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비해 관용이 넘치는 미국
자녀교육 지나친 일 없나 살펴봐야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얘기인지 모르지만 일본 스모 최강자 아사쇼-류를 둘러싼 얘기를 해보면, 그가 11월 행사인 큐슈 리그전에도 결장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작년 7월 나고야 리그전에서 승리한 후 허리통증을 사유로 요양차 출신국인 몽고로 귀국을 했었는데, 동네에서 벌어진 축구시합에서 골까지 터뜨리는 맹활약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샀고, 결국 9월에 이어 11월에도 결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휴가 때 축구를 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아사쇼-류는 몽고출신인데 일본 스모 역사상 가장 천재적인 선수로서 아직도 창창한 나이에 스모계의 기록이란 기록은 모두 갱신일로에 있었고, 일본 스모의 최고 랭킹인 요꼬즈나, 즉 그랜드챔피언이었던 관계로 8월에 열리기로 되어 있는 일본 내 홍보행사에 꼭 참가해야 할 입장이었으나, 허리통증을 이유로 불참하고 출타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축구시합에는 마침 몽고를 방문중이던 전 일본 축구대표선수 나카다 선수도 함께 뛰었고 그 시합광경은 특급뉴스로 일본 전지역에 방송 되었던 것이다. 물론 스모팬들은 스모협회의 행사를 동네축구보다 비하시킨 것이라고 크게 격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반응은 오히려 “아사쇼-류 참가 절대반대”라는 방향으로 돌았고, 스모협회까지도 무슨 흠을 잡아서라도 중징계의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눈치였다. 당장 허리통증의 재검사를 요구했고, 만일 이상이 없었다면 즉시 제명처분할 기세였다.
다행히 문제가 있어서 몽고에서 치료받는 것을 허락해 주었는데 마치 범죄자를 귀양시키는 모습으로 협회간부의 감시아래 요양지로 향하게 했고, 또 이렇게 몽고로 재출국하는 모습을 본 마에노우미라는 오야카타는 이것이 아사쇼-류의 마지막 길일 것이라고까지 점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요양차 귀국했다가 요통을 무릎쓰고 동네축구에 뛴 것은 선수로서 자기관리를 소홀히 한 분명한 실수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실수인데 왜 그렇게까지 문제시 해야만 했을까?
우선 의심되는 것은 일본사람들의 시기심이다. 70년대 초반에 하와이 출신의 장신 백인선수 다카미야마도 한번 정도 우승은 했지만 곧 훨씬 작은 일본 토박이 선수들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고, 이어서 사모아계 하와이안인 꼬니시키, 아께보노, 무사시마루 등도 90년대에 몇차례 우승도 하고 후자 두명은 요꼬즈나의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곧 와까노하나, 타까노하나 등 신세대 일본인 선수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아사쇼-류가 그랜드 챔피언으로 등극한 2003년 5월 이후로는 4년 넘게 장기집권을 하면서 아직도 전혀 빈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국기라고 자부하는 스모가 몽고선수들의 독점무대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네들의 요꼬즈나가 협회행사를 저바리고 몽고에서 동네축구를 하고 있었으니…
하기야 조치훈이라는 바둑기사가 일본 바둑계를 정복하고 제일 중요한 5개 시합에서 승리, 처음으로 5관왕이 되었을 때에도 당시 바둑잡지가 전혀 엉뚱한 기사로 표지를 장식했던 것도 생각난다. 그러나 일본을 오랫동안 주시해 온 사람들의 느낌은, 이번사건은 근본적으로 일본 사람들이 용서라는 것을 모르는 민족이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얘기를 한다. 그것은 지금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카메다라는 권투선수의 사건에서도 볼 수 있다. 19세의 소년이 승승장구의 기록으로 챔피언 도전권은 따 냈으나 패기는 넘쳤어도 아직 기량이 모자라니까 비열할 정도의 반칙을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인데, 패전 후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고, 또 방송 인터뷰에서 삭발까지 하고 사과를 했고, 그것도 모자라니까 본인이 다시 단독으로 회견을 열어 누누이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여론조사는 아직도 매정할 정도로 냉랭하다.
하라키리라도 하기 전에는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것같은 태도다. 외국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의 한 면인 것이다. 일본에 오래산 한 분이 말하기를 일본이 위안부문제를 시인 못하는 이유는 “만일 시인하면 그것이 일본정서로는 국가적 하라키리로만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기에 결사적으로 부인한다는 얘기다.
일본은 전후 놀라운 발전을 해서 모든 면에서 초선진국으로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세계가 보는 일본은 아직도 강대국의 대열에는 끼어주지 않는 것을 본다. 아니 유엔의 경비를 미국 다음으로 많이 부담하면서도 스스로 그런 자리에 서기를 결사반대하는 세력이 일본 내에도 아직 많이 있는 것이다.
일본 천황이 미드웨이 함상에서 맥아더 장군에게 조건없이 항복했을 때에 미국은 일부 전범을 처벌한 것을 빼고는 군수재벌도 그냥두었는데, 이런 관용이 오히려 일본인들의 특유한 정서 때문에 온전히 용서받을 기회를 빼앗김으로 인해 아직도 패배자로서의 비굴함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간에, 우리 자녀들이 살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는 다행이 아주 쉽게 용서해 주는 나라이다. 대통령의 저격범을 살려주고, 재직시 백악관 사무실에서 추행한 사람을 또다시 백악관으로 불러들이려고 하는 것이 미국이다. 잘못한 죄값이 크더라고, 더 이상 사회에 해를 끼칠 우려가 없다면 얼마든지 관용을 베풀어주는 나라가 미국인 것이다. 인종적 차원에서도 소위 말하는 “칼라블라인드”를 입법화하고 실행하고 있는 나라인 것이다.
이런 용서와 포용의 나라에서 우리는 우리 자녀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우리가 오히려 미국 본토박이 보다도 더 시기심을 일으키고 인종적 민족적 차별을 하며 과격한 민족주의나 도를 넘는 “애국주의”로 자녀들을 필요 이상으로 의아해 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문의: (213)210-3466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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