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주필)
우리 한국인을 보면 보통 한 가정에 3세대가 섞여서 살고 있다. 하나는 6.25 동란을 겪은 세대이고 또 하나는 6.25를 아는 세대, 다른 하나는 6.25를 전혀 모르는 세대이다. 근대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상하게도 세 세대가 언제나 함께 한 지붕 밑에서 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왜정시대를 겪은 사람, 또 왜정시대를 아는 사람, 그리고 왜정시대를 모르는 사람들이 한 관공서,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저마다 판단기준이 너무 달라 일이 잘 굴러가지를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상 불협화음이 그 안에 깔려 있고 갈등이나 마찰의 요소가 내재해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6.25를 겪은 세대는 그래도 희생할 줄 알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6.25를 아는 세대는 희생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지만 실천을 하지 못한다. 또 6.25를 모르는
세대는 그들에게 있어 희생이라는 단어는 사치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가치관이 다른 세 세대가 같이 한 집안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이 시간은 어찌 보면 불행하다고도 생각할 수가 있다. 또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이 세대의 간격에서 배우는 것도 없지 않아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구세대는 신세대로부터 냉철함과 이기주의의 장, 단점을 배울 수가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신세대는 구세대로부터 희생과 봉사정신을 배울 수가 있어서 좋다. 이런 생활 철학의 격차는 어디에서 오는가.
6.25 전쟁 때에는 물론 전쟁에서 죽은 병사도 많지만 피난민이 죽은 숫자도 엄청나게 많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아직도 우리 자식 중에 혹은 우리 가족 중의 한명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는 그런 가정들이 많다. 이들은 인민군에게 쫓기다가, 또 피난을 가다가 남한군들한테 붙잡혀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했었다. 남쪽을 향해 피난은 가지만 사상의 색깔이 전혀 구분이 안 돼 아무런 죄도 없이 무고하게 당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6.25세대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 건장하게 살고 있다.
우리나라 대북정책은 때에 따라 그 기조를 달리 했다. 그 배경에는 물론 정치적인 이득을 찾기 위해 이용한 부분도 있다. 반정부 구호를 외치게 되면 공산당으로 몰아서 처형을 한 경우도 있었다. 정적을 없애는데 많이 이용한 핑계가 바로 이 공산당이었다. 시기 별로 바뀐 대북정책의 흐름을 보면 이승만 대통령 때는 반공정신이었고 박정희, 전두환 때는 멸공정신, 노태우와 김영삼 때는 협상주의, 김대중 때는 용공주의를 표방했다. 그러나 이번 이명박 대통령 때에 와서는 이런 정책이 불투명해 보인다. 미국이 이북과 협상하게 되면 용공정책이 되고 미국이 이북과 절대 협상을 하지 않으면 반공정신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확실한 그의 대북정책이 드러나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남한군과 북한군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이 많다. 또 우리나라는 그 작은 반도 내에서 지난 5천년동안 동족상쟁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옛날 고구려, 백제, 신라가 줄기차게 싸운 것도 동족상쟁이요, 고려를 쓰러뜨리고 이씨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정권찬탈도 말하자면 동족상쟁의 산물이다. 또 고대 3국인 진한 변한, 마한 같은 그 작은 나라 간에 이루어진 싸움도 동족상쟁의 결과다. 어찌 보면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쟁의 역사가 우리나라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우리나라는 동족 간에 끊이지 않는 싸움 속에 이어져 왔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돌아볼 때 이번 6.25 동란 58주년을 맞아 이명박 정부에 바람이 있다면 이제 더 이상 이 땅에 그와 같은 동족 간에 칼을 겨누는 그런 참담한 현실이 없도록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작은 반도국가에서 동족상쟁이라는 전쟁을 영원히 불식시키고 평화와 안정을 꾀하는 그런 정책이 삼천리 반도에 뿌리내려 대대손손 커다란 공헌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백년대계라는 말은 무엇인가. 미래에 닥칠 수 있는 어떤 불안이나 불행에 잘 대비해 안심하고 걱정을 안 해도 될 수 있도록 해결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한국의 백년대계를 위한 단단하고 강건한 대북정책을 하
루 속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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