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수 억제… 운동 병행하면 더 효과
‘다이어트를 하겠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겠다’ ‘술담배를 끊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다이어트와 체중 줄이기는 모든 남녀의 주요 신년계획으로 꼽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먹고 싶은 음식을 참거나 땀 흘려 운동하는 ‘고행’보다는 쉽게 살 빼는 방법이 없는지, 다이어트 약들을 찾아보게 된다.
살 빼는 약이라 알려진 ‘알리’(Alli)는 마켓이나 코스코, 약국 등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인기 다이어트 필. 주류 여러 매체에서 2007년 의학계 최대 뉴스로 꼽힌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수 있는 다이어트 약이다. 비만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알리’는 현재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알리’는 진짜 다이어트에 도움되는 친구일까 아니면 적일까. 유혹적인 선전 문구의 살 빼는 약 ‘알리’는 과연 어떤 약인지 알아본다.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
큰 부작용 없어 인기끌어
대변으로 지방 대량 배설
다이어트 효과 보게돼
과격한 살빼기보다는
꾸준한 운동 습관이 중요
■ FDA 일반 의약품 승인
누구나 쉬운 다이어트를 꿈꾼다. 정석대로 하자면 아무래도 시간도 걸리고 힘도 들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제 ‘알리’는 다국적 최대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 만든 약으로 지난해 초 일반 의약품으로 FDA(연방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다. 18세 이상 성인에게만 권장한다는 조건하에 지난 6월부터 공식적으로 일반 마켓, 약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사실 체중 감량제가 오버-더-카운터 버전으로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알리’가 처음이다. 보통 살 빼는 약 하면 식욕 억제제를 떠올리지만, ‘알리’는 지방흡수를 저지하는 지방흡수 억제제다.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지방을 25% 감소시키며 특히 이 약품을 복용하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0%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제약회사의 설명. 식사를 통해 흡수되는 지방은 ‘알리’의 작용으로 대변으로 배출된다. 제약회사인 글락소의 연구에 따르면 알리를 복용한 그룹에서는 약 28%나 6개월 만에 체중을 5~10% 정도 감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감량은 기대 말아야
복용 초기엔 대변시 지방 배출 등 불편할수도
■ ‘알리’는 어떤 약
‘알리’는 브랜드 명이고, 성분명은 ‘올리스타트’(Orlistat)다. 사실 획기적인 신약은 아니다. ‘알리’ 이전에 이미 제니칼이 지난 1999년 비만치료를 위한 처방약으로 승인된 바 있다. ‘알리’는 제니칼의 용량 120mg의 절반인 60mg에 해당한다.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었던 ‘제니칼’과 달리 ‘알리’는 18세 이상으로 과체중, 비만인 사람은 마켓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알리’나 ‘제니칼’ 모두 비만치료제로 살 빼는 데 도움을 주는 약으로 탄생됐다. 두가지 모두 심각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니칼은 체중감소 외에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당 수치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성분이 같은 두 가지 약 모두 식사 때 섭취하는 지방을 인체에서 흡수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물질로 작용한다.
올리스타트는 대사변화를 유도하는 약제. 위, 췌장의 지방분해요소(리파제)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섭취한 지방의 약 30%를 흡수 않고 몸 밖으로 배설시킨다.
만약 식사에서 15g 이상의 지방을 섭취한다면 엑스트라 지방은 기름기 있는 대변과 방귀로 배출된다. 햄버거와 스몰 사이즈의 프렌치 프라이는 약 38g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알리’를 복용하면 이중 23g의 지방이 배출되는 것. 복용시작 후 1~2일 지나면 대변을 볼 때 대부분의 환자가 깜짝 놀랄 정도로 지방이 배설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쉽게 얘기하면 변에 기름이 좔좔 나온다. 한 달간은 대변이 묽게 자주 나와서 심하면 운전 중 급히 화장실을 찾을 수도 있고, 개스배출이 많으며, 가끔 항문에서 기름이 나오는 듯한 느낌과 함께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 기간만 잘 견디면 약에 적응해 배설문제는 없어진다.
그렇다고 음식섭취 때의 지방 흡수만 막는 것이 아니다. 제약회사에 따르면 음식을 통한 불필요한 지방 섭취를 막기 때문에 인체에서는 그간 축적했던 지방을 필요한 에너지로 대체하게 되고, 결국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것. 또한 ‘알리’는 ‘제니칼’보다 20%나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 알려져 있다. 복용은 하루 3회 60mg 짜리 캡슐 알약 하나를 식사와 병행하게 된다. 식사 직후 또는 식후 1시간 이내 복용하며 하루 3개 이상 먹으면 절대 안 된다.
