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식을 말리고 있는 중국의 농부들. 경제발전과 함께 중국인의 육류 소비가 급증, 이는 전반적인 곡류가격 앙등을 불러오고 있다.
쌀·밀 등 곡물·기본 식품 가격 두 배 폭등
전 지구촌이 몸살… 이상기후변화 등이 주범
최근에 가장 많이 들려온 얘기는 세계적인 재정위기였다. 그러나 또 다른 세계적인 위기가 조용히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그 위기는 더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식량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쌀을 비롯해 밀, 옥수수 등 곡물과 기본 식료품 가격은 두 세배나 올랐다. 그것도 주로 지난 수개월 사이에. 높은 식품가격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미국인들도 당황하게 한다. 그러나 식품가 앙등은 엥겔지수가 높은 빈곤국가의 경우 그 타격이 보통 큰 게 아니다.
벌써부터 세계 곳곳에서 식량폭동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식량 수출국들은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식량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수출제한은 농부들의 저항을 불러오고 있고 동시에 식량 수입국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그 답은 한 가지로 이야기 할 수 없다. 장기적 추세, 불운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천재(天災)적 요소, 그리고 잘못된 정책, 다시 말해 인재(人災)적 요소. 이런 것들을 종합해야 그 답이 주어질 수 있다. 우선 아무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불운에 대해 얘기해보자.
중국에서 최근에 일어난 현상의 하나는 육류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경제가 좋아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서구인 같은 식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부를 누리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 100 칼로리의 비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 동물에게 700 칼로리의 사료를 먹여야한다. 중국인들의 이 같은 육류 중심의 식단 변화는 전반적으로 곡물류 수요의 증가를 불러왔다.
석유가격 앙등도 주요 요인이다. 현대의 농업은 에너지집중 비즈니스다. 우선 비료생산이 그렇다. 트랙터를 모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데 에도 적지 않은 에너지가 소요된다. 국제 원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호가 하는 상황에서 에너지가격은 농산물가격 앙등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높은 석유가는 또한 중국과 그 밖의 새로 부상하는 경제권의 성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 새로 부상하는 경제적 파워들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석유를 비롯해 농지 등 얼마 안 되는 자원을 놓고 선진산업국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모든 원자재 값은 계속 앙등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식품 수출국들은 최근 이상기후에 시달려왔다. 세계 2위의 밀 수출국인 호주의 경우 특히 엄청난 가뭄을 겪어왔다. 이 역시 중요 요인이다.
식품가 앙등 뒤에 잠복해 있는 이 같은 요인들은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때문에 불운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성질의 요인들이다. 그러나 이로써 진실을 모두 밝혀진 건 아니다. 중국과 그 밖의 새로 부상하고 있는 경제적 파워들이 석유가 앙등을 불러오고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이라크전쟁 역시 석유가 앙등의 한 요인이다. 전반적인 석유공급을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도 그렇다. 특히 호주의 가뭄은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기후변화의 주범은 대기의 온실효과다. 이 온실효과를 단순히 불운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그 책임의 일부는 아무래도 온실효과 방지를 등한히 해온 정부나 정치인에게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상기후를 불러오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잘못된 정책은 에타놀과 생물연료 개발에서 찾을 수 있다. 에너지의 해외의존을 줄이고,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는 친환경 정책을 편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 곡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농부들에게 보조금까지 지급한다. 그 친환경적인 곡물의 에너지전환정책은 그러나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사기극에 불과한 것으로 판명됐다.
옥수수 에타놀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옥수수로부터 한 갤론의 에타놀을 축출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는 에타놀 한 갤런이 지닌 에너지의 총량과 맞먹는다. 막대한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환경을 파고하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의 사탕수수 에타놀도 그렇다. 상당히 친 환경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 계획은 삼림의 파괴만 가져와 결국 기후변화만 촉진시킬 뿐이다.
농지를 이처럼 생물연료 개발에 전용함에 따라 식량생산 농지는 줄고 있다. 이 같이 정부가 보조금을 지불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에타놀 등 생물연료개발은 전 세계적인 식량위기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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