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의 두 수퍼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러셀 크로우가 주연하고 흥행 보증수표와도 같은 감독 리들리 스캇이 연출한 중동을 무대로 한 스파이 액션 스릴러 ‘바디 오브 라이즈’(Body of Lies·사진)가 흥행서 죽을 쑤고 있다.
중동에서 암약하는 테러단 두목을 체포하기 위해 현지에서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CIA 요원의 활동을 그린 이 영화는 지난 10일에 개봉돼 주말 3일간 달랑 1,310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면서 흥행 3위에 머물렀다.
둘 다 출연료를 2,000만달러 가까이 받는 디카프리오와 크로우에게 치욕적인 것은 흥행 1위(1,750만달러)의 영화가 디즈니가 만든 말하는 개들의 영화 ‘베벌리힐스 치와와’라는 점. 둘은 개한테 당한 것이다. 한편 흥행 2위(1,420만달러)의 영화는 싸구려 공포물 ‘격리’였다. ‘바디 오브 라이즈’는 개봉 2주째에는 흥행 6위로 주저앉으며 달랑 680만달러를 벌어 곧 흥행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만든 워너 브라더스(WB)는 처음부터 두 수퍼스타의 힘을 믿고 영화의 흥행 성공을 자신했었다. 그래서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대대적으로 TV와 간판선전을 하면서 대박을 꿈꾸었었다. 영화계에 따르면 이 영화는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합해 총 1억여달러가 투자됐는데 이제 국내 수입보다 해외 흥행에나 기대를 걸어야 할 처지다.
그리고 WB는 두 배우의 스타파워만 믿고 공동 투자사를 배제하고 혼자 돈을 대 크게 손해를 보게 됐다. WB는 과거 거액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 경우,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른 영화사와 공동 투자해 이익을 나눠 먹는 식으로 경영을 해왔다.
한편 전문가들은 WB가 영화 내용보다 두 수퍼스타에 초점을 맞춰 선전한 것이 관객에게 먹혀들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영화의 주요 괸심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신 두 배우를 내세운 통상적인 액션 스파이 영화처럼 선전한 것이 영화와 관객을 연결시키지 못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바디 오브 라이즈’가 흥행서 참패하면서 관객들은 이라크전과 중동에서의 미국의 군사행동에 관한 영화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 입증됐다. 이 영화는 지난 2006년 12월에 개봉된 이라크전 후유증을 다룬 ‘용자의 집’이 흥행서 참패한 이래 9번째로 관객들이 기피한 중동을 무대로 한 전쟁 드라마가 됐다.
지난해에 이런 주제를 가진 6편의 영화가 개봉됐으나 줄줄이 흥행서 참패했다.
‘엘라의 계곡’(680만달러) ‘왕국’(4,750만달러) ‘도망범 인도’(970만달러) ‘편집된 진실’(7만달러) ‘양들을 위한 사자’(1,500만달러) 및 ‘그레이스는 죽었어’(5만달러) 등이 모두 흥행 불발이었다. 또 지난 3월 개봉된 ‘스탑-로스’ 역시 총 흥행수입이 1,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통계에 따르면 이들 전체 영화의 평균 수입은 1,1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들 영화에는 탐 크루즈, 로버트 레드포드, 메릴 스트립, 리스 위더스푼, 타미 리 존스, 샬리즈 테론 같은 연기파들이 나오고 또 영화사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했는데도 관객들은 이들을 기피했다.
WB가 ‘바디 오브 라이즈’를 순전한 스파이 액션 스릴러로 선전한 까닭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WB로선 영화 각본을 디카프리오의 빅 히트작으로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인 ‘디파티드’의 각본가인 윌리엄 모나핸이 썼고 감독은 크로우의 빅 히트작인 ‘아메리칸 갱스터’를 만든 리들리 스캇이 맡아 영화가 크게 성공하리라고 기대했었다.
WB측은 이 영화의 흥행 실패의 이유중 하나를 월가의 파산으로 인한 경제위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과거를 돌이켜보면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사회적으로 불안한 시기에 영화를 더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7년 10월19일 증시가 그때까지 단일로서는 최고로 폭락, 이 날은 ‘검은 월요일’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그 주말 ‘치명적 매력’(Fatal Attraction)과 ‘공주 신부’(The Princess Bride)가 개봉됐는데 입장객수가 전주에 비해 무려 20%나 증가했었다.
또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뒤 부시는 시민들이 소비를 중단할 것이 우려돼 시민들에게 나가서 물건을 사라고 독려하기까지 했었다. 그런 탓인지 9월11일 후의 주말 극장 입장객 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43%나 증가한 바 있다.
치와와가 디카프리오와 크로우의 흥행발목을 문 것은 어두운 때일수록 사람들은 현실 도피용 영화를 찾는다는 사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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