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0만달러 리스팅 스튜디오시티 콘도 올 초 40만달러 팔려
오픈하우스 사인 위에 은행차압 매물(foreclosure) 표식이 있어 차를 멈추고 들어가 봤다. 레돈도비치 가까운 토랜스에 위치해 있으며 3베드룸 1배스에 1,100스퀘어피트 하우스였다. 대지는 6,000스퀘어피트로 지금은 황량했지만 아담하게 가꿀 터는 충분했다. 마룻바닥이 깔려 있기는 했지만 워터히터도 뜯어가서 없고 부엌도 캐비닛 문짝이 뜯어진 상태로 전면적인 수리를 요하는 상태였다. 에스킹 프라이스는 58만5,000달러. 에이전트에게 주변 시세를 물었더니 62만달러라고 했다. 은행은 수리비만 뺀 정상가격을 요구하고 있었다. 에이전트는 차후 더 많은 차압매물이 나올 것이라며 명함을 건넸다. 둘러보는 바이어는 많았지만 매물에 탐을 내는 바이어는 없는 듯 했다. 떨어지고 있는 집값, 과연 어디까지 떨어졌으며 바겐 헌터들의 움직임은 어떤지 최근 월스트릿 저널이 그 움직임을 전했다.
2002년 비하면 아직도 57% 높은 수준
셀러들 할인트렌드 내년까지 지속 전망
캘리포니아 샌타바바라에 위치한 2베드룸 커타지가 2004년 75만5,000달러에 팔렸다. 1년 전 다시 마켓에 나오면서 85만5,000달러를 요구했다. 지금은 73만9,00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리스팅되어 있다. 업그레이드 비용이 1만5,000달러나 들었는데도. 가격이 14%가 내린 셈이다. 이 지역 중간 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해 4.5%가 하락한 89만5,000달러로 내려갔다. 데이터퀵에 따르면 매매는 40% 이상 하락했다.
캘리포니아 스튜디오시티의 한 콘도는 지난해 6월 70만달러에 리스팅되었다. 비슷한 매물이 1월에 그 가격에 팔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1월 그 콘도는 프로베이트 세일로 40만달러에 팔렸다. 원래 요구하던 가격보다 43%나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내준 것이다. 2007년 LA지역 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5%가 하락했다.
이번에는 라스베가스로 가보자. 서머린 커뮤니티에 위치한 1,900스퀘어피트 홈이 2005년에 42만 달러에 팔렸다. 지난해에는 32만3,000달러에 리스팅됐다가 은행이 차압을 했고 올해 초 28만900달러에 팔렸다. 올 1월 라스베가스 기존주택 중간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4.4%가 떨어졌는데 이 집은 33% 하락한 가격에 팔렸다. 물론 차압매물이라는 과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미 전국에서 집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지역은 남가주, 플로리다, 피닉스, 라스베가스 등 지난 몇 년간 가파르게 주택가격이 상승했던 지역과 별장이나 세컨드 홈이 많은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뉴멕시코의 샌타페, 노스캐롤라이나의 더 아우터 뱅크스, 케이프 카드와 매서추세츠주의 마사스 빈야드,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 등이 속하고 있다. 모기지 뱅커협회에 따르면 지난 4·4분기의 차압은 사상 최고에 달했으며 모기지 연체율 또한 23년만에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로 인해 플로리다주 같이 별장이나 세컨드 홈이 많은 지역에서는 1년 전에 175만달러에 시장에 나와 있던 매물이 최근 85만달러에 다시 리스팅됐고 결국 80만달러에 팔렸다. 3년 전부터 이 지역에 별장을 물색하러 다녔던 코네디컷주의 브래디 부부는 최근 가구가 있는 2베드룸짜리 이 콘도를 80만달러에 매입하고 희색이 만연하다. 1년 전에 비해 반값도 안 줬으니 그럴 만도 하다. 개인 에퀴티를 관장해 주는 매튜 윌슨은 지난해 가을부터 LA지역의 바닷가 맨해턴비치 지역에서 200만~300만달러짜리 하우스를 보러 다니면서 최근 인벤토리가 부쩍 많아진 것을 실감한다. 그는 240만달러짜리 집을 마켓에 내놓은 셀러가 머세데스 벤츠 500까지 끼워주겠다고 제의한 것도 알고 있지만 아직 1년 정도는 더 기다려 볼 생각이다. 5베드룸 크래프트맨 스타일 하우스가 전에는 260만달러에 리스트 되었다가 지금은 200만달러에 리스트 되었는데도 그는 아직도 이 지역 매물이 ‘오버 프라이스’라고 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상승세만 타 온 집값은 지난 2년간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마이애미 지역은 2002년에 비해 아직 64%가 높고 LA지역도 아직 57%가 높은 셈이다. 지금과 같은 시장에서 바이어만 여유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투자가 또한 아직 선뜻 오퍼를 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예전 같은 상황에서는 3개월이면 둘러치기가 가능했지만 요즘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는 이자가 저렴한 차압매물을 싸게 잡는다고 해도 최소한 3~5년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가 다시 마켓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 재산세와 관리비 등의 유지비를 감당하는 것이 그리 손쉬운 얘기는 아니라는 계산이다.
업계에 따르면 300만달러가 넘는 고가의 주택은 그리 큰 폭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꼭 팔아야 할 물건이라면 수백만달러씩 깎아줘야 하는 상황이다. 마이애미 바닷가에 소재한 8,900스퀘어피트짜리 저택은 지난해 1월에 1,750만달러에 리스팅 되어 1,400만달러 이하짜리 오퍼는 받지도 않다가 최근 테크놀로지 아웃소싱회사인 신텔의 공동창업자인 바랫 데사이 부부에게 1,236만달러에 팔렸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꼭 팔아야 할 매물이라면 셀러는 깎아주고 바이어는 대폭 할인하려는 분위기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계속될 조짐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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