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국-아, 시원하다 숙취 말끔히
동문회와 각종 송년파티 등 술자리가 잇따르는 연말.
오랜 친구들을 만나 반가운 술잔을 기울이며 옛 추억에 빠지는 것은 연말을 더욱 설레게 만드는 즐거움이다. 문제는 다음날 찾아오는 과음으로 인한 숙취. 특히 술자리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한인들에게는 다음날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구토 증세에 두통, 무기력증을 선사하는 숙취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통해 숙취를 해소하는 지혜를 발휘해 왔다는 사실이다.
과음으로 인해 불편한 속을 확 풀어주는 것은 해장국, 북어국이나 콩나물 국 등과 같은 시원하면서도 뜨거운 국물이 최고. 해장국은 주로 소나 돼지 뼈 국물에 감자, 콩나물 등을 넣어 얼큰하게 끓인 국으로 지방에 따라 콩나물 해장국, 선지 해장국, 북어 해장국, 우거지 해장국, 소고기 해장국, 재첩국, 뼈다귀 해장국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술자리를 즐긴 다음날 부글거리는 속을 달래주는 해장국은 숙취를 잡아줄 뿐만 아니라 원기까지 회복 시켜주는데 최근에는 숙취 제거 효능은 물론 맛과 영양이 뛰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보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재료와 조리방식, 맛 등이 모두 신토불이인 우리 음식 해장국. 그 유래와 맛을 살펴봤다.
콩나물 조개국
■나라별 숙취 제거 음식
일본-다랑어 국물, 프랑스-양파로 만든 수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술에 쓰린 속을 어떻게 달랠까?
한인과 가장 비슷한 해장국을 즐기는 민족은 러시아인인데 뜨거운 고깃국을 먹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거나 해장술을 마시기도 한다. 몽골에서는 양고기를 잘라 끓인 국물에 밀가루를 풀어 만든 탕을 즐기며, 그리스와 홍콩에서는 숙취 예방을 위해 과음 전 생 계란이나 버터를 먹어 위장내벽을 보호한다고 한다.
영국 술꾼들은 토마토 주스를 섞은 칵테일이나 맥주를, 핀란드인들은 절인 청어를 곁들여 차가운 맥주를 해장술로 즐긴다. 이탈리아 주당들은 토마토와 해산물이 들어간 얼큰한 수프로 해장을 하며, 프랑스 인들은 양파로 만든 수프로 쓰린 속을 달랜다. 태국 사람들은 과음한 뒤에는 쇠고기 육수로 만든 국물에 숙주 등의 채소를 넣은 수프를, 일본인들은 쌀로 쑨 죽 혹은 녹차에 다시마와 다랑어 국물 등을 부어 밥을 말아 먹는다.
북어국
서울은 선지 해장국
전주는 콩나물 국밥
충청선 올갱이 ‘유명’
▲해장국의 유래
원래는 ‘술국’이라 했고, 이후 ‘성주탕’이라 불리던 것이 해장국으로 불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8.15 해방 후 술기운에서 해방시킨다는 의미에서 ‘해장’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해장국은 1883년에 개항한 인천에서 기인한다. 당시 항구건설과 화물 출입으로 많은 서양인들과 조선인 일꾼들이 몰렸는데, 쇠고기를 주로 먹는 서양인들 때문에 남은 잡육과 내장, 뼈를 국으로 끓여 이른 아침 일터로 향하는 조선인들의 허기를 채웠으며 이것이 빈속을 푸는 해장국이 원조라고 알려졌다.
한편 해장국으로 유명한 청진동 해장국 골목은 구한말 청진동의 내를 끼고 들어선 장터에 나무 장사꾼들을 상대로 들어선 장터국밥집에서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그 당시는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면 국물을 주는 ‘술국’ 또는 요기가 되게 밥을 말아 먹는 ‘국밥’ 형태로, 해장이라는 말은 술로 쓰린 창자를 푼다는 해정이라는 문장에서 와전 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해장국의 종류와 효능
흔히 해장국이라 하면 선지 해장국이나 야채 해장국을 떠올리는데, 지방마다 독특한 풍속과 특산물,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해장국을 선보인다.
