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낳은 부모들
“신생아때 괜찮을지” 고민
한인 절반은 시술 택해
의학계도 찬반 팽팽
“필요 없다”“도움 된다”
흔히 ‘고래를 잡는다’는 은유적인 표현을 쓰는 포경수술(circumcise)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아들을 둔 부모라면 포경수술을 꼭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고민하게 마련. 포경수술에 관한 논란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의학적인 효과가 충분치 않아 포경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는 반대론과 청결을 위해 하는게 좋다는 찬성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실 포경수술에 대한 해답은 없다. 이동준 소아과 전문의는 “한인타운 내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인 신생아 중 대략 50%는 포경수술을 하는 편”이라며 “의학적으로 의사들이 꼭 하라고 권하는 수술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40년 전까지 거의 모든 신생아 남아는 포경수술을 했다.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65년께에는 85%가 했으나 가장 최근인 2005년에는 56%로 미국에서도 점차 수술하는 사례가 줄고 있다. 또 지역적으로는 중서부가 75%, 동부는 65%, 남부는 56%, 서부는 31% 선.
이렇듯 최근 포경수술 사례가 점차 줄어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라틴 아메리카 등과 포경수술이 일반적이지 않은 다른 문화권에서 오는 이민자들이 늘고 있고, 보험관계 등 여러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자연적으로 포경이 되는 것을 원하는 부모들도 많아진 이유도 수술 사례가 줄고 있는 이유에 한 몫 한다. 수술의 이점이나 단점을 확실하게 뒷받침해 주는 데이터도 없기 때문에 특별한 종교적인 이유가 없다면 대개 수술하지 않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최근 LA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고민하는 부모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포경수술 논란에 관해 보도했다. 이 기사를 토대로 포경수술에 대해 알아본다.
■포경수술은
수술 이론은 간단하다. 남성 성기의 끝 부분인 귀두를 덮고 있는 포피(겉껍질)를 제거하는 것. 수술 자체는 무척 간단해 보이지만 성관계, 종교, 전통, 건강, 위생, 인권, 락커룸에서 놀림을 당하지 않을까에 대한 염려 등 수많은 이유와 문제가 얽혀 있다.
의학적으로는 깨끗한 것이 수술을 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요로감염 위험이 줄고, 음경암, 성병, 포경 폐쇄증 등 위험이 좀더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수술 위험으로 피가 많이 나온다든지, 감염이 있을 수 있으며 극히 드물게는 수술이 잘못되는 사례도 있어 성장 후 2차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또한 신생아 포경 수술을 반대하는 경우는 아기의 인권을 위반한다는 의견도 있다.
먼저 요로 감염의 경우 생후 1년간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경우 100명중 1명꼴로 요로 감염에 걸릴 확률이 있다. 반면 포경수술을 한 신생아 남아는 1,000명 중 1명꼴로 요로 감염 위험이 있다.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면 요로 감염 위험이 10배나 높아지기는 하지만 생후 1세까지 요로 감염에 걸릴 위험은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요로감염 자체는 그리 흔한 질병도 아니고, 청결하게 신생아 기저귀 등을 관리하면 대개 요로감염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포경 폐쇄증 역시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경우에서는 걸리는 위험이 약 4% 정도다. 음경암은 10만명중 1명꼴로 그야말로 극히 드문 질병. 물론 포경수술을 하면 걸릴 위험이 3배나 적다.
포경수술 반대론자들은 신생아 인권 침해라는 의견을 강력 제시하고 있다. 또한 포경수술 결정은 성장한 아이의 몫이라는 주장도 있다.
대개 신생아 때 하는 이유는 신생아 수술이 국부 마취에다 피도 적게 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해서 하는 포경수술은 귀두 위아래를 절개하고 출혈도 많이 있을 수 있으며 더 아플 수도 있고, 회복기간도 신생아보다는 다소 길다. 비용도 신생아 수술비용의 약 10배정도 더 든다. 타운 내 한 비뇨기과 병원에서는 “보험이 커버되는 수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수술 자체가 고대 유대와 이집트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25%의 남성이 포경수술을 받지만 대개 종교적, 문화적 이유 때문이다. 유대와 이슬람 종교권에서는 관습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있나
최근에는 의학적으로 딱히 권해지는 수술은 아니다.
또한 미국 소아과학회와 비뇨기과협회에서도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내지 않고 있다.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는 “신생아 포경수술에 대한 잠재적인 의학적 이점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는 있지만 신생아 포경수술을 꼭 해야 한다고 권하기에는 관련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에 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은 이르면 내년에야 나올 전망이다. 미 소아과학회에서 신생아 포경수술에 관해 가이드라인을 정립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이다.
■HIV 및 포경수술에 관한 새로운 연구
몇 년 전 사우스 아프리카, 우간다, 케냐 등지에서 수년간 연구한 바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한 남성은 성행위 중 여성으로부터의 HIV 감염이 51~6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포경수술을 하면 남성과 여성의 성행위시 HIV 등 성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여성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 결과를 바로 미국에 적용할 수는 없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는 HIV가 유행병처럼 창궐하고 있는 곳. 미국처럼 남성에서 남성으로 전염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서 여성간에 성행위로 전염이 되는 방법이 가장 1순위의 감염 경로다.
가장 최근에는 이와는 상반된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존스홉킨스대학과 우간다 마케레레 대학 공동 연구팀이 지난 2월 열린 RNA 종양 바이러스와 감염 학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성의 포경수술이 성관계 파트너인 여성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HIV 감염과 포경수술 간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포경수술 후 제대로 회복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갖게 되면 오히려 HIV 감염 위험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한 남성의 경우 여성 파트너의 자궁경부암 위험이 줄어든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나라별로 판이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06년 뉴질랜드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는 포경수술을 받은 어린이는 성장 후 HIV 등 성병이나 요로 감염에 걸릴 위험이 최고 50%나 적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반면 최근 영국 비뇨기과 저널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포경수술 전이나 후나 성적 만족도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성병에 관해서도 포경수술로 성병을 예방하는 것보다는 콘돔이 더 적절한 방법이라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신생아때 하려면 1개월내가 좋아
청소년기엔 겨울방학 기간이 적절
■언제 하는 것이 좋은가
이동준 소아과 전문의는 “쉽게 생각하면 포경수술은 성형수술 같은 것”이라며 “신생아 때 하면 수술 자체는 쉽고 빠르고, 피도 덜 나는 편에 통증도 잘 모르고, 성인보다는 비용이 좀더 싼 편”이라 설명했다.
신생아 때 수술을 하려면 태어난 후 1개월 이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 시기를 지나면 대개 6학년~중학교 3학년 사이 수술을 하게 된다. 대체로 국부마취를 할 때 참을성이 있을 정도의 나이가 되는 9~18세 사이 수술하게 되는 것.
타운 내 한 비뇨기과에서는 “포경수술에 대한 문의는 많다”며 “주로 수술 후 감염 위험이 높은 여름보다는 부활절 방학, 겨울방학에 수술 사례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드물게는 아예 20세 이후 성인이 되어 하는 사례도 있다.
성장해서 하는 포경수술은 간단한 편이다. 귀두를 덮고 있는 피부 조각을 잘라 내 귀두 부분을 노출시키는 것으로 대략 10분 정도 걸린다. 회복기간은 약 1주일 정도.
■결국은 부모의 결정에
신생아 포경수술이나 성장해서 하는 포경수술 모두 결국은 부모의 결정에 달려 있다.
이동준 소아과 전문의는 “최근에는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다고는 보지 않지만 한인들은 많이 하는 편”이라며 “주치의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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