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비교말고 다툴 땐 개입말라
형제나 자매간에 나이차가 2세 미만이라면 청소년기 어느 때 쯤엔가는 동생 발이 형보다 더 커지는 시점이 올 수 있다. 자신의 신발이 작다며 형에게 물려주는 순간, 동생은 그 기쁨을 어쩌지 못해 제방에 가서 혼자 자꾸 웃는다. 그리곤 속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많이 당했었는데, 이런 날이 와주다니…” 아직 키는 형보다 작고 발만 더 큰데도 동생은 그리 기쁠 수가 없다. 태어나서 여태껏 신체적으로 형보다 작아서 장난질 몸싸움을 할 때 항상 불리했었기 때문이다. 서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운명적으로 맺어진 친구인 형제자매, 오누이. 서로 잘나 보이기 위해, 부모의 관심을 더 끌기 위해 싸우고, 헐뜯고, 이르고… 아무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형제, 자매간 전쟁 다루는 법 5가지를 페어런팅지 11월호가 소개하고 있다.
공유할 물건·공간 구분해주면 다툼 줄어
부모의 관심 끌려는 사소한 투정은 무시
1. 경쟁
어린 날의 질투가 조금 더 크면 경쟁심으로 바뀐다. 아동심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민하다. 문제를 두고 불평은 하지만 이것이 공평한 것인지 아니면 불공평한 것인지를 스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따라서 언니의 취침시간이 자신보다 늦은 것을 가지고 까탈을 부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모가 한쪽만을 위해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한다던지 어떤 특정한 활동을 한쪽과만 더 많이 하는 것을 눈치 채는 순간 심통을 부리기 시작한다. 부모의 관심에서 밀리기 싫은 경쟁심 때문이다.
◆모든 아이를 똑같이 대하려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같은 뱃속에서 나왔지만 관심과 성정과 개성이 모두 다르다. 쌍둥이가 아닌 이상 연령과 발달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벌칙도 달라야 하고 ‘사인 업’ 하는 활동도 달라야 한다.
◆그러나 공평해야 한다
누나는 바이얼린 경연에서 수상을 했고 남동생은 성적표를 잘 받아왔다. 둘 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 부모는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 한쪽을 축하해 주면서 다른 아이가 소외감 느끼지 않도록 다른 시간에 축하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이다.
◆사소한 것은 무시한다
오빠 컵의 주스가 자신의 것보다 더 많다는 불평은 불만보다는 부모의 주의를 끌기 위한 내심이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행복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말려들지 말고 그냥 지나간다.
◆비교하지 않는다
어떻게 비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듣는 데서는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이 어른만큼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겪을 뿐이다.
◆잘난 체하지 못하도록 한다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존감과 남에 대한 무례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가족 간의 결속력을 강화시켜 준다
“민우에게 장난감 줘라”보다는 “네 동생에게 장난감 줘라”는 식으로 용어선택을 한다.
2. 말싸움
◆어떻게 할지 말해 보게 한다
형의 장난감을 그냥 날름 집어오기 전에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이번에는 내가 그 장난감 좀 가지고 놀아도 돼?”라고 말해야 된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형은 분명히 “지금은 안 돼”라거나 혹은 “조금 있다가”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부모는 동생에게 큰 숨을 내쉬면서 진정하는 모습을 보여주던지 아니면 기다리는 동안 다른 장난감을 가져다준다.
◆끼어들지 않는다
다른 방에 있을 때 아이들이 싸우면서 불러도 위험상황이 아니면 모른척한다. 두고 보면 스스로들 해결하는 경우가 꽤 많다.
◆편을 들지 않는다
한 쪽만을 ‘나쁜 아이’로 몰고 가면 속이 후련해진 다른 아이는 다음번에도 중재를 요청하거나 고자질을 하게 된다.
◆아이가 아닌 문제를 문제 삼는다
TV 때문에 싸운다면 “TV도 좀 쉴 시간이 필요할 거야”라고 문제 해결에 집중한다.
3. 영역 분쟁
◆공유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에 대한 선을 그어놓는다
큰 아이에게 동생이 만지면 안 되는 일기장 같은 물건은 락박스로 채우거나 높은 선반 위에 올려놓게 한다.
◆공간적인 영역도 한계를 정해 놓는다
자신만의 침실에는 자신만의 물건을 놓아둔다는 식이다. 방을 같이 사용한다면 각자의 선반, 드레서, 장난감 빈 등을 비치하도록 한다.
◆규칙은 아이들이 정하게 한다
TV 쇼 프로그램 선정 등에 부모가 끼어들어 질문의 홍수를 퍼붓지 말도록.
4. 큰 아이가 권위적이고 고압적일 때(Bossiness)
◆부모가 원하는 것을 명시한다
큰 아이들은 동생에게 권위적으로 구는 것이 작은 아이를 갑갑하게 하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일을 부탁하거나 지시할 때 “동생에게 레고 쌓는 법을 가르쳐 주고 네가 하는 것처럼 배울 수 있도록 연습할 기회도 줘라”는 식으로 자세하게 한다.
◆고압적이지 않았을 때 칭찬해 준다
“네 동생에게 개와 고양이 그리는 법을 인내심 있게 찬찬히 알려주어 정말 고맙구나”라는 식으로.
◆우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서 사실 강요해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형제자매도 있지만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형제자매도 있게 마련이다. 감정이란 일상적인 삶에서 서로간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정서적, 신체적 반응이다. 연령과 개성 등 변수가 많은 문제인 만큼 분위기는 조성하되 반목을 문제 삼아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는다.
5. 동생이 달라붙을 때
◆큰 아이에게 인내를 부탁한다
동생의 한계를 이해시키고 언니처럼 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동생의 관점에서 사물을 설명해 준다.
◆큰 아이만의 영역을 인정한다
방이나 뒤뜰의 한 부분, 지하실의 일부분 등 큰아이가 자신만의 친구와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이때 작은 아이는 함께 어울리지 못하게 한다.
◆떨어져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아무리 좋은 사이라고 해도 24시간 붙어 있으면 서로에게 짜증나는 시간이 있을 수 있다. 큰 아이는 혼자 혹은 그의 친구와 어울릴 수 있도록 부모가 작은 아이를 따로 떼어 같이 시간을 보내준다.
◆더블 플레이데이트를 주선한다
큰 아이는 큰 아이들 친구와 작은 아이는 작은 아이들 친구와 놀 수 있도록 각자의 친구를 동시에 불러준다. 혼돈의 시간일 것 같지만 예상 외로 평화로운 플레이데이트가 될 수 있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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