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뿌옇고 흐릿 책 읽기도 힘들다우”
“백내장은 질환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노년기에 노화현상으로 찾아오는 증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라팔마에 거주하는 김모(74)씨는 얼마 전에 백내장 진단을 받아 수술을 권유 받았지만 고민이다. 성경을 읽기 힘들어졌을 정도로 많이 안 보이고 먼 거리 사물은 흐릿하게 보이지만 막상 수술 결심을 하려니 ‘이 나이에… 이러다 죽지’ 란 생각이 드는 것.
노년기에 들어서면 주변에 백내장 수술을 안 받은 사람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백내장은 안과에서 흔한 노인성 질환 중 하나다. 쉽게 말하면 노화가 진행되면서 눈의 수정체에 단백질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시야가 뿌옇게 혼탁해지는 증상이다. 책을 읽기가 어렵고, 특히 밤에 운전하기 힘들 정도로 시력이 떨어지지만 서서히 진행되고 특별한 통증이 없는 데다가 그저 불편한 정도라 대개 방치하는데, 그냥 놔두다가 실명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부에 주름살이 생기듯 눈도 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LA 한인타운의 박선민 안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백내장에 대해 알아본다.
박선민 안과 전문의가 비교적 최근 시술되고 있는 백내장 수술법인 인공 렌즈 ‘레스토(ReSTOR) 렌즈’ 삽입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눈의 수정체에 단백질 쌓여 시야 혼탁
질환이라기보다는 노화현상으로 이해해야
시력 떨어져 불편 느끼게 되면 수술하도록
■백내장이란
박선민 안과 전문의는 “백내장을 질환으로 이해하는 것부터 잘못”이라며 “질환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노화와 함께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는 게 맞다. 새치가 30, 40대에 생기는 사람도 있고, 70, 80세까지 머리카락이 까맣다가 나중에 희어지는 사람이 있듯이 백내장 역시 노화 현상의 하나이자 누구에게나 다 생기는 것으로 장수하면 꼭 한번은 수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태어나면서 백내장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살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경우도 있고, 어떤 심한 충격이나 외상, 질환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박 전문의는 “백내장의 발병 시기는 60세 이상이면 거의 다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60~90세 안에 수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52~64세 42%, 65~74세 60%, 75~85세 91% 정도로 나이 들수록 흔하다.
백내장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에게 백내장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고 진단을 받아도 쉽게 생각하는 한인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백내장은 실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므로 그저 늙은 탓만 하고 치료를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실제 미국에서도 매년 약 4만명 정도는 백내장을 원인으로 시력을 잃는 것으로 추산된다.
백내장은 사진기의 렌즈에 해당하는 눈의 수정체에서 발생하는데, 카메라에서 렌즈가 손상되는 것처럼 물체가 흐릿하거나 찌그러져 보이게 된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수정체는 자외선, 담배연기, 활성산소, 노령화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손상을 입는다.
또한 수정체가 손상을 입으면 수정체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이 굳게 되고 이것이 일명 안개효과(clouding effect), 즉 뿌옇게 보이는 현상을 만들어낸다. 마치 자동차 앞 창문에 부옇게 안개가 끼듯 뿌옇게 보인다. 이같은 손상은 달걀 프라이를 할 때 흰자의 단백질이 굳는 것과 흡사한데,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백내장이 형성되고 시력이 감퇴된다.
실명 원인될 수 있어 방치말아야
초음파로 수정체 단백질 제거수술 일반적… 회복도 빠른 편
백내장 초음파 수술법. 연필보다 얇은 도구를 이용해 혼탁해진 수정체를 녹여 제거하며 빨아들인다.
■증상
초기에는 시야가 흐릿하게 보이고 먼지가 낀 듯이 보인다. 이중으로 보이기도 하며 햇빛이나 형광등 빛에 눈이 부시기도 한다. 밤이 되면 점점 더 시야가 흐려진다. 빛 주변에 후광이 보이기도 한다.
독서를 할 때는 좀 더 밝은 빛이 필요하다. 안경을 쓰는 경우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바꾸는 횟수가 빈번해진다.
백내장이 있는 경우 대개는 눈에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아주 심한 환자는 그냥 육안으로 보아도 눈동자가 매우 흐려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할 통증이나 자극도 없다. 또한 눈이 붉어지는 증상도 없다.
■수술은 언제?
백내장이 생겼다고 다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또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고 바로 수술하지 않는다. 백내장 수술은 백내장으로 인해 시력이 떨어질 때가 적기다.
