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자동차 전복사고로 사망한 4명의 청소년들이 오늘 땅에 묻혔다. 봄방학을 맞아 교회 친구들과 스케이트장으로 향하며 한껏 들떴던 그들 활기 넘치던 젊은 생명은 이제 이 세상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죽은 아들을 부모는 가슴에 묻고, 죽은 친구를 친구들은 가슴 속 응어리로 간직한 채 앞으로 오랜 시간 아파해야 할 것이다.
LA 동부 60번 프리웨이에서 고등학생과 대학생 5명이 타고 가던 차가 뒤집혀 4명이 죽은 사건은 많은 부모들에게 충격이 되었다. 특히 갓 운전면허를 딴 새내기 운전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지난 한주 상당히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 “도무지 남의 일 같지 않아서 …” 저녁이 되어 자녀가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 했다.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큰 변화를 맞는 시기는 대개 아이들이 11학년이 되는 때이다.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해 집을 떠나는 것이 물론 외적으로 가장 큰 변화이지만, 그 내적 변화가 시작되는 것은 11학년 즈음부터이다.
아이들이 운전을 시작하면서 생활에 많은 변화가 찾아오는 시기이다.
변화의 내용은 한마디로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가기. 부모의 품안에서 행복하고 편안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나는 별개의 개체”라고 온몸으로 소리치는 것이 사춘기이다. 호르몬 변화로 모든 어린아이스러운 것에 결별을 고하고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조바심, 어른이 다 된 듯한 착각이 내면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데, 그때 현실적으로 그 돌파구를 열어주는 것이 바로 ‘운전면허’이다.
자녀의 운전은 부모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학교 오가는 것은 물론 특별활동· 자원봉사 하는 곳에 데려가고 데려오고, 운동시즌이면 축구장, 야구장으로 데리고 다니고, 하다못해 잠시 친구 집에 놀러가는 것까지 일일이 운전을 해줘야 하니 아이가 두셋 되면 그 자체로 풀타임 일이다. 그러기를 10여년 하고 나면 아이들 기사노릇에서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자녀의 운전을 아이 못지않게 기다리는 부모들이 많다.
문제는 10대에게 자동차는 단순히 교통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른스러움, 독립, 해방감, 자유 … 모든 멋진 것의 상징이 자동차이다.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이동하는 기능은 기본이고, 그 보다 운전대를 잡았을 때 세상이 내 것이 된 듯 뿌듯한 감동이 아이들에게는 훨씬 강력하다. 그래서 친구들을 태우고 온갖 ‘쿨’한 행동을 하는 것이 10대 운전자들의 사고율을 높이는 배경이다.
지난해 10월 가주 차량국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매년 교통사고에 관련되는 10대 운전자들은 100명중 8-9명꼴에 달한다. 교통사고를 일으켰거나 사고 피해를 당하는 비율이다. 그런가 하면 운전 마일 당 사고율이 21세 이하 청소년들의 경우 일반 성인들에 비해 4배나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저런 통계를 떠나 가장 분명한 사실은 신체기능 왕성한 10대(15세-20세)가 목숨을 잃었다면 그 원인은 십중팔구 자동차 사고라는 것이다. 자동차 사고는 이 연령층 사망원인의 1위를 차지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안전한 운전 습관을 길러줄까. LA에서 운전학교를 운영하는 조성운씨는 “부모들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에 대한 과신이 문제입니다. ‘얘는 운동신경이 너무 좋아서 두시간 가르쳤더니 다 한다. 6시간 실기 의무교육을 줄이고 대충 넘어가면 안되겠느냐’는 부모들이 있지요. 대단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운전연습은 대충 시키고 처음 운전하는 아이에게 멋진 새 차를 장만해주는 것 - 많은 경우 사고의 지름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차가 멋질수록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들을 잔뜩 태우고, 친구들 보란 듯이 쌩쌩 달리게 되는 것이 그 나이 또래로서는 자연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운전하면서 셀폰 사용은 물론, 텍스트 메시지 보내고, 옆차와 경주하고, 안전벨트 벗어던지는 등 위험 운전은 청소년들이 밥 먹듯 하는 일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고 했다. 운전버릇은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습관이다. 처음 운전대를 잡는 아이들에게 먼저 가르칠 것은 운전기술이 아니다. 조심성과 책임감이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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