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문에서 이민 1세들의 부고를 매일 접하게 된다. 연세가 80~90세가 넘고 자손들이 많이 있으면 호상으로 보이나 그 중에는 50~60대들의 사망 부고도 자주 있어 충격을 준다. 오늘의 세상 풍속도도 많이 변하여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재산을 분배해 달라는 요구가 있지 않나, 부모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인간 이하의 자손들도 있다는 기사도 종종 보게 된다.
2008년도 이상 문학상의 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박민규의 소설 ‘낮잠’에서, 주인공이 고향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일상생활에 바빠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다가 결국 친구의 사망 부고를 접하고서야 고향에 내려가 영안실에 누워 있는 친구를 만난다.
그가 영안실 옆에 딸린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망자의 아들 직장에서 친구들이 문상을 왔다. “안 됐네, 조 과장… 그래도 호상이지?” 62세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호상이라니? 그러나 친구들은 계속 묻는다. “그래 얼마나 받았나?” “뭘?” “뭐긴 이 사람… 몰라 물어?” “글쎄… 허름한 상가건물이라 팔아 봐야 뭐 한 2억 되려나?” “에이, 호상 아니네… 요샌 그래도 5억은 받아야 호상이지.” 정신병자가 아닌 멀쩡한 젊은 직장인들이 문상 와서 나누는 대화치고는 상상하기가 어려운 비루한 사회상이다.
호상은 연세가 많은 분이 많은 복을 누리다가 죽은 경우의 장례를 일컫는 말이지 그 유산의 다소에 따라 호칭되는 말이 아니지 않는가. 황금만능 시대에 호상의 본의마저 굴절되는, 가난한 노년층을 더욱 슬프게 하는 내용이다.
물론 인간사회 어느 곳에서나 돈은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대화 중 체념하는 상태에서 “Money Talks라는 말을 내뱉는데, 결국 돈에 의해 모든 것이 귀결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유대인의 경전 탈무드에서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3가지는 고민, 말다툼, 빈 지갑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상처를 입히는 것은 빈 지갑이라”고도 했다. 동양에서도 옛말에 “유항산(有恒産)이면 유항심(有恒心)이라” 해서 재물이 있으면 마음도 여유롭고 떳떳해진다고 했으며, 우리 속담에도 유전(有錢)이면 귀신도 사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세계는 아날로그의 행보에서 초고속의 디지털 세계로 시위가 떠난 지 오래다. 일일생활권의 세계는 자본주의의 세계화 시장이 되면서 일상에서 돈의 위력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지나친 자유는 개인주의를 부추기게 되고 사치품과 명품의 소비는 해마다 30-40%씩 올라가고 성형외과나 피부미용업소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제 예뻐지기 위해서 얼굴을 고치는 것은 백화점에서 화장품 고르듯이 상식적인 애교로 통한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도덕이나 사고방식도 변한다. 피레네 산 이쪽에서는 진리인 것이 저쪽에서는 진리가 아닐 수도 있듯이, 모국의 사회현상이 태평양 건너 미주에서 그대로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노부모가 자녀들의 돌봄을 기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럼에도 양로원에 머무르는 노인들은 자녀들의 방문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현상을 생각하면, 노년의 쓸쓸함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문제일 것이다.
오지 않는 자식들을 오게 하느라고 중국의 다렌 바이루에 사는 린중이라는 노인 내외는 아들과 딸이 매주 두 번 찾아오는 조건으로 자녀들에게 매달 1,000위안을 주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자녀를 보고 싶은 마음에 효도를 돈으로 사는 비도덕적 현상은 남의 일이 아니다.
모국에서도 노인 인구가 늘어나서 2050년엔 10명중 4명이 65세 이상으로 세계 최고령 국이 된다고 한다. 미국은 2041년엔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소설 시큐리티 연금이 중단될 수 있으며, 2019년부터는 메디케어 역시 기금 고갈로 중단될 수 있다는 신문기사다. 앞으로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겠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재산을 자녀들에게 미리 나눠주지 말고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있어야 대접받는다던 사람들의 말에 거부감만 느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인자
시인·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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