현재는 드럭스토어나 마켓에 60알 짜리 스타터 킷, 90알 짜리 스타터 킷, 120알, 150알 짜리 등이 판매되고 있다. 한달 비용으로는 50~60달러 정도.
FDA에서는 ‘알리’에 대한 임상 실험결과,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약 5파운드의 살을 뺐던 사람이 이 약을 함께 복용하자 8파운드의 다이어트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제약회사에서는 그냥 운동과 식이요법만 하면 10파운드 정도 뺀다고 가정하면 ‘알리’를 함께 복용할 경우 15파운드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이 약과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병행하면 6개월간 5~10파운드 정도 빠진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허리둘레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B MI(체질량 지수)가 적어도 27 이상인 경우 더 효과를 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과체중이 아닌 사람은 먹을 필요가 없고 권하지도 않는다.
90알짜리가 들어 있는 ‘알리’ 스타터 팩. 하루 분량의 알약 3알을 넣어두는 케이스와 가이드북, 건강하게 체중 감량하는 법, 건강하게 먹는 법, 칼로리와 지방 계산, 일기노트 등 포켓사이즈의 미니 북이 함께 들어 있다.
“음식을 통한 불필요한 지방 섭취 막고
축적됐던 몸속 지방은 운동에너지 전환”
■ 부작용은 없나?
전문가들은 “이 약을 단독으로 사용해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약과 함께 칼로리에 신경쓰는 식이요법과 운동 등이 병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알리’를 먹는다고 칼로리를 적게 먹는 다이어트나 운동을 하는 것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 바꿔 말하면 무조건 ‘알리’만 먹는다고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약만 복용해서는 아무 효과가 없을 수 있다. 또한 여느 다이어트처럼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약 복용시 기름이 나오는 것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약 먹기를 싫어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또 지방의 흡수를 막기 때문에 비타민 A, D, E, K 같은 지용성 비타민 섭취 시에는 주의해야 한다. 이 같은 지용성 비타민이 함께 들어있는 멀티비타민을 섭취하고 있는 경우는 잠자기 전에 먹을 것이 권장된다.
가장 불편한 점은 바로 앞서 지적한 것처럼 대변습관이 바뀌는 것. 설사 같은 변이나 기름기가 좔좔 빠져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기름진 음식보다 로우-팻 식사를 하는 경우는 기름이 너무 많이 나오는 부작용은 덜한 편.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먹는 경우나 당뇨병, 갑상선 질환은 꼭 의사와 상의해 복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결장암 직전의 장애증상을 야기한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알리(Alli) 주의할 점
▲구매시에 ID를 보여주어야 한다.
▲임신했거나 모유수유 중이라면 절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장기 이식수술환자 또는 시클로스포린(cyclosporine)을 복용하는 경우도 복용하지 말 것.
▲약 복용 후 앨러지 반응을 일으키면 당장 복용을 중지하고 주치의와 상의한다.
▲항응혈제(warfarin) 등을 복용하는 경우 역시 주치의와 알리 복용에 대해 상의한다.
▲과체중이 아닌 경우 역시 복용하지 않는다.
▲추가 정보는 ‘마이알리’(www.myalli.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만 관리
하루 300칼로리 덜 먹고
매일 1~2마일은 걸어라
비만, 과체중은 우선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3~6개월 정도 충분히 시행한 후, 그래도 체중이 줄지 않으면 다이어트 약에 관심을 갖도록 한다. 과다 체중을 빼기 위한 약물 투여는 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이 27 이상이고 그 외 다른 질병의 초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투여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운동과 식사요법이다. 또 급격한 감량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빨리 빼는 것은 지방보다 근육의 과수분을 줄여 요요현상을 불가피하게 일으킨다. 체중은 서서히 감량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보통 다이어트 약물을 찾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실패한 경우, 또는 필사적으로 살을 빼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의 경우 2~3개월 안에 자신이 원하는 수치가 나오지 않으면 중도 포기하고 만다. 또 문제는 ‘알리’같은 약을 복용해도 체중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게 된다. 빠른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체중 감량은 서서히 진행해야 건강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살을 건강하게 빼고 싶다면 과격한 살빼기보다는 하루 칼로리에서 300칼로리 정도 덜 먹고, 매일 1~2마일 정도 꾸준히 걷는 건강한 생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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