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메모리얼 데이에 한 한국전 참전용사가 RV를 타고 우리 산장에 왔었다. 그는 단번에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 “당신도 한국 쇠고기만 먹습니까?”라며 첫 인사를 했다. 나는 “아니 난 미국시민이라서 미국 소가 더 맛있다”라고 그의 일침을 수용했다.
메모리얼 데이에 한국전 참전용사를 만나 감회가 깊었는데 대화 내용 때문에 기분이 묘했다. 그는 곧 굳었던 표정을 풀며 6.25때부터 10여년을 한국을 드나들며 군생활을 했다고 말을 꺼냈다. 그 참혹한 전쟁을 겪고 말할 수 없이 열악했던 위생환경을 극복하고 눈부신 발전을 한 한국을 보면서 한국전 참전에 보람을 느껴 전자제품을 살 때도 소니 대신 삼성을 사곤 했단다.
그리고 속이 더부룩할 때 얼큰한 육개장을 먹고 땀을 흘리고 나면 독한 파 마늘 고춧가루들이 뱃속의 균을 다 죽인 것 같아 거뜬한 기분이 들기도 했단다. 그래서 그 자극적인 음식을 소화하는 위장을 가진 한국인들이라서 미군 부대의 음식 찌꺼기로 만든 꿀꿀이죽을 먹고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단다.
그러나 미순·효순 사건으로 반미 촛불시위를 할 때부터 한국을 위해 죽은 전우들의 죽음이 억울하고 불쌍히 여겨졌단다.
현재 연금으로 살고 있는 그는 개스 값 때문에 모든 지출을 줄여 비프스테이크도 양껏 먹을 수 없단다. 그런데 맛있는 쇠고기를 독약처럼 여기며 반미운동을 벌이는 한국인들의 저의가 뭐냐고 물었다.
그리고 채식만 하던 그의 손녀가 지난해에 시금치에서 세균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듣고 야채마저 끊고 결국 거식증에 걸려 죽었다며 촛불시위에 가담한 틴에이저들의 건강을 걱정했다. 나는 모든 한국인들의 생각이 그런 건 아니라며 그 대화를 끝냈다.
요즘 한인타운 곰탕집들이 고전하고 있다는데 한국 음식의 국물이 육수 없이 가능할까?
오늘도 우리 산장 캠퍼들은 BBQ를 했고 나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비프스테이크를 먹었다.
한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닭고기를, 광우병 공포로 미국 쇠고기를 거절하며 돼지고기와 생선을 먹으라고 TV 채널마다 맛 집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런 비싼 맛 집을 찾아다닐 수 있는 서민들이 몇이나 되며, 돼지고기인들 완전식품이며 오염된 바다에서 나온 생선인들 안전식품인가! 내 친구는 오래 전 등뼈 휘인 생선에 대한 TV 보도를 본 후부터 생선찌개를 먹지 않고 있다. 지금 미국은 토마토 비상사태이다. 야채도 직접 키워야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한동안 한약재와 차에 독성 농약이 들어 있다고 난리쳤고, 식품뿐만 아니라 모든 중국산 제품의 독성 성분 때문에 미국, 일본, 한국에서 난리가 났었다. 그래도 촛불 들고 나온 이들은 없었다.
며칠 전에는 한국에서 고기 대신 영양보충으로 갈아 마신 콩에 농약이 묻어 있어 4명이 중태이고 산나물과 독버섯을 잘못 먹고 여럿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렇다고 콩 판매를 금지하고 산나물과 독버섯 무서워 산을 태울 수 있는가!
한국은 석회 섞인 두부며 농약 콩나물 등 불량식품들이 범람하는 불신사회여서, 한우 표기로 식당을 엄격히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시책조차 믿지 못하는 것이다.
기어이 정권퇴진 요구와 미순·효순이를 등장시키는 걸 보면 광우병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가두정치의 본심을 알만하다. 집에 새 도우미가 와도 나름대로 자기 방식이 있는 법이다. 그런데 눈치만 보다가 등원을 거부하며 뒷북치는 야당들이 너무 유치하고 한심스럽다. 이제 시위와 파업은 시작이니 그들은 계속 다른 시위와 파업꺼리를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서로 협력하고 인내하는 국민과 국가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그런 짜증스런 정치나 아직 요원한 광우병보다는, 먹거리 공포증인 아이들의 거식증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촛불시위 시초에 미국 소가 다 미친 것처럼, 쓰러지는 소의 화면을 뉴스 때마다 방영해 천진한 아이들의 뇌에 각인시킨 TV 방송국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간악한지 요즘 인터넷으로 쏟아놓는 욕설들을 보며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입에서 나오는 것들이 더 더럽다’라는 성경 말씀을 절절히 깨닫는다.
이성호
시인·RV 리조트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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