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비 아끼고 워밍업 하고
“현실에 맞춘 살아있는 교육 시스템” 호평
연 1만3천명 2년 공부 후 3학년으로 들어가
편입률 UCLA 30%로 최고… UCSD·버클리 순
우리가 집착하는 ‘인생 성공’이야말로 정확히 우리의 문제일 수 있다. 돌아갈 수도 있고, 쉬었다가 갈 수도 있고, 건너뛰어 갈 수도 있는 등 방법은 다양한데 우리는 굳이 가장 빠른 길을 관통하지 못해 안달을 하며 원하는 대학에서 불합격통지서를 받은 시니어를 ‘불량품’취급하며 온 집안에 먹구름을 드리우고나 있지는 않은지. 고교 시니어를 둔 몇몇 가정에 안부전화를 넣어보니 ‘옆집 아이와 비교하지 않는 의연함’도 있었지만 ‘정보에 어두워 과녁을 정확히 조준하지 못했다’는 탄식도 많았다. 여기서 말하는“정보에 어둡다”는 말은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 워낙 ‘열린 문’인데다가 획일적이지 않다보니 다른 곳에 지원했으면 충분히 합격했을 것을 엉뚱한 곳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곳에서 합격증이 오지 않은 학생들은 편입이나 전학 시스템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집 가까운 동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2년간 수학하다가 4년제 대학 3학년생인 주니어로 편입하는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와 UC계열 대학이 파트너십으로 이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며 적극적으로 홍보까지 하고 있다. 현재 커뮤니티 칼리지에 재학 중인 학생과, 졸업하고 4년제 UC로의 편입에 성공한 한인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UC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이라는 ‘또 다른 티켓’의 장점을 알아본다.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커뮤니티 칼리지를 평가한다면 오히려 손해다. 유명 대학 편입은 물론 적성에 맞는 사회진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곳이다.
집 근처 엘카미노 칼리지 졸업 후 UCLA 편입
연봉 10만달러 받는 간호사·법대 진학 성과
■한진이(33)·한 만승(31)오누이의 사례
미국 이름이 캐롤라인 진이양은 고교시니어당시 UC샌타바바라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그러나 사우스베이 팔로스버디스에 거주하던 한양은 집에서 먼 샌타바바라 주립대학까지 가고 싶지 않아 집 인근에 있는 엘카미노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녔다. 동생 만승군도 원하는 대학은 아니지만 UC계열의 한 군데서 합격통지서를 받기는 했다. 그러나 그는 시애틀의 워싱턴 스테이트 대학에 입학했다가 한 달 만에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누나와 함께 인근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며 원래 지망했던 대학에 전학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엘카미노 칼리지를 졸업하고 둘 다 UCLA에 주니어로 편입, 누나인 진이씨는 간호학으로 이 대학의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현재는 연봉 10만달러 이상을 받으며 미 군수업체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만승씨는 편입 후 3년 만에 정치학 학사로 졸업하고 다시 사우스웨스턴 법대에 진학했고 지난 2월 가주변호사 시험에 응시한 후 5월에 있을 합격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들 남매의 아버지인 뉴스타부동산 사우스베이 지점장인 키 한씨는 “처음에는 체면과 자존심이 상해 아이들이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고 있는 사정을 한참 설명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이 효녀 효자였다??며 당시의 결정이 옳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학 학비로 저축해뒀던 약간의 돈에 둘 다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니면서 절약된 돈을 모아 자녀들이 UCLA에 편입하자 학교 앞에 콘도를 매입했다고 전해준다. 당시 20여만 달러에 매입했던 콘도는 아이들이 졸업할 4~5년 후에는 가격이 배로 뛰어 그동안 ‘투자’했던 학비가 고스란히 빠진 셈이라는 것. 이에 한씨는 아이 둘 다를 공짜로 대학에 보냈다는 생각에 4년 전부터 연간 4,000~7,000달러씩을 한인 커뮤니티에 장학금으로 내놓고 있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교육받았다는 부모들의 세계관이 꼭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일류대학 보내서 헤매게 하지 말고 실정과 아이 능력에 맞춰 실용적으로 선택하고 아이들을 믿어주면 결국 제 갈길 찾아들 갑디다”.
■중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김진우(20)군의 사례
중학교까지 한국에서 보낸 진우군은 부모의 직업으로 인한 거주지 이전으로 중국에서 고교를 마쳤다. E2비자를 가진 부모를 따라 진우군이 미국에 도착한 것은 2006년 6월. 2007년1월까지는 토렌스인근 사설학원에서 영어를 익혔다. 그리고 배정시험을 거쳐 엘카미노 커뮤티니에 등록, 봄 학기에 12학점을 취득했고 여름기간에 또 8학점을 취득했다. 2007년에도 가을학기에 20학점을 취득했고 지금도 인근 주스바에서 일해 학비를 벌면서 학업에 열중이다. 그는 내년쯤엔 UC계열로 편입할 꿈에 부풀어 있다. 진우군의 아버지 김운도(50)씨는 “커뮤니티 칼리지는 학비도 저렴한데다가 진우처럼 영어가 부족해 ‘본 게임’에 뛰어들기에는 역부족인 학생에게 워밍업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할 때 미국교육의 이런 시스템이 곧 보이지 않는 미국의 힘이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커뮤니티 칼리지에 대해 “교육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시민의 현실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 시스템”이라고 격찬했다.
이처럼 커뮤니티 칼리지는 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미국거주 햇수가 짧아 4년제 종합대학의 공부가 벅찬 학생이거나, 아직 전공과목이나 진로가 확실하지 않아 잠시 다운타임을 거치면서 장래를 구상하기를 원하거나, 학비와 거주 비를 줄이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좋은 옵션이다. 뿐만 아니라 “지원한 대학에서 다른 학교에서 한 학기, 혹은 1년을 다니다가 오면 받아주겠다는 통지를 받은 학생들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한리나 라이트하우스 에듀케이션원장은 말하고 있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UC 4년제 대학 편입현황은 다음과 같다.
▲연간 1만3,000명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UC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고 있다.
▲이들은 주당 10~20시간씩 일하는 파트타임 잡을 가진 학생들이며 주니어로 편입해서도 신입생부터 UC에서 시작한 학생과 학업성취도 면에서 별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들 편입생의 3분의 2가량이 3년 안에 학사학위를 받고 졸업한다.
▲2006년 편입생 비율은 버클리 21.2%, 데이비스 18.5%, 어바인 19.5%, 로스앤젤레스 29.6%, 머시드 18.7%, 리버사이드 14.3%, 샌디에고 22.4%, 샌타바바라 19.3%, 샌타크루즈 16.4%이다.
일 줄이고 전공 공부에 ‘올인’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UC 4년제로 편입 후 참고해야 할 사항
일을 줄이고 공부에 ‘올인’할 수 있는 체제로 마음가짐과 시간 편성을 바꾸어야 한다. 커뮤니티 칼리지는 시메스터제가 많지만 UC는 버클리와 머시드를 제외한 나머지가 쿼터 시스템이므로 10주간 3번씩 텀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휙휙 지나는 만큼 방만하다가 보면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이 너무 빨리 돌아와서 학점관리가 만만하지 않다.
커뮤니티 칼리지 재학때 미리 전공과목에 집중해서 준비를 해놓고 편입 후에도 시간낭비 없이 하려면 전공과목에 매진해야 한다. 그리고 전공 관련 교수실을 자주 방문, 인턴십이나 리서치 기회를 알아보고 어려움이 있으면 transfer center에 협조를 요청한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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