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성의 무표정한 설탕과 물엿, 그리고 밀가루에 혼을 넣는다. 잠시 후면 그곳에서 ‘숨쉬는 과자’가 탄생한다.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는가”
한국의 유명 제과회사 신제품 개발 담당 중역이었던 안병수씨는 과자 만드는 일의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저 가루에 불과한 재료들을 이리저리 섞어 열을 가하면 온갖 과자들로 살아나는 작업에 그는 경이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는 과자를 좋아했고, 과자 만드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몇 년 전 16년간 근무하던 제과회사를 그만두고 과자를 배신했다. ‘과자 먹지 말자’고 외치는 가공식품 반대캠페인의 전도사가 된 것이다. 앞의 인용은 그가 2005년에 쓴 책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에 나오는 대목이다.
어떤 직업이든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이면이 있기 마련이다. 제과회사의 과자 기술자들은 과자만 만들면 될 것 같지만 또 다른 중요한 업무가 있는 것을 그 책을 보고 알았다.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과자를 먹는 일이다. 좋은 과자를 만들자면 ‘내가 직접 만든 과자, 동료가 만든 과자, 경쟁사가 만든 과자, 그리고 해외에서 공수되어 온 과자 …’를 끝없이 먹으며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평생 과자를 입에 달고 산 제과업계 종사자들 중 암, 당뇨, 고혈압, 심장마비, 뇌졸중 등 건강문제로 말년이 불행한 케이스가 유난히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 자신 까닭모를 피로감과 무력감, 몽롱함으로 항상 몸이 천근같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이 그가 제과업계를 떠난 계기가 되었다. 그의 저서 ‘과자 …’는 설탕과 같은 정제당, 흰 밀가루, 쇼트닝 등 전이지방, 수백 종의 식품 첨가물을 기본 원료로 하는 각종 가공식품들이 우리 몸에 얼마나 나쁜 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요즘처럼 주부들이 시장보기 어려운 때도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전이지방이 얼마나 나쁜 지, 각종 가공식품들이 얼마나 해로운 지 발표들이 나와 불안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중국 식품이 말썽이다. 중국산에 대한 미국사회의 불신이 너무 높아져서 요즘 같아서는 중국산을 먹었다가는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은 분위기이다.
사실 우리는 한국에서 줄지어 터져 나온 중국산 납 조기, 표백 도라지, 살충제 한약재, 기생충 알 김치 등 관련 보도들에 길이 들어서 웬만한 유해성과 비위생 정도에는 놀라지도 않을 만큼 단련이 되었다.
그래도 막상 시장에 가면 주부들로서는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중국산을 “사자니 찜찜하고 안 사자니 다른 선택이 없고” “매일 먹는 것도 아닌데 무슨 큰 탈이 날까?” 싶다가도 “미심쩍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지” 싶은 계통 없는 생각에 우왕좌왕 하게 된다.
미국에 사는 우리가 어쩌다가 이역만리 중국산 식품을 먹으면서 불안해하게 되었을까 생각하다보니 떠오른 것이 ‘과자’ 이야기였다. 시작은 대량생산의 기술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기업의 제품이 된 것이 발단이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이전만 해도 사람이 먹는 모든 것은 개인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거의 대부분 집에서 주부가 만든 음식을 먹거나 아니면 식당 음식이었다.
대량 생산기술이 등장하면서 그런 식생활 전통이 무너졌다. 포장만 뜯으면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이 넘쳐나서 부엌 없이도 살 정도이다. 편리함으로 치자면 이 이상 좋을 수가 없다.
문제는 이윤이 목적인 기업이 먹거리를 관장한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이윤을 내려다보니 그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온갖 식품 첨가물들이 만들어졌다. ‘광물성의 무표정한’ 화학물질들이다. 그 유해성이 뒤늦게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울러 통신, 운송, 정보기술의 발달로 공장이 어디 있든 상관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들은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공장을 세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배경이다.
세계가 한 무대인 지구촌 장터에 우리는 서 있다. 그 장터에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가 점점 어려워진다. 분명한 것은 우리 몸은 인공 화학물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대량생산 기술도, 해외 공장도 없던 그 시절의 음식이 정답이다.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지는 각자의 의지에 맡겨야 하겠다.
권정희 논설위원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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