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영(논설위원)
미 경제전문지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전미 소매협회는 올 블랙프라이데이 매츨 증가율이 최근 5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월부터 몰아닥친 서브프라임 모게지 부실파문과 이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모처럼 맞는 연휴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0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 등 시장 영향력이 큰 변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뉴스들은 추수감사절을 맞는 한인업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이런 뉴스가 아니더라도 소매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인들은 이미 경기침체 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래서 올 해에는 다수의 한인들이 우울한 추수감사절을 맞는 분위기다.게다가 날씨마저 갑자기 쌀쌀해져 찬바람에 낙엽이 이리 저리 구르고, 원유 값마저 사상최대치로 솟아 ‘다시 석탄을 때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면 우리 같이 약한 이민자들은 다시 고향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고향소식도 별로 신통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뉴욕에서 30년 살았다는 어느 한 한인은 이제는 삶이 ‘생활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푸념을 하고 있다. 물가가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뉴욕에 산다는 것은 과연 그 것 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을 때가 있으면 어려울 때도 있는 법이다. 농경시대에는 가을에 추수하는 것으로 한 해의 결산을 보곤 했다. 그래서 풍년과 흉년이 바로 판단되지만 현대생활의 결산 주기는 꼭 그렇지만 않기 때문에 한 해의 수지결손으로 그 해의 흥망을 판단할 수는 없다. 흐린 날도 있고 맑은 날도 있듯이 증권이나 부동산은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는 것이다. 말은 쉽다고 할지 모르지만 모든 것은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주택가격이 항상 올라갈 수도 없는 것이고, 모든 생활에서 항상 자기만 잘되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 ‘게임의 법칙’이다. 올 추수감사절은 장부가 적자투성이고 지갑은 텅 비어서 별로 감사할 조건이 없는 사람이 많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성경의 구절대로 “비인 바구니로 인하여서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할 때가 바로 지금과 같은 때
가 아닐까. 사실 현대생활에서 경제문제는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 생활에서 경제는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할부금을 못내 차를 빼앗기고 전화요금을 못내서 핸드폰이 끊겨지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승용차가 없으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되고, 핸드폰을 가질 상황이 아니면 공중전화를 쓰면 되지 않는가? 핸드폰을 쓰기 시작한 지가 몇 해나 됐다고, 이런 마음의 여유를 갖고 ‘평상심’을 찾으면 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불가의 명언이 있지 않는가.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돌이켜 보면 ‘감사할 조건’이 아직도 많이 있을 것이다. 여하튼 가족이 건강하면 더욱 감사하고, 큰 화가 없으면 더더욱 감사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이 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1621년에 미국의 프리머스 항에 도착한 영국의 청교도인들이 첫 번째 수확한 농작물로 감사를 드린 추수감사절이 올해로 386주년이다. 이들도 그동안 감사절마다 행복하지만은 않았으리라. 전쟁이나 기근을 겪은 해도 많았을 터인데 그래도 그들은 감사의 축제를 벌였다. 올해는 경제적 불경기로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미 소매업협회는 26일까지 이어지는 연휴기간 동안 모두 1억 3700만 명이 쇼핑에 나서며 총 매출은 지난해 보다 5% 증가한 457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을 하고 있다. 소매업자들에게는 이나마도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의 선조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수확한 밀과 옥수수, 사냥해온 칠면조와 잡은 물고기로 감사의 예배를 올렸다. 그런데 우리는 왜 감사하는 마음이 점점 더 적어질까. 너무나 많은 것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가 아니라 빈대떡 부침만으로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옛날 사람들은 곱게 제분한 밀가루를 구경도 못했다고 하니, 오늘날 싼 값으로 최상의 밀가루를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더우기 요즘같이 어려운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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