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먹는 것 이젠 싫증…”
최근 ‘도시락 족’ 조금씩 늘어
냄새 심한 것은 피하고
외국인에도 나눠줄 만한 센스를
달걀 프라이와 콩자반, 동그랑 땡과 소시지 볶음…
학창시절 오늘 반찬은 무엇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보던 도시락. 4교시가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어 2교시, 심지어는 1교시만 끝나면 친구들과 모여 후다닥 ‘까먹던’ 도시락에 얽힌 향수는 학창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겨운 추억이다. 그 시절 늦은 밤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고등학생 자녀와 중학생 동생들까지 줄줄이 있던 어머니들은 이른 아침이면 도시락을 많게는 5~6개씩 준비하고는 했다. 이처럼 도시락에는 자녀들을 위한 어머니들의 정성과 사랑,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학교 급식과 외식의 대중화로 인해 잠시 위축됐던 도시락 문화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밖에서 사 먹는 음식 보다는 집에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싸 갖고 다니는 ‘도시락 족’이 늘어난 것. 음식 장만하는 주부들 입장에서야 매일 아침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긴 하나 인스턴트 음식의 홍수 속에서 내 자녀와 남편에게 정성이 듬뿍 담긴 도시락 음식을 먹이는 것은 단연 보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식비 절감으로 가계부에 보탬도 되니 일석이조.
마침 백 투 스쿨 시즌이 돌아왔다. 학교에 돌아갈 자녀들,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 싫증이 난 남편을 위해, 혹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잘 차려진 도시락을 준비해 보자. 거창할 것 없이 그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된다. 단 한국과는 달리 다 인종이 섞여 있기 때문에 너무 냄새가 나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외국 학생들도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글로벌’한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도시락 잘 싸는 요령에서부터 요리 전문가들이 소개한 간단 도시락 레서피까지. 도시락 준비하기의 ABC를 살펴보자.
정성과 영양… 사먹는 것에 비할 수 없죠
자녀와 남편을 위한 도시락 레서피
■ 호스래디시 소스 비프 샌드위치
자녀용 도시락 반찬으로는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만들기도 간편한 샌드위치 만한 것이 없다. 직접 구운 로스트 비프와 머스터드 소스로 맛을 낸 ‘엄마 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자.
▲재료
바게뜨 빵(치아바타) 1쪽, 호스래디시 1큰술, 소고기 등심 100g, 양파 슬라이스 약간, 토마토 약간, 통후추 약간, 소금 약간, 후추 약간, 로켓(rocket) 약간, 화이트 와인 비네거 4큰술, 올리브 오일 12큰술, 소금 1/2작은술, 꿀 2큰술, 머스터드 2큰술
▲만들기
오븐을 약 400도로 예열한다. 쇠고기 등심을 소금과 후추로 간 한 뒤 오븐에서 약 30분간 구워 로스트 비프를 만든다. 비네거와 올리브 오일, 소금, 꿀, 머스터드를 섞어 머스터드 드레싱을 만든다. 빵은 1/2인치 두께로 자른 뒤 호스래디시 소스를 골고루 펴 바른다. 로스트 비프를 아주 얇게 썰어 빵 위에 놓고 그 위에 양파 슬라이스와 토마토, 로켓을 차례로 얹는다. 머스터드 드레싱과 통후추를 갈아 뿌린다. 빵을 덮는다.
■ 화히타 도시락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위한 도시락 음식으로는 냄새나는 한식보다는 샌드위치 등 간단한 것이 좋다. 한인 친구들은 물론 외국인 친구들 입맛에도 맞는 화히타 도시락을 준비해주면 친구들도 너무 좋아할 것이다. 야근과 당직에 시달리는 남편의 야참용으로도 그만이다.
