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을수록 고소하고 은은…
구이-회-무침 “뭐든 좋아”
요즘 한국의 남해안 선착장에는 만선의 깃발을 휘날리며 돌아오는 어선들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다름 아닌‘바다의 깨소금’이라 불리는 싱싱한 전어를 구하기 위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미식가들도 이 맘 때면 입맛을 다시며 단숨에 바다로 내달린다.
전어는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극동 아시아 연안에만 서식하는 청어목 청어과 바다 물고기로 9월 중순~11월 초까지가 제철이다. 성질이 급해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에 양식이 안 되고 횟집 수족관에서도 하루 이상을 버티지 못하는 물고기다.
<9~11월 제철을 만나 오동통 살이 오르는 전어는 각종 수식어구를 갖고 다닐 만큼 뛰어난 맛과 영양을 자랑한다. 아씨마켓 생선부의 김민기 매니저가 막 들여온 싱싱한 전어를 선보이고 있다.>
때문에 예전에는 어부들이나 맛 볼 수 있는 잡어 취급을 받았는데, 활어 수송기술의 발달로 전어의 장거리 수송이 가능해 지면서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고소하게 구워 먹기도 하고 어슷어슷 두툼하게 썰어 된장을 넣어 만든 쌈장을 상추 또 깻잎에 얹어 먹는 회, 혹은 무침으로 즐기는 전어는 씹을수록 뒷맛이 고소하고 은은한 것이 “전어 앞에서는 가족 간의 사랑이나 이웃 간의 정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오죽하면 “사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돈을 따지지 않아서 ‘전’(돈을 뜻하는)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혹은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 온다” “가을 전어 머리는 참깨가 서말”, “전어 한 마리가 햅쌀밥 열 그릇 줄인다”라는 말 등이 나왔을까.
DHA·EPA 풍부 기 돋우고 해독도
<전어의 영양>
온갖 미사어구와 과장, 해학의 주인공인 만큼 맛이 뛰어나지만 영양면에서도 뒤지지 않는 훌륭한 보양식이다.
전어에는 일단 뇌 기억과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다는 DHA가 풍부하다. 뇌혈관 질환을 예방한다는 EPA도 다른 생선에 비해 풍부하다. 또한 인체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아미노산이 8종류나 있으며 콜레스테롤과 체지방을 분해하는 타우린도 많이 들어있다.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콜레스테롤을 낮춰 주므로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크고 뼈째 먹는 만큼 칼슘과 비타민, 미네럴이 풍부해 피로회복 및 피부미용에 좋다.
전어는 또한 이뇨작용을 도와주는 효능이 있어 아침마다 몸이 붓고 팔다리가 무거운 증상은 해소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예로부터 한방에서는 전어가 음기를 보하고 기를 북돋우며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졌으며, 식은땀에 열이 나는 증상, 잘 낫지 않는 부스럼 등을 치료한다고 알려졌다.
집 나간 며느리도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
‘전어의 계절’구이가 최고
<전어의 계절>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인가. 9~11월은 전어의 유혹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다. 5~7월에 산란을 마친 전어는 긴 겨울을 지내기 위해 9월부터 오동통하게 살이 오르기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7~8월에는 전어의 기름기가 적고, 11월 이후에는 뼈가 억세 진다”고 전한다.
맛 때문만이 아니다. 영양 면에서도 지금이 최고다. 한국국립수산과학원은 “가을 전어는 봄 여름보다 3배나 많은 불포화 지방산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이 시기 서해안과 부산, 광양 등 전국 각지에서 전어축제가 열리는데 먹거리 뿐만 아니라 향토적인 볼거리가 가득해 많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한편 LA 한인 타운에서도 아씨 마켓에서 한국산 전어를 만날 수 있는데, 파운드 당 9.99달러에 판매한다.
<아씨 마켓에서는 제철을 만나 오동통 살이 오르는 전어를 한국서 비행기로 직송, 한정 판매한다.>
<전어 요리의 종류>
전어는 회, 무침, 구이로 먹는다. 전어의 참맛은 뭐니뭐니해도 구이라고 한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전어의 냄새는 보따리 싸들고 집을 나갔던 며느리의 발길을 돌리게 할 만큼 정말 참을 수 없는 유혹이라고.
<전어요리의 지존이라 알려진 전어구이. 비늘을 떼어내고 소금을 뿌린뒤 숯불 위 석판에서 구우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구이
노릇하게 구워내는 전어구이는 미식가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전어 요리의 지존. 전어에 칼집을 넣은 뒤 굵은 소금을 듬성듬성 뿌려 한 시간 가량 재웠다가 숯불 혹은 연탄불 위의 석쇠에서 천천히 구워 먹으면 고소한 기름이 전어 몸 구석구석에 배이면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전어는 큰 뼈를 제외하고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버릴 게 없는데 구운 즉시 접시에 옮기기 전 그 자리에서 들고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단다.
▲전어 회
회 매니아들은 구워 먹는 것보다 회로 먹어야 영양파괴가 적다고 주장한다. 전어는 구우면 맛이 고소해지기는 하지만 회로 먹으면 DHA와 EPA 등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아 좋다. 보통 전어 회는 비늘과 내장만을 제거한 뒤 뼈째로 썰어 고추나 마늘을 얹고 쌈장과 함께 상추에 싸 먹는다.
▲회무침
큼지막하게 썬 전어회에 배와 미나리, 양파, 참기름을 넣고 된장과 초고추장, 고추냉이와 마늘 다대기를 적절히 섞어 무친 전어 회무침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별미 새콤달콤한 양념이 기름진 전어와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데, 뽀드득뽀드득 씹히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전어의 맛이 일품이다.
<가을철 별미 전어는 회와 무침, 구이로 즐길 수 있다.>
‘가을철 진미’향긋한 자연송이도 놓치지 마세요
전어 이외에도 1년 중 이맘때만 맛 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바로 결실의 계절을 맞아 새로 출시된 햅쌀, 또한 10~11월에 제철인 자연송이 등이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자연과 농부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햅쌀은 밥이 메인 요리에 빠질 수 없는 한국 상차림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청와대에 선물로 보내 화제가 됐던 자연송이는 온 대지의 영양과 생명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신비의 음식이다.
▲자연송이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자연송이는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다. 독이 없고 맛은 소나무 냄새를 포함하고 있어서 심히 향기롭고 뛰어나다. 산중에 오래된 소나무 밑에서 소나무의 기운에 의탁해서 생기는 것으로 버섯 중에서 으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유의 향과 씹히는 맛으로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가을철 최고 진미로 손꼽히는 송이는 살아있는 소나무에서 영양을 얻어 생활하고 있다. 이 같은 특이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인공재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일주일 이상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 시기에만 맛을 즐길 수 있는 진귀한 음식이다.
▲햅쌀
추수가 한창인 요즘은 1년에 한 번 햅쌀을 맛 볼 수 있는 시기. 갓 출시되 반질반질한 햅쌀로 정성껏 지은 밥은 찰 지고 맛있어 특별한 반찬 없이도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밥상을 연출한다.
타운내 마켓에서는 최근 여러 종류의 캘리포니아 산 햅쌀이 들어오고 있는데 당도와 찰기, 수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햅쌀로 지은 밥 한 그릇은 간장에 쓱쓱 비벼 먹기만 해도 입맛이 살아나는 별미다.
<관계기사 9면·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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