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년에 하고싶은 일
난 12월을 가장 좋아한다. 일년 내내 기다린 12월의 하루는 48시간으로 길게 늘리고 싶어 안간힘을 써 보았는데도 벌써 훌쩍 아쉽게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몸을 움추려야 할 정도로 차가운 겨울의 추운날씨가 스스로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 좋고 왠지 모르게 찾아드는 외로운 듯한 감정은 지나온 1년을 되짚어보고 또 새로운 한해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를 만들어 주어 좋다. 이 겨울의 정점인 한해의 끝을 물고 새로운 해가 시작하는 연말연시는 큰 기쁨을 안겨줄 기회를 기다리며 상점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 풍성함이 좋고 가슴속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며 무엇으로 감사의 표현을 할까 생각해보는 즐거움이 좋다.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것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큰 기쁨이라는 것과 크고 비싼 선물보다는 정성이 담긴 선물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고이 간직하고 있는 선물중에는 30여년전 중학교에 재직할 때 학생이 내가 좋아하는 사자를 수놓아 준 것과 한 친구가 직접 야생화를 따다가 곱게 말려 하나하나 조각이음을 해 만든 예쁜 꽃그림이다. 학교에 있다 보니 많은 학생을 접하고 그중에 손수 수를 놓아 그림을 만들어주는 정성스런 사람도 만나고 또 어떤 학생은 부인과 밤을 새어 대추를 곱게 자르고 잣과 꿀을 넣어 직접 만들었다는 대추차를 받기도 했다. 냉장고에 간직한 작은 병을 보면 정성이 고마워 쳐다보기만 해도 그윽한 정에 취해 즐거워진다. 그런 선물중에 또 내가 귀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친구들이 직접 쓴 책이다. 책을 선물로 받으면 그 책을 집필하느라 힘들어 했던 친구의 노고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집대성해 내놓은 친구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그런 친구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우쭐감에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모른다.
올해는 세권의 책을 받았다. 하나는 대학선배이며 같은과 맞선배의 신랑인 하종강씨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이책은 그가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하며 만난 각 분야의 대표 노동자를 인터뷰하여 “한계레 21”에 2년 반동안 연재하던 내용을 묶은 것으로 후마니스타에서 출간되었다. 수 십년을 한결같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서든 달려가 노동문제를 함께 고심하는 그는 내 마음속에 열심히 사는 인간의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책에 소개된 각 분야의 대표 한분 한분 글속에서 만나며 감히 난 “특수교육 순악질 여사?”로 멋모르고 인터뷰에 참여한 것이 부끄러워 새해에는 다른 주인공들만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하게 해준다. 또 다른 하나는 정숙희씨의 “그들은 왜 교회를 떠났는가”라는 책이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선물로 건네받은 책은 제목부터 날 흥분하게 하였다. 자극적인 제목의 책을 받고는 그날 들려야 했던 모든 곳을 취소하고 집으로 들어와 바로 펴봐야 했던 책이다. 이민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해 한국일보에 10여년 간 연재한 내용을 모아 홍성사에서 출간된 책인데 어쩜 그렇게 내 마음에 있는 생각과 똑같은지 읽는 내내 속을 들킨 것같은 당황함과 글이 짧아 표현해 내지 못했던 답답함을 한 번에 날려주는 통쾌함이 있고 내 스스로의 믿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의미있는 책이다. 그 친구의 당찬 붓솜씨를 귀감으로 삼아 나도 새해부터는 생각을 더 당당하게 글로 표현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특수교육 분야의 책으로는 김세주씨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의 이해(C. Zeigler & A. Zeigler)”라는 번역서로 시그마프레스(http://www.spress.co.kr/)에서 출간되었다. 재활의학과 의사이며 교수인 그는 30여년간 장애를 가진 어린환자들을 접하며 신체적인 어려움보다도 더 대처하기 어려운 행동적이고 사회적인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부모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로 번역된 책이다. 대부분의 번역책이 원본보다도 이해가 어렵고 전공서적외에 부모들에게 지침서가 될 마땅한 책이 적은 것이 현실에서 이 책은 장애아동의 실예를 중심으로 그들의 경험담을 통해 부모에게 자녀의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을 이해하고 가정에서 도와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아주 쉬운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으면서도 교사교육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나에게는 장애아동들이 실질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지내고 있는 가정에서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연구하는데는 소홀했음을 일깨워 준다. 새해에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글과 강의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본다.
선물은 마음의 표현이고 좋은 선물은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여 정성을 담아 주고받은 선물을 되짚어보며 그것을 통해 2008년을 맞이하여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한 새로운 각오를 세워본다. 벌써 집필한지 1년이 되어가는 한국일보의 “특수교육 알아보기” 칼럼을 통해 2008년 한해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특수교육 관련정보를 듬뿍 담아 장애인이 우리 가까운 이웃으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올바른 방법을 알리고 더 많은 한인 1.5세와 2세들이 특수교육을 진로로 삼을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주는 기회의 장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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