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온누리교회 영어부 담당 존 리 목사가 교회 로비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서울 온누리 교회 영어부 담임 이동훈 목사
1세·2세 어우러진 이상적 목회가 꿈
그를 알아보는데만도 한참 걸렸다. 정상근무 시간이 아닌 오프데이(off day)에 찾아가서인지 간편한 캐주얼 차림에 트렌디(?)한 수염을 기른 그를 ‘목사님’이라는 타이틀로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목회 경향이 갈수록 근엄하고 보수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교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보다 더 진보적인 쪽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짙긴 하지만 그는 특별한‘의외 속 의외’였다. 서울 온누리 교회 영어부 담임 이동훈(35) 목사. 서울에 온지 이제 겨우 1년 6개월이지만 서울생활이 제법 몸에 배어 보였다. 뉴저지 젊은 아시안 교인들에겐 꽤 유명했던 ‘굿뉴스 처치’(Good News Church)를 창립, 이끌던 그가 서울행을 결심한 것은 목회자로서 고인 물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펜실베니아서 신학대학원 졸업…
1999년 뉴저지‘굿 뉴스 처치’ 창립 수년새 지교회 3곳
끊임없는 도전·개척 욕망에 1년 6개월전 서울행…
크리스천 밴드에도 남다른 관심 가져
온누리 교회와는 뉴욕에서부터 인연이 있었습니다. 뉴욕 온누리 개척 때 깊게 관여하기도 했고 그렇게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면서 챌린지를 받았습니다. 그냥 고여 있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도전하고 개척하며 살아야지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목회 이력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이 목사의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1995년 펜실베니아에서 신학대학원을 다녔다. 졸업 후 99년 뉴저지에 굿 뉴스 처치를 설립했고 불과 수년새 교회는 노스저지와 센터저지, 뉴욕까지 3곳의 지교회를 개척하기에 이른다. 이만하면 그 ‘성공’에 안주할 만도 한데 그는 성공의 문턱을 넘고 얼마지 않아 교회를 사임했다.
“제가 없어도 교회는 잘 커나가고 있었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 다시 무언가를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아마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원하는 교회는 한인 1세들의 지혜와 2세 젊은이들의 열정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열정 넘치는 교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전의 끝을 모르는 이 2세 ‘목사님’은 그래서 덕분에 분주함을 자처한다.
“서울이 엄청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돌아가는 도시잖아요. 목회라고 다를 바 없어요. 뉴저지에서 목회할 때보다 좀 부풀려 말하면 100배는 더 바빠요. 알게 모르게 한국 교회 목사님들은 일중독자이기도 하고 타에 의해 내몰리기도 하는 풍토라서 말입니다.”
그 역시 그래서 온누리 교회에서도 최고로 바쁜 목회자 중 한 명이다. 영어부 예배 참석 교인들은 전 세계 30~40개국에서 온 영어권들로 1,500명 가량 된다. 그런 덩치 큰 식구들을 위해 일요일 두 번의 공식 예배 외에도 영어부 예배 행정을 위한 갖가지 미팅에 소그룹까지 담당해야 하니 근무시간은 물론 쉬는 날도 반납하고 교회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게다가 그의 관심의 영역도 광대하다. 그는 아주 오래 전부터 크리스천 밴드에 관심이 컸다. 그래서 올해 초엔 내슈빌에 있는 유명 크리스천 밴드와 작업을 함께 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보니 이 백년가약 맺은지 100일도 채 안되는 새 신랑, 신혼의 단꿈을 즐길 틈도 없다.
“아내도 많이 이해해 줍니다. 둘다 서울와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전혀 다른 환경의 목회를 한다는 게 결코 제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목회자이기 이전에 한인 2세 젊은이로서 그 역시 ‘문화적 충격’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단시간 하나의 이슈에 몰입하는 한국인의 에너지는 정말로 대단합니다. 그러다 보니 단결력 하나는 세계 최고가 아닐까 싶어요. 한국사람들에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처음 보는 제게는 입이 벌어질 만큼 놀라운 광경입니다.(웃음)”
어디 긍정적인 측면만 있겠는가.
“누구나 합의하는 에티켓 문화가 실종된 것 같아요. 레드 라이트에 길을 건너는 보행자는 물론이고 신호체계 무시하는 택시 운전사들도 처음엔 경악할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웃음)”
그뿐이 아니다. 조직생활에 있어 실력만큼이나 ‘눈치’가 꽤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으며 너무 바쁘고 바쁜 서울 생활이, 창조력이 상실된 콘크리트 정글은 때론 이 목사를 지치게 한단다.
“아마 지금까지 그랬듯이 이곳에 안주하게 되진 않을 듯 싶습니다. 언젠가 다시 제가 나고 자란 미국으로 돌아가겠죠. 그 곳에서 1세와 2세들이 어우러진 이상적인 목회를 해보고 싶습니다. 지금이든 그때든 실패할 수 있겠죠. 그러나 두렵진 않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할 테니까요.”
그가 서 있는 이곳 서울, 멀리 나는 갈매기의 비행지점 중 어느 한 점에 지나지 않을 듯 싶다. 앞으로도 날아야 할 일이, 멀리 봐야 할 일이 더 많은 바쁜 갈매기의 한 지점 말이다.
<이주현 기자>
<글 싣는 순서>
1회-KT 김범준 상무
2회-온누리 교회 영어부
이동훈 목사
3회-LG 필립스 LCD
설창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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