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녀 진로 지시자가 아닌 조언자
대학 1학년을 마친 학생들을 만나면서 필자는 다음 몇 가지를 진지하게 논의하였다. 우선 1학년 과정이 요구하는 교과과정을 잘 마무리한 이들의 노력과 그 과정을 되새겨 보면서 격려해 주고 이들의 성취감에 공감하고 인정해 주었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만치 아니한 좌절을 경험한 학생들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서 그 기분을 반영해 주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는 A학점을 아무 문제없이 받아내었는데 대학 1학년에 올라가 필수과목에서 고등학교에서 단 한 번도 받아 본적이 없었던 C학점을 받고 자신의 자아에 상처를 입은 학생들도 있었다. 이런 학점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방법으로 대처할 것인지 학생의 생각과 기분을 물어서 이로 인하여 상처받았음을 인정하여 주고 이를 여과시킨 다음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 제시와 함께 학생의 미래 계획과 생각을 들어주었다.
둘째, 다양한 교양 과정을 이수하여야 한다는 것과 그것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하였다. 비록 전공이 생물학이나 건축이라 해도 인문, 사회계열의 과목들을 꾸준히 들어서 자신의 전공분야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지식을 높여서 전인(well-rounded)교육을 실천하는 동시에 또한 analytic, reasoning, 그리고 writing skill, 이 세 가지 기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 세 가지 기능은 대학원 진학시험 및 대학원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관건으로 등장한다는 사실도 학생들이 분명히 인식하도록 하였다.
셋째, 교수들과의 공적인 인간관계 맺음을 즉시 시작하라고 강조하였다. 공적인 인간관계란 교수의 연구 프로젝트나 교수활동에 보조연구원이나 지원자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그 학생의 여러 가지 능력을 검증받는 과정으로 작용하게 된다. 생산적, 긍정적 인간관계를 스스로 개척하는 능력, 그룹 또는 단체에 동참하여서 개인의 이익 못지않게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고 기여하는 지도자 정신, 그리고 과학연구 능력에 대해 검증 받는 절차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런 활동은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추천서를 확보하는 문제, 연구경험,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는 학술지 논문발표 등 대학원 진학에 필수품들인 여러 가지 이슈들을 해결해 준다. 또 이미 교수들과 관계 맺음을 시작한 학생들에게는 연구 분야의 집약화, 연구방법, 학술지 논문 발표 등 최대한의 것을 얻어내는 데 주력하라고 강조하였다.
넷째, 학교 심리 카운슬링 서비스를 활용하여서 자신의 성격적 장?단점을 개선 또는 보완하는 점을 강조하였다. 다수의 우리 한국계 2세 학생들이 대인관계, 특히 교수나 사회 어른들과의 관계에서 위축감과 불안감을 나타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학생들에게 감정조절기술, 상대방의 말과 기분에 귀 기울이는 감정이입(empathy) 기술, 그리고 자기주장 분명한 의사전달 기술(assertiveness)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학교 카운슬링 센터를 십분 활용하여서 부족한 부분을 배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정립이 생겨나야 대학원 진학 인터뷰나 자기 소개서 작성 등에서 대학원이 매우 중시하는 스스로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줄 아는 통찰력을 키울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제 곧 대학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1학년은 자신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리고 부모님들도 이때부터는 “이래라, 저래라” “엄마, 아빠 시키는 대로 해라” 하는 보호자 부모보다는 자녀들의 어려운 문제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친구로서, 에너지를 재충전시켜 주는 지원자로서, 그리고 정확한 교육에 관한 정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조언자의 역할이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앞으로 4년 동안 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을 1학년부터 하나씩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지원자적 역할이 필요하다.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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