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데운 사케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국물이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다. 여러 음식과 잘 어울리지만 어묵탕이 제격이다.
정종으로 불리는 사케는 원래 술을 총칭하는 단어지만, 쌀로 빚은 일본 청주를 지칭하는 뜻으로 통용된다. 사케는 쌀로 빚어 가장 맑은 상태로 잘 걸러낸 상태의 술을 의미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일본술’(니혼슈)이라고도 불린다. 한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정종’이란 말은 수천가지나 되는 사케의 한 상표로 일제 당시 한국에서 잘 팔리던 ‘무사무네’(정종)란 사케에서 비롯됐다. .
쌀로 빚어 맑은 상태로 걸러낸 청주
따뜻하거나 차갑게 마셔도 술~술~
혈액순환 돕고 나쁜 콜레스테롤 없애
▲청주는 한국이 원조
청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술이다. 문헌에 의하면 삼국시대 이전 마한시대부터 맑은 곡주를 빚어 조상에게 바쳤다고 한다. 일본의 고사기에 의하면 ‘서기 270년께 백제의 인번이 일본에 들어가 새로운 방법으로 청주를 빚어 그를 주신으로 모셨다’는 내용이 나온다. 흔히 일본 술로 알려져 있지만, 그 원조는 우리나라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청주는 일본에서 그 제조법이 잘 다듬어져 우리나라에 역수입되고 있다.
청주는 여타 술과 다른 면이 많다. 그 만큼 개성이 강한 술이다. 우선 음용 온도 범위가 다양하다. 취향에 따라 데워 마시거나 차게 마실 수 있다.
맛도 다양하다. 흔히 청주엔 다섯 가지 맛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단 맛, 신 맛, 매운 맛, 떨떠름한 맛, 쓴 맛이 바로 그것이다. 향이 그윽하면서도 깊은 것도 특징이다. 그만큼 향의 종류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케의 향은 수천가지에 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바로 사케에는 장인정신이 배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양조기술도 섬세해 아주 작은 차이만으로 맛이 달라지곤 한다.
맛만 좋은 게 아니다. 적당히 마실 경우 건강에도 좋은 술이 바로 사케다. 저도주인 사케를 적당량 마실 경우 모세혈관의 움직임을 활성화시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늘려주고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산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청주의 원료와 종류
청주의 원료는 크게 세 가지다. 쌀과 물, 그리고 누룩이다. 청주에 사용되는 쌀은 그냥 쌀이 아니다. 외피를 깎아 낸 속살이다. 쌀의 외피에는 조지방, 조단백질, 조섬유 등 다양한 영양소가 포함돼 있는데, 이것들이 발효과정 중 효모에 과다한 영양원을 제공해 향과 맛을 나쁘게 하는 원인물질로 작용하기 때문에 외피를 깎는 것이다.
또한 바깥부분에 많이 있는 무기질 성분이나 색소 등으로 인해 그 자체가 청주의 색과 맛, 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도정을 많이 해 바깥부분을 많이 제거할수록 보다 우수한 품질의 청주를 만들 수 있다.
외피를 깎아낸 정도, 즉 도정률(rice polishing ratio)은 청주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도정률이 50% 이상인 사케를 ‘다이긴죠’라고 하는데 이게 가장 좋은 품종이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시켜 부드러운 맛과 향이 나는 최고급 사케이다. 도정률이 40% 이하인 사케는 ‘긴죠’라고 한다. 다이긴죠 만큼은 아니지만 긴죠 역시 과일향과 부드러운 맛이 나는 프리미엄급 사케다.
원료 및 제조법으로 종류를 나눌 수도 있다. 순수한 쌀과 물, 누룩만으로 만든 것을 준마이슈 타입이라고 한다. 술에서 쌀 맛이 느껴지는데 그 맛의 종류가 연한 맛에서 진한 맛까지 다양하다. 쌀과 누룩 외에 제한된 양의 양조 알콜을 첨가한 종류는 혼죠조 타입이라고 한다.
이 밖에 후츄 타입이 있는데 이는 가장 대중적인 일반 사케로 특별한 도정률이나 주조법이 없다. 일체의 알콜이 첨가되지 않고 가장 많은 외피를 깎아낸 쌀과 누룩만으로 만든 종류가 바로 ‘준마이다이긴조’인데, 이 종류가 가장 프리미엄급이라 할 수 있다.
주조 기술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다. 발효 후 미살균된 상태에서 병에 담겨지는 사케를 ‘나마사케’라고 하는데, 신선한 맛이 특징이다. 반면 저온 살균 후 병에 담은 것을 ‘나마죠조슈’라고 하는데, 과일향이 난다. 이 밖에 장기간 숙성해 중후하고 깊은 향을 내는 것을 ‘고슈’라고 한다.
▲개봉하면 빨리 마셔야
직접 구입해 마실 경우에는 보관에 신경 써야 한다. 사케는 직사광선과 열에 약하기 때문에 빛이 없고 서늘한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한번 개봉한 후 약 1년 정도까지 보관이 가능하지만, 가급적이면 빨리 마시는 게 좋다.
잔도 다양… 취향 따라 골라 마시는 재미
사케는 마시는 잔도 종류가 다양해 술잔을 취향에 맞게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본 사케 전문점에 가면 주문할 때 다양한 잔도 함께 나오는데 자기 취향에 맞게 고르면 된다. 어느 잔으로 마시느냐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있다. 드라이한 맛의 사케인 가라구치 종류를 마실 때에는 잔 끝이 안으로 모아지는 잔으로 마시는 게 좋다. 혀의 목젖 가까운 부분이 쓴 맛을 감지하는 부분인데 잔 끝이 안으로 모아지는 잔으로 마셔야 가라구치의 드라이한 맛을 목 깊이 직접 느낄 수 있다.
반대로 향이 부드러운 아마구치 종류를 마실 때에는 잔 끝이 약간 밖으로 퍼진 잔을 사용하는 게 좋다. 마실 때 혀의 양쪽으로 넓게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마구치의 맛을 더 잘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혀의 양쪽에 단맛을 감지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스파클링 사케를 마실 때에는 긴 잔을 이용하는 게 좋다. 상큼한 맛을 느끼는 혀의 깊은 부분에 직접 전달되기 쉽기 때문이다.
사케는 종류도, 맛도 수없이 많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인정신이 깃들여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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