나타나면 대개는 부인한다. 행동이나 기억력에 뭔가 명백하게 문제가 있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추천된다.
세인트 바나바스 시니어 센터에서 노인들이 과일을 자르며 요리 강습을 받고 있다.
■항상 밖에 나가기 좋아하고 친구 만나기 좋아하던 어머니가 최근 달라졌다. 아무 것도 안하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갑자기 슬퍼하거나 노여워하는 일도 생기고, 의심하기도 한다. 어찌된 일일까?
-의욕상실이나 성격이나 행동이 바뀌는 것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일이다. 물론 성격이나 행동이 바뀌는 것은 우울증일 수도 있다. 우울증 역시 노인 인구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정신과 질환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기분 변화, 엉뚱하거나 변덕스런 정서반응 역시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세 일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초기 징후에는 의욕 상실이나 성격 변화도 꼽힌다. 나이가 들면 전반적인 행동이 느려진다. 그러나 활력 있던 사람이 죽치고 TV만 보거난 잘 하던 취미생활도 피한다든지, 기억력이나 정신적인 기능에 눈에 띄는 변화가 두드러진다면 전문가들은 일단 먼저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물론 병원에서 검사받는다고 해서 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고, 대개는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진단되기도 하므로 병원검사를 너무 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치매 예방하는 라이프 스타일
나쁜 건강 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은 알츠하이머병을 가져올 수 있다. 삶을 어떻게 사느냐가 기억을 만들고 불러오는 과정을 결정한다.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기억에 관련된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를 발병시킬 수 있으므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약물 조심
미국 내 처방되는 많은 약들은 기억력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기억력을 방해하는 약물로는 정신 안정제용 약물인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s)계열 약물이 대표적이다. 졸음이 오게 하는 약물, 항히스타민제 등도 집중력이나 새로운 사실 습득을 방해하기도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쓰이는 약물이 기억력을 방해하는 것으로 밝혀진바 있다.
▲만성질환 예방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은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뇌졸중은 기억력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이들 질병은 또한 심장질환으로 발병할 가능성도 높다. 제2형 당뇨병에 걸린 환자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배나 높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중년의 고콜레스테롤, 고혈압 역시 위험하다. 비만 특히 복부 비만자는 30년 후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관리
행복감, 사랑, 슬픔 등 감성이 풍부하면 기억을 더 잘할 수 있다. 부신피질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 방출되면서 기억 메커니즘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방출해 내고 코티솔은 주의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리며 저장됐던 기억력 재생을 방해한다.
▲술은 마시지 않는다
알콜중독은 뇌를 수축시키는 원인이 되며 기억력을 저장하고 재생하는 뇌 부위간의 전달을 방해한다. 심한 알콩 섭취는 비타민 B1 부족을 불러일으키고 비타민 B12 부족은 기억력에 악영향을 끼친다.
▲우울증
우울증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방해한다. 우울증은 전두엽 기능을 떨어지게 하며 전두엽은 기억력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주 움직이고 자주 머리를 쓴다.
육체적 정신적 운동은 기억력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뇌 역시 장기 중 하나다. 에어로빅 같은 운동은 뇌에 혈액공급을 원활히 해 기능을 더 좋게 할 수 있다. 또한 뇌를 자꾸 사용할수록 세포는 좀 더 튼튼해진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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