▲재료
토티야 4장, 닭 가슴 살 1조각(약 12oz), 토마토 1개, 슬라이스 치즈 2장, 양상추 잎 2장, 노란색 파프리카 1개, 양파 1/4개, 아보카도 1/2개, 소금 약간, <닭고기 밑간> 올리브 오일 1큰술, 로즈메리 약간, 후춧가루 약간, <살사> 토마토 1개, 다진 양파 1큰술, 다진 피망 1큰술, 핫소스 1큰술, 토마토 케첩 1큰술, 레몬즙 1큰술, 실란트로 약간,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김이 오른 찜통에 면 보자기를 깔아 토티야를 5분정도 찐다. 닭 가슴살은 기름기를 떼어내고 씻은 뒤 물기를 제거한다. 올리브 오일과 로즈메리, 후춧가루를 뿌려서 10분쯤 두었다 팬에 노릇하게 구워 앞뒤로 소금을 뿌린다. 1/2인치 길이 너비로 썰어 둔다. 양상추는 1/2인치 너비로 채 썰어 물에 헹궈 건져 물기를 뺀다. 파프리카는 세로로 반 자른 뒤 씨와 속부분을 저며내고 1/3인치 너비로 썬다. 양파도 굵게 채 썬다. 팬에 식용유를 약간 두르고 양파, 파프리카를 볶은 뒤 소금을 약간 뿌린 뒤 불에서 내린다. 토마토는 칼집을 넣어 끓는 물에 10초정도 데치고 찬물에 담근 뒤 껍질을 벗기고 채 썬다. 슬라이스 치즈를 1/2인치 너비로 채 썬다. 아보카도도 껍질을 벗겨 굵게 채 썬다. 토티야에 닭고기와 양상추, 파프리카, 양파, 치즈, 아보카도, 채썬 토마토를 놓고 돌돌 말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살사> 토마토는 껍질을 벗기고 사방 1/4인치 길이로 깍둑썰기 한다. 볼에 담고 다진 양파와 다진 피망, 레몬즙, 핫 소스, 토마토 케첩, 소금, 후춧가루, 실란트로를 넣고 섞어 살사를 만든다.
도시락 잘 싸는 요령
▲음식들의 경계를 나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어도 이 반찬 저 반찬이 뒤섞이면 맛도 변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다. 이 때 작은 종이컵 혹은 용기를 사용해 반찬이 섞이지 않도록 담아준다. 양상추 등 야채를 이용해 경계를 나눠주면 보기에도 좋고 음식이 섞이지 않아 산뜻하다.
▲음식이 눅눅해 지는 것을 막는다.
드레싱이나 소스가 필요한 음식은 소스를 끼얹은 채 싸면 눅눅해 지고 맛이 없다. 작은 용기에 따로 담아 먹기 직전에 뿌려먹는 것이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샌드위치나 햄버거를 만들 때는 마요네즈나 버터 등을 바르면 빵이 수분을 흡수하는 것을 막아 눅눅해 지지 않는다.
▲뜨거운 음식은 식히고 야채는 수분을 빼고 담는다.
도시락에 뜨거운 음식을 바로 담으면 수증기가 도시락에 고여 있어 맛이 없어 질 뿐만 아니라 반찬이 쉽게 상할 수도 있다. 뜨거운 밥이나 반찬은 식혀서 담는다. 수분이 많은 야채는 두 번 조리해 물기를 빼는 것이 좋다.
▲도시락에도 국물을 곁들이자.
한국 사람은 어딜 가나 국물타령을 하게 마련. 도시락에도 따끈한 국물이 함께라면 근사한 밥상 부럽지 않다. 된장국이나 미역국 혹은 냉국 등 식어도 맛이 변하지 않는 국물을 밀폐용기에 담아 함께 가져가자. 단, 음식냄새가 나는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과일을 반드시 챙기자.
상큼한 디저트인 과일은 한 두가지는 꼭 챙기는 것이 좋다.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뿐 아니라 보기에도 좋다. 이때 먹기 좋은 한 입 크기로 썰어 담는 것이 좋은데 과즙이 많은 과일은 채소잎 등을 깔아 국물이 흐르지 않도록 한다.
산뜻한 도시락 용품 구경해 보세요
아무리 추억의 도시락이 그립다고 21세기에 보따리에 싼 네모난 양철 도시락을 갖고 다닐 수는 없는 법. 사용하기 편리하고 모양도 산뜻한 도시락 용기와 가방을 소개한다.
▲국물도 담을 수 있는 보온 국물용기
입구가 넓어 수프나 국물을 따라 먹기 편리하며 잘 넘어지지 않는다(왼쪽 사진). 모양이 깔끔하고 가벼워 휴대하기에도 좋은 ‘트루딘 와이드 마우스 푸드 자’(Truden Wide Mouth Food Jar) ABC 플라자, 12.99달러.
▲다양한 용기가 가방에 쏙
무공해 원료로 만든 ‘타파웨어’ 도시락 세트(가운데 사진). 밥과 반찬용 그릇 두 개, 따를 수 있는 뚜껑이 달린 수프와 국 그릇까지 4개 용기가 세트로 예쁜 가방에 쏙 들어가 사용하기 편리하다. 타파웨어, 원래 32.99달러이나 8월 말까지 29.99달러에 세일한다.
▲도시락 가방도 패션시대
이제 도시락도 산뜻하고 패셔너블한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자. 재질이 가볍고 독특해 휴대하기 편리하며 방수처리 돼있어 음식이 셀 염려가 없다(오른쪽 사진). ABC플라자, 엘르 런치 백 10.99~16.99달러.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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