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선교지인 깜뽕짬에 도착했다. 워싱턴에서 출발한지 26시간 만이다.
어제 오후 1시30분에 출발해서 워싱턴 시간으로 다음날 오후 3시30분, 여기 시간으론 새벽 2시30분에 도착했다.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에 도착하고도 버스로 깜뽕짬까지 2시간을 더 왔다. 너무 긴 비행시간이어서인지 아직도 귀가 멍멍하고 통증이 온다...
벌써 여기 시간으로 새벽 3시다. 백 선교사님은 여기서도 새벽 기도를 5시30분에 인도한다고 한다. 나도 빨리 준비하고 잠을 자야겠다.
방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는데 옷장도 없이 침대만 있다. 이곳에 있는 동안 건강해서 모든 사역을 잘 마무리하고 돌아가기를 위해 기도한다.
특히 이번 단기선교팀을 위해 3일간 금식하는 아내를 생각할 때 감사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임용우 목사 첫날 선교일지 중에서)
워싱턴서 26시간, 척박한 환경 그곳은...
기독교인 인구의 1%도 채 안돼
짧은 기간 ‘보고 배우기’에 중점
인도차이나 반도 남서부 메콩강 유역의 비옥하고 울창한 산림으로 뒤덮인 캄보디아. 그러나 캄보디아는 70년대 중반 크메르 루즈 군에 의해 행해진 잔혹한 학살로 더 잘 알려진 나라다. 사망자만 200만명으로 추산된다. 크메르 루즈는 모든 종교를 뿌리 뽑으려 했다. 불교 승려 90%가, 그리고 대부분의 기독교인이 이 때 죽음을 당했다.
정권이 바뀌고 1990년 이후 기독교인들에게 공개적인 예배가 허용되고 있으나 아직은 2등 시민 취급을 당한다. 종교 비율을 보면 불교 87%, 무종교/기타 7%, 정령 숭배 2.7%, 회교 2.9%. 기독교인은 더욱 적어서 0.38%로 인구의 1%가 채 안된다. 그나마 개신교인을 따지면 0.10% 밖에 안되고 성장률은 8.8%로 집계되고 있다.
영적으로 척박하기 그지없는 이 나라를 지난 10일 워싱턴 성광교회 단기선교팀이 찾았다. 아니, 요즘은 단기선교라기 보다는 ‘선교정탐여행’ 혹은 ‘땅밟기’라 불린다. 짧은 기간 동안 지역 주민들을 섬기고 복음을 전한다는 게 무리라는 인식이 교계에 확산되면서 이젠 어줍짢은 봉사보다 ‘보고, 배우고, 도전받아’ 효과적인 선교 후원에 주력하자는 전략에 치중하는 교회들이 많다.
선교 팀원은 임용우 목사와 홍덕기 장로, 김영익 선교사, 도유진 집사, 김현태 집사, 송현철 집사(팀장), 청소년 교사인 벡키 리, 크리스티나 맥베이, 그리고 고등학생인 김다연 양까지 모두 9명. 이 팀에 본보 기자가 합류했다
주 방문지는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시드선교회, 성광교회의 협력 선교사로 4년째 활동하고 있는 백신종 선교사가 있는 곳인 깜뽕짬 지역. 이곳에는 지난 2005년부터 성광고아원(Shining Star Children House)이 세워지고 있다. 현재까지 8만여달러를 지원했고 올 가을 완공을 기대하고 있다.
이 고아원은 여느 고아 시설과는 건립 목적이 조금은 달라서 의미도 깊다. 부모가 에이즈 환자로 사망한 가정의 아이들을 특별히 수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40여명의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될 이 고아원은 워싱턴을 떠날 당시 기초 공사만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인 것을 확인했었다. 여기서 팀원들은 나무도 심고, 페인팅도 하며 땀을 흘려야 한다. 영어 캠프, 한글 교육도 준비했다. 인부들에게는 점심 식사도 제공할 참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 팀에는 건축, 전기 등 전문 기술을 가진 분들이 포함됐고 2세 영어권 참가자는 영어 캠프에서 큰 몫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에어 컨디셔너와 시원한 소다에 익숙해져 있는 도시인들에게 서울을 거쳐 수도인 프놈펜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하루 넘게 걸린 비행시간은 이번 여행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고를 보냈다. 적도에 가까운(위도 13도) 나라여서 매우 더울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단단히 마음 준비들을 했을 터이지만 시차 탓에, 그리고 오랜 비행 탓에 팀원들은 약간 지쳐 보였다.
비자를 미리 받아놓지 않은 터라 세관에서 사진을 찍고 20달러를 내야 했다.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백 선교사가 반갑게 일행을 맞이 했다. 반듯하게 잘생긴 얼굴에 구레나룻을 더부룩하게 기른 백 선교사는 스무명 정도가 탈 수 있는 버스를 대절해 왔다.
프놈펜 공항에서 깜뽕짬까지 앞으로 두 시간 이상을 달려 가야 한다. 10일 출발했던 일행은 날짜 상으로 벌써 12일 새벽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으로 주위를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바깥을 잘 구경할 수 없던 일행은 백 선교사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을 퍼부었고 그는 전혀 막힘이 없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마침내 백선교사가 어학원으로, 교회, 커뮤니티 센터 등 다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시설에 당도했다. 철문이 열고 안마당에 들어가 짐을 부렸다. 희미한 형광 불빛 아래 도마뱀들이 벽을 타고 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망고와 야자, 바나나가 가로수인 나라, 열대의 나라, 한국의 삼국시대 보다 강대한 ‘앙콜 와트’ 제국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나라 캄보디아에서 일행은 첫 새벽을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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