서울은 주로 소뼈를 고아낸 국물에 선지를 넣은 선지 해장국을 즐긴다. 해장국의 대표주자격인 선지 해장국은 철분과 단백질이 풍부해 주독을 풀어주며 피곤한 몸에도 활기를 준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지방에서는 콩나물국밥 혹은 추어탕을 해장국 대표로 꼽는다. 콩나물은 가장 대중적인 해장국으로 알콜 분해 효소인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다.
충청도 내륙 등 물이 맑은 곳에서는 올갱이를 넣은 해장국을 즐겼는데 올갱이는 당뇨와 알콜 해소 효능이 높고 소화기 계통의 원활한 신진대사를 돕는다.
부산 등 바다와 강물이 만나는 지역에서는 재첩 조개로 해장국을 끓여 속을 풀었는데 조개국과 재첩국에는 간 보호 효능이 탁월한 타우린이 많이 함유 돼 있다.
▲숙취 제거에 도움이 되는 음식
숙취를 푸는데는 수분과 당분, 알코올 분해효소가 필요하다. 술병의 주범인 탈수현상, 전해질 부족,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의 체내 축적 등인데, 아세트알데히드를 몸 안에서 분해시키는 데는 탈수소효소의 활동을 촉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땀을 뻘뻘 흘리고 코를 풀어가며 먹는 뜨끈뜨끈한 해장국은 탈수소효소의 활동 촉진을 위해 탁월한데 해장국 이외에도 콩나물국, 북어국 등 다양한 음식이 도움이 된다.
일단 콩나물국은 탈수소효소의 생성을 도와주는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에 많이 들어있어 숙취제거에 좋다. 북어국 역시 해장용 음식인데, 북어에는 아스파라긴산과 함께 메티오닌(methionine)이라는 아미노산이 들어있어 간의 피로를 덜고 해독을 도와준다. 또한 비타민 A와 B, B2 등도 풍부하며 이뇨작용이 커서 아세트알데히드의 배설을 촉진시킨다. 미역이나 조개 등 해조류에 들어있는 글리코겐(glycogen)도 역시 아세트알데히드의 대사를 도와준다.
흔히 해장국에 김치를 많이 쓰는데, 김치의 주된 발효균은 숙취를 푸는데 성능이 뛰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과와 배, 복숭아 등 과일에도 아스파라긴산과 더불어 비타민, 당분, 수분이 풍부해 숙취해소와 피로회복에 좋다. 녹차와 칡차도 숙취 푸는데 탁월한데 칡즙은 수분과 당분, 알콜 분해효소가 풍부하며, 녹차는 카페인과 타닌, 비타민 B와 C가 풍부해 알콜 분해효소의 활성을 높여 숙취를 돕는다.
묵은지 김치에 멸치국물을 넣고 떡국 떡과 밥을 넣어 끓여낸 경상도 토속음식인 갱식이는 숙취에 그만이다.
■한식당 성북동의 연말 토속음식 특선
토란대로 시원하고 깊은 국물 맛 ‘국밥’
묵은지에 떡 넣은 ‘갱식이’ 숙취에 그만
손영희 사장이 성북동 국밥을 선보이고 있다. 토란대와 안심, 아롱사태가 들어간 성북동 국밥은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속을 확 풀어준다.
타운내 한식당들도 ‘연말 과음’에 시달리는 고객들을 위해 해장국 등 여러 가지 연말 특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해장국뿐만 아닌 여러 다른 메뉴들을 선보이며 고객들 속풀이에 나서고 있다는 점.
타운에서 한식당 성북동을 운영하는 손영희 사장은 쓰린 속을 감싸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시원한 국물의 ‘성북동 국밥’과 김치를 넣고 끓여낸 ‘갱식이’를 선보이고 있다.
성북동 국밥은 한국 경북 김천에서 유명한 ‘지레 국밥집’을 운영하던 손 사장 어머니의 비밀 레서피를 그대로 이어받아 만든 메뉴로, 토란대가 들어가 시원하면서 깊은 국물 맛이 쓰린 속에는 그만이다.
묵은지 김치에 멸치국물을 넣고 떡국 떡과 밥을 넣어 끓여낸 갱식이는 경상도 토속음식으로 ‘갱죽’ ‘경식이’ ‘김치 국밥’ 등의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 음식은 김치 남은 것에 국물을 내서 밥과 떡을 넣어 진하게 우려낸 맛으로 한 겨울 저녁 늦게 술 마시고 들어오시던 아버님들께 예전에 어머니들이 끓여주던 토속 음식이라고 한다.
<글 홍지은. 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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