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에스터 채
화려한 웃음이 어울리는 여자, 에스터 채. 그녀는 거침없이 내달리는 배우다. 2008년 1월 둘째 주말 자신이 직접 쓴 1인극 ‘그래서 화살은 날아가고’(So the Arrow Flies)로 LA 연극계를 들썩이더니 지난주엔 한국모델협회와 서울시,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2007 아시아 모델 시상식’에서 장나라, 시부야 아스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시아 스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캔디’와 ‘유리가면’이란 만화에 빠져 키운 배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그녀. 고려대 불문학과 졸업, 미시간 주립대 연극학 석사, 예일대 연기학 석사라는 긴 가방끈을 지닌 배우가 에스터 채(한국명 채경주)씨다.
최근 한국에서 열린 ‘2007 아시아 모델 시상식’에서 아시아 스타상을 수상한 에스터 채(오른쪽)씨.
미국서 출생 고려대 불문학과 졸업
배우 꿈 위해 도미, 미시간 주립대·예일대 연극학 석사
연기와 극작, 이론·실기 두루 갖춘 만능 엔터테이먼트
보기만 해도 엔돌핀이 솟아나는 배우 에스터 채씨가 상쾌한 숲속에 서 있으니 무공해 미인이 따로 없지 싶다.
“한국 연예계에서 스타 되는 게 힘들다는데, 뉴욕 연극계나 할리웃 영화계에서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가 성공하기는 어디 쉬운가요? 어딜 가나 스스로 비전을 갖고 노력해야 꿈은 이루어지는 겁니다.”
에스터 채씨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똑 부러진 말투만큼이나 기분 좋은 배우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를 지닌 배우, 연기와 극작, 이론과 실기를 두루 갖춘 배우, 그리고 고려대와 예일대학원 졸업장을 손에 쥐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고민하는 배우가 바로 그녀이다.
10년 전 ‘보자기’라는 뉴욕의 연극 무대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3~4년 전인가 TV 시리즈 ‘ER’에서 그녀의 얼굴을 발견했을 때, ABC 드라마 ‘나이트 스토커’(Night Stalker)에서 에피소드 주연으로 등장했을 때, 커크 더글라스 디어터에 오른 연극 ‘먼 해변’(Distant Shore)을 접했을 때까지 그녀는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뭔가 일을 내도 ‘큰 일’을 낼 것 같던 그녀가 지난 가을 뉴욕의 여성연극인 축제에서 북한의 여배우 출신 이중간첩, 그를 심문하는 한인 FBI 에이전트, 이중간첩의 딸, 에이전트의 노모 1인4역을 멋지게 해내며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인터뷰를 청하자 늘 그렇듯이 화려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가 나타났다.
“2006년 가을 뉴욕대학원 퍼포먼스 스터디 강사로 초청 받았고, 연극 인생의 멘토인 애나 드비얼 스미스 뉴욕대 교수와 함께 작업할 기회가 생겼죠. 도전의식도 생기고 용기도 나서 ‘그래서 화살은 날아가고’ 극본을 썼어요. 뉴욕 연극계에서 대가들과 작업하며 부풀었던 꿈이 할리웃으로 건너가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의 한계를 느껴 꺾여 버리려던 참이었는데 전화위복이 된 셈이죠. 이 작품은 예일대 연극학교, 미시간대에서도 공연할 계획입니다”
5세 때 한국으로 돌아가 초·중·고·대학까지
예일대 서머스쿨때 연기의 맛… 연예계서 종횡무진
직접 쓴 1인극‘그래도 화살은~’으로 LA가 들썩
10년 전 연극계에 데뷔할 당시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1998년 그녀의 데뷔작 ‘보자기: 한국 프로젝트’는 중국계 유명 연극인 핑총의 아방가르드 연극이었다.
예일대 연극학교에서 연기학 석사학위를 받은 두 한인배우의 라마마 극장 공연은 당시 뉴욕 연극계에 화제가 됐다.
한국에 관한 역사적 담론을 나레이션과 탈춤 동작으로 표현한 연극으로, 주류 연극계에 한국의 역사를 알린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연기했던 배우 중 하나가 바로 에스터 채이다. 나머지 한 배우는 지난 시즌 ‘덱스터’(Dexter)라는 TV 시리즈에 고정 출연했던 찰리 리(C.S. Lee)이다.
연극 ‘보자기’는 이듬해 백남준의 퍼포먼스 ‘호랑이는 살아있다’와 더불어 한국의 새 밀레니엄을 열었던 DMZ 2000 프로젝트의 일부가 됐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 초, 중, 고, 대학을 다녔어요. 늘 외국물 먹은 영어 잘 하는 아이, 달리는 거 좋아하고 남자들과 농구를 즐겨하는 키 큰 여자아이로 통했지요.”
5세 때 돌아간 한국은 그녀의 ?촽 표현대로 스스로를 맞추기 힘든 나라였다. 가만히 있어도 튀는 여학생이었던 것.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어려서부터 지독하게 사랑했던 만화 ‘유리가면’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었지만, 똑똑한 딸에게 연기를 전공할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꿈은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현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고려대 불문학과에 진학한 후 1학년 때 예일대 서머스쿨을 다니면서 연기의 맛을 봤고, 이듬해 호주 멜버른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아방가르드 연극을 공부하며 드디어 연기할 수 있는 자유를 경험했다.
“생전 처음으로 각본이란 걸 써 보고, 친구들을 캐스팅해서 16mm 영화를 찍었는데 눈이 확 떠지는 거예요.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었죠. 교수님들도 ‘너라면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었어요.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미국 유학 준비를 했죠.”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그녀는 영어 연기가 편한 배우이다. 그렇다고 한국어가 서툰 건 더욱 더 아니다. 미시간대에서 연극 이론을 섭렵했고, 예일대에서는 숱한 웍샵으로 연기력을 쌓았다.
우연한 기회로 혹은 일회성 도전으로 그치고 마는 여느 배우들과는 다르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로, 극작가로, 교수로 더 큰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래서 그녀의 도전은 화려한 웃음만큼이나 삶의 활력소를 준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로, 극작가로, 교수로 더 큰 꿈을 꾸며 살아가는 에스터 채.
<글 하은선 기자. 사진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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