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캔팅을 할 때 와인의 몸통을 불을 킨 양초 위에 두고 침전물이 올라오는지를 잘 살핀다.
디캔팅은 와인이 갖고 있는 본연의 맛과 향을 제대로 드러내게 하기 위해 와인의 가면과 외투를 벗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잠자는 맛과 향기를 깨운다
와인에 관한 만화 ‘신의 물방울’의 첫 장면으로 기억된다.
주인공이 와인 병을 높이 들어 디캔터(decanter)에 와인을 담아내던
모습이다. 마치 명주실을 뽑아내 듯 능숙한 솜씨로 디캔팅을 하던 주인공의 모습, 디캔팅을 한 뒤 와인의 맛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던 내용 등은 디캔팅에 대한 신선한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디캔팅(decanting)이란 말 그대로 와인을 병에서 잔으로 바로 따르지 않고 디캔터에 한번 옮겨 담았다 잔에 서브하는 방식이다. 디캔팅은 저녁식사를 수준 높아 보이게 만드는 외적인 효과 이외에도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와인이 갖고 있는 본연의 맛과 향을 제대로 드러내게 하기 위해 와인의 가면과 외투를 벗기는 작업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디캔팅을 할 때 이 같은 디캔팅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캔팅은 왜 해야 하며 언제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일까. 이왕 하는 것 제대로 알고 하자는 이야기다. 요리잡지 ‘본 애프티’(Bon Appetit)가 와인전문가 팀 개이저(Tim Gaiser)와 함께 디캔팅에 관한 모든 것을 짚어봤다.
침전물 제거 톡 쏘는 맛 줄여
▲디캔팅, 왜 해야 하나
디캔팅을 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세 가지다. 첫째는 디캔팅이 오래된 레드 와인의 침전물을 없애 준다는 사실이다. 7년 이상 숙성시킨 모든 레드 와인은 병 밑에 침전물이 쌓이게 된다. 이 침전물은 포도 껍질에서 생성되는 색소와 태닌 성분이 와인이 성숙해 가면서 액체와 분리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와인의 맛을 지나치게 쓰고 톡 쏘게 만들기 때문에 침전물을 제거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디캔팅은 침전물을 제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는 아직 덜 성숙한 ‘어린’ 레드 와인의 풍미를 한결 성숙하게 만들어준다. 식당이나 와인매장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레드 와인은 1~3년 된 어린 와인이 대부분이며 태닌 맛이 너무 강하기 일쑤다. 어린 카버네 소비뇽이나 멀로를 디캔팅하면 공기와 닿는 표면적이 병보다 넓어지고 더 많은 산소와 접촉하면서 맛이 한결 성숙해진다.
세 번째는 와인의 온도를 올려줄 수 있다. 만약 오늘 저녁에 마실 와인이 지나치게 차갑다면 디캔터의 표면을 따뜻한 물에 15~20초 정도 살짝 헹궈 따뜻해지도록 만든 뒤 와인을 담으면 와인의 온도가 금방 올라가 마시기 적당한 온도가 될 것이다.
영 레드와인 1시간 이내 적당
▲언제 얼마나 오래 해야 하나
디캔팅에 대한 명확한 시간 규정은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 와인에 태닌 성분이 강한 와인일수록 디캔터에 오래 두는 것이 좋다. 바롤로(Barolo)나 에르미타주(Hermitage)와 같이 오래되고 힘이 강한 와인을 마실 때는 디캔터에 적어도 1시간을 둬 지나치게 톡 쏘는 강한 기운을 잃어 버리도록 한 뒤 서브하는 것이 좋다. 영 레드 와인의 경우 30분~1시간 정도 디캔터에 두는 것이 좋다.
디캔팅 전 12시간 세워 놓아야
▲간단한 디캔팅의 예
7년 이상 성숙한 레드와인을 디캔팅 한다고 예를 들자. 준비물은 디캔터, 양초, 깨끗한 행주다. 디캔팅의 중요한 목적은 와인이 공기와의 접촉을 하기 전 침전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와인을 디캔팅 하기 약 12시간 전에 세워 놓아 침전물이 바닥으로 가라앉게 한다. 코르크를 최대한 부드럽게 열어 침전물을 건드리지 않는다. 와인 병의 목 부분 안팎을 깨끗한 행주로 잘 닦아낸다. 와인을 디캔터에 천천히 부드럽게 붓는다. 이 때 와인의 몸통을 불을 켠 양초 위에 두고 침전물이 올라오는지를 잘 살핀다. 침전물이 병목까지 올라오기 전 몸통까지 왔다면 디캔팅을 멈춘다.
팀 개이저 추천 디캔더
750ml 스탠더드형 무난… 몸통 6인치 이하로
왼쪽부터 크레이트 앤 배럴의 갤러리 카라페 21.95달러, 라이들 멀로 디캔터 18.95달러, 비주얼 디캔터 59.95달러, U 디캔터 19.95달러.
디캔터의 종류는 용량별, 포도 품종별로 나뉘며 가격은 적게는 20달러에서 많게는 250달러에 이른다. 무조건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디캔터라는 법은 없다.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캔터는 750ml의 스탠더드 형으로 병 모양 혹은 꽃병 모양이며 몸통이 6인치보다는 넓지 않은 것이 좋다. 좋은 디캔터는 입구가 적어도 2½인치 지름보다는 넓어야 와인을 흘리지 않고 부을 수 있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비싼 디캔더는 피하고 너무 키가 크거나 바닥이 넓고 입구가 작은 디캔터도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와인을 흘려 지저분하게 만들기 때문에 실용적이지 않다.
피노 누아처럼 섬세한 와인은 목이 학처럼 긴 디캔터를 쓰고, 카베르네 쇼비뇽처럼 태닌이 많은 와인은 목이 넓고 바닥이 넓은 디캔터를 사용한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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