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톤의 회색 바지 정장 차림에 퍼플 롱 코트로 컬러풀한 스타일을 연출한 브루니의 디올 퍼스트레이디 룩.
▲존 갈리아노의 디올 레드 플레어 재킷과 타이트스커트. 멀티 컬러 진주 버튼 장식이 돋보인다.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란 말을 듣는다면 성공이다. 요즘 거리의 쇼윈도는 상큼한 컬러와 프린트가 만발하고 있다. 생동감 넘치는 봄을 표현하듯 네온 컬러와 한 폭의 풍경화 같은 플라워 프린트가 대세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컬러를 소화해내는 발랄한 청춘이 아니어서 눈에 확 띄는 원색으로 몸을 감싸니 거울 속 내 모습이 두렵다.
그래도 유행에 뒤질 수 없어 캔디 컬러의 핸드백, 구두, 스카프로 봄의 향연에 동참해 보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세월을 탓하기엔 컬러풀한 드레스의 유혹이 너무나 강하다면 이번 시즌만큼은 명품 브랜드로 눈을 돌려보자. 구찌 걸(Gucci girl), 버사체 베이비(Versace babe)의 흉내를 내도 좋겠지만, 올해는 ‘디올 레이디’나 ‘보테가 우먼’‘마드모아젤 샤넬’로 변신해야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된다.
볼륨감을 살린 시폰 소재 플레어스커트와 슬리브리스 블라우스, 스트라이프 재킷에 겨자색 스카프와 스톤 주얼리 장식의 가죽벨트를 매치한 디올 레이디 룩
올 봄 명품 패션 경향은
강렬한 원색 컬러로 여성의 관능미 표현
디자인은 귀족적이고 모던하되 단순하게
과연 어떤 디자이너가 선명한 레드, 마젠타, 옐로, 퍼플 등 소화하기 힘든 눈부신 컬러를 조합해 기막힌 패션을 선보일 수 있을까.
코사지와 허리 부분 드레이프 장식이 여성미를 살린 디올 머스터드 옐로 드레스.
단연 존 갈리아노이다. 디올(Dior)의 봄 컬렉션에서 보다시피 새틴 드레스에 풍성한 볼륨감을 주고, 나선형 꽃무늬와 살랑거리는 꽃 장식을 더했다. 1960년대 상류층의 오만한 귀족 분위기를 2000년대 커리어우먼이 우아하게 소화하도록 품격 높은 여성스러움으로 바꾸었다.
원색 컬러의 표현은 또 어떤가. 올해 초 은퇴한 디자이너 발렌티노가 여성이 가장 섹시하게 보일 수 있는 색상으로 꼽은 ‘발렌티노 레드’, 밝은 빨강을 사용한 디올 정장은 여성의 관능미를 한층 모던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표현했다.
컬러 자체의 강렬함이 부담스러우므로 디자인은 최대한 단순화시켰고, 멀티 컬러 진주 장식 단추와 메탈릭 액세서리, 검은 모자를 활용해 스타일을 살렸다.
페리스 힐튼이나 소화해 내는 채도 높은 선명한 노랑도 존 갈리아노의 마법에 걸리니 겨자색에 가까운 옐로로 바뀌었다.
사실 올 봄 여성복에서 노란색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노란색을 좋아하면 질투가 강하다고 하지만, 원래 노란색은 이상향을 상징하는 색이다. 아마도 노랑 물결은 우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구를 반영한 듯하다. 노란색에 필이 꽂히긴 했는데 이래저래 꺼려왔다면, 밝은 회색과 매치시키면 한결 성숙한 이미지가 표현돼 우아함의 극치가 된다.
칼 라거펠트가 선보인 샤넬 프레타 포르테 룩.
우아함이 봄바람 타고‘활짝’
프랑스 영부인이 선보인 ‘디올 레이디’룩이 절정
‘보테가 베네타’의 코트·백 ‘샤넬’등 명성 그대로
존 갈리아노의 ‘디올 레이디’ 룩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영부인 칼라 브루니-사르코지(40)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 선보인 퍼스트레이디 룩으로 절정에 달했다.
브루니가 전용기에서 내려선 순간 영국민들은 영국 출신의 존 갈리아노가 디자인한 프랑스 브랜드 ‘디올’을 선택한 브루니에게 환호를 보냈다.
1960년대 분위기를 연출한 듯 둥근 칼러의 그레이 롱코트와 ‘필박스햇’이라고 불리는 조그만 베레를 머리에 얹은 모습을 새로운 재키(고 케네디 대통령의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애칭)의 탄생이라 극찬했을 정도다. 특히, 수퍼모델 출신의 브루니는 키가 작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배려한 디올 발레리나 플랫(Dior Ballerina Flat) 슈즈를 신었고, 디올 이스트 웨스트 토트(Dior Ease-West Tote)를 들었다. 또, 며칠 후에는 그레이 바지 정장에 퍼플 컬러의 롱 코트를 걸치고 디올 베이브 백(Dior Babe Bag)을 매치시켜 눈길을 끌었다.
우아한 코트라면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에서 선보인 페일 핑크 트렌치코트에 손이 머문다. 원피스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과감한 디테일과 매끈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코트다. 허리선을 엠파이어 스타일로 높이고 자연스럽게 주름을 잡아 여성의 몸매를 아름답게 강조했다. 광채를 머금은 화려한 컬러의 선택도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한 송이 꽃과 같다.
자연스러운 절제미가 확연히 드러나는 보테가 베네타의 광고 캠페인. <뉴욕타임스 제공>
보테가 베네타는 그레이스 켈리의 우아함을 닮은 브랜드라고 한다. 비록 지난 연말 신정아가 뉴욕공항에서 든 사슴가죽 녹색 가방이 보테가 베네타여서 그 명예를 실추(?)당했지만, 구찌 그룹이 인수한 이후 마케팅에도 성공해 차별화된 은밀한 럭서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부상했다.
패리스 힐튼의 취향과는 상반되는 보테가 우먼은 다운된 톤의 차분한 컬러들과 함께 빛이 바랜 듯한 그레이, 그리고 블랙, 차콜 등 어두운 컬러로 세련미를 드러낸다. 한마디로 차원이 다른 고요한 우아함이다. 고급스러운 색감을 기막히게 살려낸 라이트 베이지 혹은 페일 핑크 드레스는 캔디 컬러가 차마 근접하지 못하는 비범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목 라인이 입체적으로 디자인된 트렌치 드레스나 섬세한 디테일의 미디 길이 셔츠 드레스는 은은한 컬러만으로 모든 여인을 섬세한 아름다움과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난꽃처럼 만들어 버린다.
뭐니뭐니해도 보테가 베네타의 명성을 빛내는 패션 아이템은 가죽 꼬임(위빙) 패턴이 트레이드마크인 샤핑백 스타일의 보테가 백이다. 명품의 지존이라는 에르메스(Hermes)의 버킨백, 켈리백, 샤넬의 상징이 된 마름모꼴 누빔 무늬 핸드백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드모아젤 샤넬은 그다지 설명이 필요 없다. 재킷의 황금비율을 만들어낸 샤넬 트위드 재킷은 프리미엄 청바지에 매치시켜도 여성스러움이 묻어나고, 블랙 드레스와 퀼팅백은 그 어떤 파스텔컬러를 혼합해도 흑백의 조화처럼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난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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