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에게 그림은 표현력과 창의력을 기르고 개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숨겨진 재능 찾아 다양한 경험으로 키워라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한인 학부모들도 의사나 변호사 등 소위 ‘사’자 직업과 명문대 진학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자녀의 적성과 장래희망에 맞춰 부모들이 자신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은 이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디지털 문명이 어느 새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직업군이 형성되고, 그동안 별로 빛을 보지 못했던 직업들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트(Art) 또는 미술계통은 그 속도가 더욱 빠르고, 그만큼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붓으로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분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도 가능할까. 그리고 무엇으로 그 가능성을 판단하고, 준비해야 하나. 그 궁금증을 풀어봤다.
전시회·연극·뮤지컬 등 통해
긍정적 자극 줘 감각 일깨워야
미대 진학 9학년때 준비해도 안늦어
미대 진학을 원한다면 충분한 시간과 준비를 갖춰야 한다. 한 학생이 미술전문 학원에서 강사로부터 그림을 배우고 있다. <황성락 기자>
■ 재능을 찾아내라
일부 부모들은 어린 자녀가 스케치북 등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아이가 상당한 재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 쉽다. 반대로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영 아니다 싶으면 그림에는 소질이 없는 것으로 생각해 버린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장 경계한다.
비전 21의 앤지 김 원장은 “아이가 그린 그림만으로 재능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숨겨진 재능을 찾아내려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선욱 칼스테이트 롱비치 미술과 교수도 “아이들은 그림 그리는 형태는 유아시절부터 시작해 점차 변하게 되는데 통상 7세 정도가 되면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고, 남을 의식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다각도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자녀의 소질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로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할 때 생각지 못한 것들을 나타내는 상상력과 표현력을 관찰하고, 찾아내야 한다고 소개했다.
■부모의 생각에 자녀를 가두지 마라
박 교수는 한인 부모들이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부분으로 자신의 문화와 사고, 사화생활에 자녀를 가두는 것을 지적한다.
즉 부모가 아이를 컨트롤하고 판단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결국 자녀 역시 그 둘레를 벗어나지 못해 잠재된 선천적 재능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후천적 재능과 가능성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술 전시회는 물론 연극, 뮤지컬, 다양한 과외활동 등을 통해 긍정적인 자극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상상력과 표현력, 그리고 감각을 깨워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 성급한 진로결정 금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미술공부를 훗날 대학으로 직결시켜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녀의 표현력과 상상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시각적 언어 능력을 키우는데 큰 효과가 있다. 앤지 김 원장은 “인간의 원천적인 감성을 일깨우고, 창의력을 개발하는데도 미술은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며 “전문적으로 매달리지 않더라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환경을 그림에 담도록 기회를 자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입을 향한 본격적인 준비는 아이들의 여러 면을 검토하고, 본인이 강한 의지가 있을 경우 9학년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 공부는 기본
미술 등 예술계통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학교성적에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만약 자녀가 유명 디자인 대학 등에 진학하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학교공부와 SAT 시험 등 일반 대입과정에도 충실해야 한다. 역으로 이 계통으로 공부하고 싶다면 남보다 훨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앤지 김 원장은 “그림만 잘 그리면 된다는 생각자체부터 버려야 하며, 학교마다 사정기준이 각기 다르지만 학교성적을 매우 중시한다”며 충분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미술(디자인)대 입학 로드맵
- 초등학교 때는 감정개발 및 취미에 중점. 아이의 재능을 살펴보는 시기로 본다.
- 중학교에서는 상상력과 잠재력을 살핀다.
- 미술대 진학목표를 세웠다면 9학년에서는 기초와 기본, 이론을 중심으로 공부한다.
- 10학년에 들어서는 목표 대학들과 전공분야 등을 설정하면서 예비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한다.
- 11학년에는 대학과 전공을 확실히 정한 뒤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학업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손재주 없어도 창의성·상상력 갖추면 성공할 수 있어”
■박선욱 칼스테이트 롱비치 교수
“▲학습능력 ▲상상력 ▲창의성이 균형있게 갖춰져야 대학입학은 물론, 사회에 진출해서도 이 계통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박선욱(사진) 칼스테이트 롱비치 미술학과 교수는 “자녀의 이야기 구성 능력이 조리있고, 듣는 이들로부터 반응이 금방 나온다면 이 아이는 상당한 재능과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림은 머릿속의 내용이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일부 부모들이 그림 자체만으로 실력을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장기적 안목에서 손재주가 부족해도 나름대로의 창의성과 상상력, 그리고 표현력을 갖추고 있다면, 부족한 부분은 최근 발전하고 있는 다양한 장비로 커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 예로 애니메이션 회사의 디렉터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보다 훨씬 오래 근무할 수 있는 것도 이들이 비록 그림을 그리는 실력이 낮아도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체에서 남들과 다른 생각과 상상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몸으로 데코레이션 중심의 일을 했다면, 요즘은 상상력을 제공해 시각화 및 제품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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