수술은 일찍 해도 상관없지만, 어느 정도 본인이 불편을 느낄 때 하게 된다. 수술의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뜨개질이나 책을 읽기가 힘들다든지, 요리하기가 힘들어졌다든지 등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면 수술하는 게 원칙이다.
직업에 따라 일찍 하는 경우도 있다. 안과나 치과 의사 같이 자세히 봐야 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는 조금만 나빠져서 수술하는 경우가 있는데, 직업에 따라 50대 하는 사람도 꽤 많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운전시력을 따라 운전시력이 안 나올 때 수술하게 된다. 0.6 정도까지는 괜찮다.
■수술 방법
수술로 인한 실명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부분 백내장 수술은 성공적이다. 미국에서는 대개 95%의 성공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정체에 겹겹이 쌓인 단백질을 제거하는 초음파로 제거한 후, 인공 수정체를 넣어주는 초음파 수술방법이 대표적.
박 전문의는 “안구에 2.2~3mm로 작은 절개 창을 내어 연필보다 더 얇은 기계를 넣어 초음파로 수정체를 혼탁하게 만드는 단백질을 녹여내면서 빨아들이고, 물을 집어넣어 눈의 밸런스를 맞추는 3가지 기능을 하면서 시술하는 것이 초음파 수술법”이라고 설명했다. 초음파 수술로 수정체를 제거한 후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게 된다.
또한 박 전문의는 “레이저는 백내장 환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며 “레이저 수술은 승인을 받기는 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며 만약 레이저 수술을 받게 된다면 실험용이나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인공 렌즈도 여러 가지가 나와 있다. 렌즈 하나로 원근 거리, 중간 부분 등 모든 시야를 다 볼 수 있는 플라스틱 프리미엄 렌즈는 이전 렌즈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인공 렌즈. 이전에는 멀리, 또는 가까운 거리만 볼 수 있는 렌즈가 있어 시력 교정은 기존의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그대로 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력 교정까지 맞추는 수술법으로 빠르게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것. 초음파 수술 후 접어 넣는 노란색 인공 렌즈인 프리미엄 렌즈는 다양한 기능으로 자외선 차단까지로 눈을 보호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박 전문의는 “어느 시야나 다 잘 보이고 자외선 차단까지 하지만 렌즈 자체에 있는 금까지 계속 눈앞에 남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먼 곳, 가까운 곳 다 잘 보이지만 자외선 차단은 되지 않는 크리스탈 렌즈도 있다.
수술 시간은 환자에 따라 다른데 대략 15~30분 정도 소요된다.
박 전문의는 “수술해도 소용없다는 환자가 나오는 경우는 시신경이 나쁜 경우”라며 “시신경은 나빠지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 백내장 수술 후에도 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는 시신경 검사를 꼭 할 것”을 조언했다.
■수술 후에는
다른 수술과 달리 회복이 매우 빠른 편이다. 일상생활 회복은 수술 한 날 밤부터, 수술 한 다음날부터는 바로 운전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후에는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거나 아기 안기 등은 피해야 한다. 배에 힘을 많이 주면 수술한 부위가 터질 수도 있다. 수술 전에는 힘을 많이 주게 되는 변비도 고쳐야 한다.
백내장 수술 후에 건조증이나 결막염 때문에 눈이 아픈 경우도 종종 생기므로 눈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당뇨가 백내장 촉진하기도
■원인
주요 원인은 노화다. 그렇다고 노화만이 한 가지 원인은 아니다. 선천적으로 백내장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외상으로 수정체가 찢어져 생기기도 하며 강한 자외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베체트병, 홍체염, 망막박리 등 다른 안과질환 때문에 합병증으로 인해 생길 수도 있다. 당뇨병은 백내장을 가속화 시킨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백내장은 40~60세에 일반 건강한 사람보다 10년 정도 더 빠르게 올 수 있다.
영양 충분히 섭취하고 자외선 피해야
■예방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백내장은 사실 피할 방법은 없다. 다만 늦출 뿐이다.
최근에는 영양이 중요하다는 연구보고가 있었다. 금연하고, 영양소는 골고루 섭취하도록 한다. 종합 비타민제도 도움된다. 자외선 차단은 필수. 야외 외출 때에는 꼭 UVB를 차단하는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염증도 고쳐야 한다. 안구의 염증으로 백내장이 빨리 오기도 하기 때문. 박 전문의는 “한 환자의 경우 눈에서 코로 가는 관이 막혀 백내장이 빨리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65세까지는 2~4년 주기로 안과에서 눈 검사를 한다. 65세 이후로는 1년, 또는 2년에 한번은 꼭 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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