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이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다. 게다가 틈틈이 한국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승욱이 이야기’ 책을 교정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 카페에 300개 이상의 글이 있어서 편집만 하면 책이 뚝딱 완성되는 줄 알았다.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다. 에고고... 어찌나 신경이 많이 쓰이는 작업인지 책을 낸다는 것이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몇 꼭지의 글을 읽고 수정내용에 대해 이메일을 보내고 밤늦게까지 보내준 글을 읽고 또 읽어도 맘에 들지 않는 점이 많았다. 급하면 전화로 출판사와 글의 내용들을 보완하는 작업들이 밤마다 이뤄지고 있다. 맘 같아선 한국에 가서 며칠간 출판사 사람들과 합숙을 하면 정말 좋은 책이 나올 것 같은데 상황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니 마음만 분주한 채 어느 일도 똑 부러지게 하는 것이 없다.
요즘 추세에 맞춰 300페이지가 넘지 않는 책을 만들려고 하니 빠져야하는 내용들이 너무 많아졌다. 승욱이가 책의 주인공이기에 주변이나 가족 이야기는 거의 들어갈 수가 없다. 주로 승욱이의 성장과정이 책의 주요 스토리가 된다. 책이 거의 완성되어갈 무렵 책표지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책 제목을 정해달라는 말에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10가지를 종이에 적고 하나하나 책 제목이랑 승욱이를 떠올리니 마땅한 것이 없고 전부 어설프다. 내가 고민하며 낑낑거리는 사이 출판사에서 제목을 정해 보내왔다. “승욱아, 엄마소리 들리니?”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온 제목을 입에서 몇 번이고 되뇌이니 꼭 청각 장애인들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 같았다. 청각장애인의 이미지만 반짝 떠오른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제목인 것 같다고 연락을 했더니 심사숙고 끝에 ‘굿모닝 엔젤’이란 제목을 보내왔다. ‘엔젤?’ 그러고 보니 승욱이 일기를 쓰면서 ‘천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던 것 같다. 승욱이는 천사?? 흠... 괜찮은데? ‘굿모닝엔젤’이란 제목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다. 누구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 제목인 것 같아 그것으로 결정을 했다. 하, 책 제목을 정하니 책 표지가 문제다. 책 표지에 어떤 그림을 넣을까 사진을 넣을까 또 고민 중.
책의 많은 부분은 전문가들이 맡아서 해주는데 언제나 최종결정은 나의 몫이다. 정신없고 복잡한 상황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굿모닝 엔젤’을 읽을 독자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책을 왜 내지? 누구를 위해 책을 내는가? 누구말대로 승욱이가 성공한 것도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내용을 전달코자 하는 건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는, 이 땅에 그 누구도 이유 없이 목적 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다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장애우 가족들에게 힘과 용기와 소망을 전달하고자 였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가족의 소중함을 나누고자 했다.
장애가 있건 없건, 돈이 많건 적건, 능력이 있건 없건, 재능이 많건 적건, 인물이 못생겼건 잘생겼건 모든 상황을 뛰어넘어 모든 생명은 너무 귀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 땅에 얼마나 많은 장애가정이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나 또한 매순간 좌절하고 힘에 버거워하고 고민을 하고 부족하다고 느낀다. 승욱이를 키우면서 좌충우돌 많은 일을 겪었다. 의사들조차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라고 했지만 지금 잘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승욱이를 통해 다른 장애가정에 도전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승욱이를 볼 때 많은 사람들이 승욱이 엄마가 아이를 혼자 키운 줄 안다. 그건 절대 아니다. 우리가족의 사랑과 희생이 아니었음 이만큼 걸어오지 못했을 거다. 믿음의 가정에서 자란 뿌리 깊은 신앙의 힘과 가족의 결속력과 받은 사랑의 일부를 나누고자 난 밤마다 고군분투하며 책의 교정을 보았다.
‘굿모닝 엔젤’을 만들기 너무너무 힘들었다. 모르고 한 번 책 만들지 알고는 두 번 못 만들 것 같다. 책을 만들면서 흰머리가 얼마나 많이 났는지 바람이 불면 흰머리가 들썩거릴 정도로 말이다. 10년은 늙어버렸으니 이걸 어찌 보상받지? 하하하하...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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