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피곤해…”
매사에 ‘피곤하다’를 입에 달고 살던 정 모 주부(48). 주위에선 ‘운동 부족이다’ ‘야채, 과일을 많이 먹어라’ 조언했지만 병원에 찾았던 정 모 주부는 의외로 ‘빈혈’을 진단받았다.
시계태엽이 풀린 듯 만사가 힘들고, 잠을 자도 잔 거 같지 않은 피로가 몰려 들 때가 현대인들에게는 종종 있다. 하지만 ‘만성피로’ ‘과로’ 등 증상은 가벼이 볼게 아니다.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피로의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물론 빈혈이나 신장질환, 수면성 무호흡증 같은 것이 흔하게 찾아오는 질병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몸에 이상이있다면 혹시 다른 병은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피곤하다’는 증상을 통해 의심해볼 수 있는 질환들을 알아보았다.
‘피곤하다’는 증상은 만만히 볼게 아니다. 당뇨병이나 빈혈, 만성피로 증후군, 우울증, 다발성 경화증 등 질환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빈혈이나 신장 이상 등 뜻밖 질환 여부 점검을
특별한 이유 없이 6개월 지속땐 ‘만성 피로 증후군’
우울증·당뇨·수면 무호흡증이 요인 일수도
#빈혈증(Anemia)
혈액 내 적혈구의 수나 양이 감소하거나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정상 이하로 떨어지면 빈혈로 진단한다. 쉽게 말해 우리 몸에서 피가 모자라는 경우다.
빈혈로 혈액 내 적혈구수가 줄면 심장근육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감소하면서 심장의 운동량은 더 늘게 된다. 산소가 부족하니, 부족한 산소량을 늘리기 위해 심장 운동량이 과도해지고, 빈혈이 오래 지속되면 심장에 손상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심한 빈혈은 심장마비로도 이어질 수 있다. 철분, 엽산이나 비타민 B12가 부족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으며 여성의 경우 생리량이 과다할 때 간혹 나타나기도 한다. 키모테라피를 받는 암환자나 신장질환이나 당뇨병, C형 간염 등 만성질환자에게도 생길 수 있다.
대개 빈혈 환자는 무기력증과 어지러움증을 호소하지만 ‘어지럽다’고 모두 빈혈로 진단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빈혈은 대개 두통, 소화불량, 생리량 변화 등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어지럼증 자체만으로 빈혈이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귀의 평형기관 이상, 고혈압, 시력 이상 등 어지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 또한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혈색이 창백하거나 심박수가 빨라지고, 으슬으슬 몸이 추워지는 증상을 겪기도 한다.
빈혈로 의심되면 혈액검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검사가 요구된다. 하지만 단순한 빈혈의 경우는 치료가 쉽다. 보조제를 먹거나 의사처방의 약을 통해 치료될 수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
피곤하다고 다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원인도 없이 피로한 증상이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진단될 수 있다. 의학계에서도 만성 피로 증후군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극도의 스트레스, 지나친 과음과 흡연, 또는 카페인 섭취, 영양섭취가 불균형이거나 잠을 충분히 못 자는 경우 등 그 원인을 다양하게 추측해볼 수 있다. 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감기나 독감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면역기능이 혹사돼, 계속 바이러스와 우리 몸이 싸우기 때문에 만성 피로 증후군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이론도 제기된 바 있다. 증상으로는 기력이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며 단기 기억력 저하, 불면증, 잠을 자도 개운치 않고, 독감 같은 증세, 근육 및 관절통, 두통, 임파선 통증, 시력저하, 설사,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명확하게 진단하기가 어려워 의사를 찾아가도 쉽게 진단받기 어려울 수 있거나 주치의조차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해 회의적일 수도 있다. 또한 먼저 다른 질환은 없는지 여부도 검사해 봐야 한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도 있다.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 없는 생활, 금주, 금연 및 커피와 소다 대신 야채,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하루 세끼 꼭 챙겨 먹고, 영양을 고루 섭취해야 한다.
#우울증
정신 질환으로 분류되는 우울증 때문에 피로에 시달릴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1,900만 명이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명 ‘마음의 감기’로 분류되는 우울증은 정신적인 문제로 치부되지만 피로, 불면증 등 육체적인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우울증이 의심되면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소셜 워커, 상담가 등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해야 한다. 우울증은 www.depression-screening.org에서 자가 진단 테스트를 해볼 수도 있다.
