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재(내과전문의)
푸틴(Vladimir Putin 1952 ~ )이 이끄는 러시아(Russian Federation)에 요즘 무척 관심이 많다. 인구 1억4,000여 만명에 개인소득 4,460달러에 지나지 않는 가난한 나라지만 옛 제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푸틴의 개인적 매력 때문이다. 석유 매장량 세계 제 6위, 천연개스 매장량 세계 제 1위로 국부(國富)가 쌓이니 군사력 증강(중국도 이 점은 마찬가지다)에 눈을 돌리고 미국에 쓴소리도 심심찮게 하고 있다.
지난 2007년도에는 노벨상을 받은 앨 고어(Al Gore)부통령을 제키고 타임(Time)지의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 2007)에 뽑히기도 했다.
그런 차제에 우연히 알게 된 ‘오늘의 러시아(Russia Today)’ TV 프로그램은 철의 장막으로 불리던 소련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현지취재 방송으로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들이 영어로 방송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어로 했다면 나는 방송과의 인연이 없을 것이다. 영어가 생면부지의 러시아와 가교를 놓아주었다는 말이다. 그들의 삶과 역사, 그리고 옛 제국의 문화 일벌로 푸틴의 새로운 러시아(New Russia)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영어가 참 고마운 측면이다.
그러나 지금 모국에서는 영어교육 문제가 다 알고 있듯이 한참 시끄럽다. 영어가 뭐길래 이러는가, 인터넷 탐색에 나섰다.세계 194개 국가(유엔 회원국은 192개) 중 115개 국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영어는 폴 로버츠
(Paul Roberts)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서기 600년부터 북부유럽의 산림(山林) 속에 살던 사람들이 사용하던 언어로 우리나라 역사에 대비해 보면 수양제의 제 1차 고구려 침입으로 을지문덕 장군이 살수대첩(612)한 무렵 쯤이다.
세상사 모든 것이 그렇듯 영어도 변천과정을 거쳐 고대(古代), 중세 영어를 거처 우리가 접하고 있는 영어는 현대 영어(Modern English)로 서기 1500년 이후의 영어라 해도 맞는 말일 것이다. 1500년대라면 이씨조선(1392~1910)의 연산군 폭정시대(1494~1506) 쯤이다. 세종대왕(1418~1450)
이 한글 창제 후 50년쯤 지난 후다.
우리 세대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에 들어가서부터다(요즘은 초등학교부터라고 들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영어 선생과 영어로 질문하고 대답을 들은 것이 영어회화의 최초인 듯 하고 대학에서는 영어를 모르고는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의학서적이 원서(原書)였기 때문이었다. 군 3년 동안은 한미군단 소속 7년이 포함되어 있는지라 필요에 의해서 영어로 말해야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인접 미 2사단의 사병과 친해졌기 때문이다.그러다가 미국에 와보니 지난 10여년의 영어공부가 말짱 죽은 공부였구나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다.
액센트(Accent)에서부터 억양(Intonation)만 조금 틀려도 못 알아들으니 영어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그런 세월을 맞고 있었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알게 모르게 이들의 말에 익숙해진 간 나를 보고 있다.지금도 한인사회 가정에서 30퍼센트 정도만이 부모 자식간에 (영어)의사소통이 된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지만 채널 13 후원회 조직으로 단체생활을 시작한 당시만 하더라도(1994년) 단상에서 영어 몇 마디 했더니 “솰라솰라한다”지를 않나 “좋은 우리말 두고 왜 영어를 지껄이느냐”고 나의 정체성까지도 묻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영어 전용이나 이중언어로 단체행사하는 데까지 왔다. 많이 변했다. 그 과정 변화가 지금 한국에서 재판되고 있는 듯 하다.
영어를 알면 삶의 지평선이 넓어지고, 지구촌이 이웃 동네처럼 가까워지는가 하면, 민족이니 자주니 우리끼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정체성 훼손도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민족도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되었는데도 말이다. 지금도 한글 타자기가 없어 영어 댓글을 달아보면 ‘뭐가 잘나서’에서부터 세종대왕 후예까지 들썩이는 모욕을 당하는데야 어찌할 것인가?새로운 정책, 곧 영어 몰입 정책은 서서히, 천천히 세월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역동적인 한국사회가 아니라 갈등과 시비를 부추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새 정부가 시작도 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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