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욱(논설위원)
4월도 다음 주면 중순에 접어든다. 길가엔 나무에 꽃들이 만발하게 피어오른다. 완연한 봄이다. 만물이 생동한다는 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다. 봄·여름·가을·겨울. 사철이 있는 곳에는 자연의 이치로 순환되어지는 절기이다. 자연의 법칙은 말없이 지켜진다. 하늘의 조화요 땅의 신비다.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대 자연의 호흡이요 흐름이다.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이렇듯 온 천지에 자연의 힘찬 숨결이 뻗치고 있는 기의 달인데 말이다. 4월은 양기의 달이다. 꽃망울에 피어오르는 대자연의 양기를 듬뿍 받아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게 하는 달이다. 산과 들에는 어린 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세상나들이를 하고 있다. 파릇파릇 솟아오르는 새싹과 움들이 신 천지를 약속한 듯하다.인간에게도 봄은 있는가. 4계절이 있는가. 있다. 인간의 수명을 100으로 치자. 4계로 나눈다면 25세까지가 봄이다. 50세까지가 여름이다. 75세까지가 가을이다. 100세까지가 겨울이다. 나름대로의 계산이다. 여기에 나이를 대입해 보면 자신이 처해 있는 계절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가령 51세라면 가을의 문턱에 있다. 76세라면 겨울에 문턱에 있다.
“으앙”하고 세상에 태어난다. 봄의 시작이다. 생의 시작이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대학을 나온다. 취직을 하거나 자기 사업을 한다. 봄이 익는다. 거리에 다니는 봄 처녀들을 보라. 발랄하고 신선한 기운이 넘치지 않는가. 그들의 얼굴에서 어디 그늘을 찾아 볼 수 있나. 밝고 환한 화사한 꽃망울만 연상케 하는 그들이다. 인생의 기지개가 활짝 펴지는 순간들이다.
인생의 여름. 태양이 작열한다. 뜨겁다. 만물이 용솟음친다. 끝도 없이 뻗어 올라간다. 펼쳐져 나간다. 여름의 나이 초입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의 반쪽도 만난다. 자식을 생산한다. 후계가 정해진다. 사업이 번창한다. 하지만, 장마도 만난다. 폭풍도 만난다. 장마 속 돌아갈 수 없는 길을 뚫고 헤치며 나가야만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여름은 성장의 최고 단계다. 꽃잎들이 떨어지고 잎이 무성해진다. 그야말로 신록의 계절이다. 나무마다 녹색으로 가득 찬다. 혈기 가장 왕성할 때다. 20대 후반. 30대와 40대 후반까지. 인생으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다. 바람도 제일 많이 탈 수 있는 계절이다. 노후 대책도 이 때 세워야지 아니면 늦는다. 생의 절정기다.
가을의 인생. 단풍. 낙엽. 생의 성숙기에 들어간다. 봄·여름을 지나 가을에 들어선 그들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단계. 아들딸 내어 놓으며 그들의 짝을 찾아주어 그들에게서 또 생의 봄들을 탄생하게 하는 시절이다. 새로 시작된 봄의 탄생들인 손자 손녀를 안으며 그들의 재롱 속에서 자연의 신비 법칙인 순환의 반복을 엿본다. 열매 맺는 세월, 가을이다.
하얀 눈이 내려 온 누리를 순백색으로 채색하는 계절. 인생의 겨울, 황혼기. 생을 정리하며 마감하기 위한 순간들이다. 돌이킬 수 없다. 지나 온 봄·여름·가을을 돌아보며 회상의 그리움에 젖어 보는 시간들이다. 쉼터다.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갈 자연의 순리를 쫓아 영원을 그리워하는 순간들이기도 하다. 겨울은 번뇌와 고통이 없는 영원한 안식으로의 회귀다.
이렇듯 인생의 계절도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해 그렇게 간다. 그리고 한 인생에선 다시 봄은 오지 않는다. 그러나 분신격인 태어나는 자손들은 계속해 봄을 맞이하며 화창하게새로운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것은 새로운 생의 탄생이자 새 봄의 연속선에 있다. 자연 순환의 반복과 인간세계의 반복은 그렇게 호흡을 맞추며 하늘과 땅의 신비를 써내려 간다. 생의 4계절. 마음먹기에 따라 늘 봄처럼 살아갈 수 있다. 몸은 늙어간다. 기계처럼 쇠퇴해 간다. 잔병이 생긴다. 눈도 잘 안 보이며 귀도 잘 안 들린다. 자동차에 불을 끄고 왔는데 다시 확인하러 가본다. 인간에게 덧 씌워진 자연의 흐름이다. 거역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음은 봄 처녀처럼, 새싹처럼 가꿀 수 있다. 마음 따라 몸도 신선함 유지할 수 있다.
4월은 소망과 희망의 달이다. 결코 잔인한 달이 아니다. 모든 것이 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지 않던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들다 하여도 희망과 소망을 갖고 살아보자. 터질 듯 솟아나는 꽃망울처럼. 아지랑이 손짓하는 봄날의 따스함처럼. 서로 보듬어 주며 살아가 보자.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을 보듬고, 조금 있으면 있는 그대로 만족하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 4월을 맞아 대 자연의 아지랑이 피는 호흡과 흐름에 우리의 들숨과 날숨을 한데 엉겨보자. 산과 들에 피는 양기를 듬뿍 받아 신천지가 펼쳐질 수 있도록 오늘과 내일을 향해 질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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