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법치국가의 축소판
부모와 자녀간 원칙 있어야
사극은 별로 보지 않지만 어느 방문한 집에서 잠깐 보았는데 마침 ‘대조영’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 앞의 이야기를 전혀 모르면서도 흥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마침 선포한 대조영의 건국이념이 특이해서였다. 마침 대조영이 이끄는 무리가 승리하고 대조영은 무리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여 발해를 창건하는 장면이었는데, 본인이 그냥 곧바로 왕위에 오르는 것이 아니고 우선 국법을 제정하여 왕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그 법을 준수하게 하고 본인도 왕으로서 같은 법의 다스림을 받겠다고 선포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법을 먼저 확립하고, 왕도 모든 국민과 함께 법의 지배를 받는 자세, 이것이 그 나라를 강건하게 하는 것이다.
성서에 기록된 역사를 보아도 그렇게 위세를 떨치던 페르시아의 왕 아하수에로도 일단 왕의 이름으로 법령이 반포되면 왕 자신도 이것을 번복할 수 없는 배려가 있었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에스더서 8:8). 그러나 이것이 로마시대에 가서는 아예 온 로마제국을 다스리는 법을 제정하여 가이샤도 이 법의 하수인 역할을 감당하게 함으로써 로마가 이룬 큰 부흥이 가능했다고 믿는다.
이런 전통이 영국을 통해 미국에도 전수되었고 미국도 마찬가지로 법치국가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취임식에도 대통령이 대통령 마음대로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니까 더욱 더 법을 받들어 모든 일을 법에 의해 다스리겠다고 선서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전통에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 선서를 성경에 손을 얹어놓고 해 온 것인데 이것은 미국에서는 단지 대통령직의 취임식뿐만이 아니라 다른 직책도 관직은 똑같이 성경에 손을 얹어놓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몇 달전 한 사람은 대통령 취임은 아니지만 어떤 중요한 직책에 취임하는 자리에서 선서식을 거행하게 되었는데, 특이한 일은 이슬람신자인 것을 사유로 이 사람이 본인의 취임식 때는 성경 대신 코란에 손을 놓고 하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었다. 언뜻 들으면 타당한 일 같지만 사실은 이것은 선서식에 왜 성경이 사용됐는가를 모르고 하는 그릇된 처사라고 생각한다.
성경의 하나님은 코란의 하나님과 달리 아주 특이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대조영이나 페르시아 혹은 로마보다 훨씬 전에 하나님은 법과 규례를 정해 주시면서 하나님의 백성을 이 법에 의해 다스리시겠다고 선포하셨다(출애굽기 34:28). 그리고 이 법대로 행하면 축복을 내려주시고, 또 반대로 이 법을 어기면 저주가 임하리라고 선포하셨다(신명기 11:26-28).
이 말은 자칫 엄한 하나님으로 보일지도 모르나 성경의 역사를 통해 보면 오히려 아주 인자하신 처사였던 것을 알게 되는데 그것은 아무리 하나님이시라도 상벌을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고 법대로 공평하게 행하신다는 말은 하나님 자신도 법의 다스림을 받으시겠다는 말씀이시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적 복음의 진수인 것이고 이런 성서적 배경 때문에 직책을 맡기 전에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의와 사랑이 함께 담겨져 있지 않은 코란이나 다른 어느 책은 이런 목적에 적합하지 못한 것이다.
무슨 서론이 이렇게 길까 하실지 모르지만 지난주에는 한국에서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었다.
이번 선거는 개인적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어서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이번 계기를 통해 하늘이 무심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은 사람들이 제정한 법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지만 국법보다 훨씬 상위법인 하늘의 법이 동시에 다스리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치 일반법이 헌법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이 우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이지만 출마자 중에 개인적으로 내역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선거유세 기간에 전 부인을 음해하면서도 다 이겨놓은 선거인 것처럼 득의양양했었다. 실 사정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지만 그런 음해란 옆에서 듣기마저도 거북한 일이고 또 그렇게 해서 이겼으면 하나님의 공의는 어떻게 될까 심히 염려가 되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무도 그런 거짓말에 속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할까, 전에 말했듯이 하늘은 무심하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런 똑같은 사례는 가정을 이루는 데도 자녀를 양육하는 데도 적용되는 것을 본다. 흔히 진담반 농담반으로 신혼 초에 헤게모니를 잡아야지 잘못하면 평생 부인에게 매여 산다고 하는 말을 듣는다. 이런 말을 귀담아 듣다가는 평생 부부싸움으로 시달리기 십상이다.
가정을 세울 때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우선 아주 공평한 가정의 법을 세워나가면서 부부가 함께 이 법에 절대 복종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개인은 부족하고 또 때로는 변덕이 있을 수 있어서 신뢰하기 힘들더라도 공평정대하고 납득이 가는 원리원측을 제정, 선포하고 이를 지키기에 힘쓸 때 어떤 어려운 상황을 당해도 쉽게 해결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자녀 양육에도 우선 선행해야 할 것은 부모와 자녀간에도 어떠한 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부모가 자녀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 또한 이 법의 다스림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주는 것이다. 유대인이 머리에 얹은 야마까가 이런 의미라고 한다. 가정에서도 모든 행사가 이런 법에 의해서 이루어져 나갈 때 자녀는 안정되고 순하지만 동시에 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자녀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213)210-3466, johnsgwhang@yahoo.com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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