만성피로 증후군, 기력없고 기억 저하
스트레스나 면역력 약해 올수도… 신경·근육계통 질환도 피로감 유발
피로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수면 무호흡증으로 ‘자다깨다’를 반복하게 되면 상시 피로, 무기력, 집중력 저하, 대낮 졸림증, 아침 두통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우울증은 정신적인 질환이지만 만성 피로 등 육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대개 빈혈 환자는 무기력증과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신장 질환
신장질환에는 신장암, 신장결석, 신우신염 등 다양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만성 신부전증이다. 가장 흔한 신장질환으로 그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질환은 바로 당뇨병과 고혈압. 그 외 사구체 신염, 신우신염, 다낭성 신장병, 신결핵 등이 있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병증이 심해진 경우 신장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얼굴이나 손발이 붓는 부종, 오줌 색깔의 변화, 혈압 상승, 빈혈,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로해지거나 식욕도 떨어지고, 피부 가려움증, 체중 저하, 구토, 빈번한 배뇨 증상 등이 나타난다.
#수면 무호흡증(Sleep Apnea)
사람은 일생의 1/3을 자면서 보낸다. 수면은 인체의 모든 기관에 휴식을 주는 시간. 하지만 자는 동안 호흡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수면 호흡장애가 있으면 숙면을 취할 수 없다. 수면 장애의 일종인 수면 무호흡증은 수면 중 10~20초간 호흡을 멈췄다가 ‘크억’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시끄럽게 코를 고는 소리가 나는 것. 이 증상이 나타나면 인체의 공기 통로가 완전히 막혀 산소공급이 차단되고, 이를 알아차린 뇌는 다시 잠들어 있던 몸을 깨워 공기 통로를 열게 된다. 코를 골면서 자는 동안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게 된다.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으니 항시 피곤하거나 집중력 저하, 대낮 졸림증, 아침 두통, 속쓰림, 기억력 장애 등이 나타난다. 또한 한밤 중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수면 무호흡증으로 인한 피로가 의심되면 수면 전문의를 찾아 수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과체중으로 인해 코를 골 수도 있으므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중추신경계의 신경 섬유들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인 신경수초를 면역체계가 공격해 손상시키는 자가 면역질환으로 흔한 질병은 아니나 만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특히 여성이 남성의 2배로 훨씬 더 잘 걸린다. 또한 보통 20~50대에 진단되며 미국에서는 약 40만 명의 환자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걷기 장애, 어지럼증, 마비, 근육쇠약, 경련, 오심, 우울증, 기억력 저하, 배변장애, 시력저하, 무기력, 피로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피로감은 주로 아침에 시작된다.
이 질병 역시 원인이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또한 한가지 테스트만으로는 진단도 어려워 보통 주치의를 통해 신경과 의사에게 보내지기도 하며, 진단되기까지 여러 의사를 거칠 수도 있다.
#당뇨병
워낙 설명이 필요 없는 병이지만, 한번 걸리면 결코 쉽지 않은 만성질환이다. 혈액 속 당분이 인슐린 부족이나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하고 혈액에 계속 남아 있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제 1형, 제 2형 당뇨병으로 나뉘며 의외로 당뇨병이 있으면서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자주 피곤을 호소하는 경우 물도 많이 마시고, 소변도 자주 나오며, 갈증과 배고픔을 종종 느끼고, 많이 먹어도 체중이 감소한다면 당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혈당 조절이 필수적이다. 쉽게 탈수를 일으켜 피로를 느낄 수도 있으므로 당뇨병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는 당뇨병을 한번 의심해본다.
#섬유조직염(Fibromyalgia)
흔히 ‘담이 들렸다’고 표현하는 아주 흔한 질환으로 근근막염, 근근막통증 증후군, 근육통, 근육 류마티스 등으로도 다양하게 불린다. 대표적인 증상은 긴장을 수반한 근육 통증으로 심한 피로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통증 때문에 관절운동이 제한되며 추위나 더위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이 질환 역시 원인이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잘못된 자세나 자동차 사고 등으로 근육긴장이 지속될 경우 발병될 수 있으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한 원인이다.
책상에서 같은 자세로 오랜 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는 직장인의 경우 어깨나 목 근육에, 또한 아기 엄마의 경우 아기를 많이 안아주는 경우 가슴 근육에, 무거운 것을 들면서 허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 허리 근육에서 발생할 수 있다.
생활 속에서 간단히 피로를 이기는 방법
■ 5초간 귓불을 마사지 해준다.
■ 탈수가 나타나면 피로해질 수도 있다. 물을 자주 마셔준다.
■ 자주 웃는다.
■ 1분간 복부를 이용한 심호흡을 해본다.
■ 간단하게 뜨거운 물이나 찬물을 번갈아 하는 샤워도 기운을
차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5분 정도 햇빛을 쐬어 준다.
■ 새로운 기술, 취미를 배운다던가, 언어를 배운다던가 머리를
쓸 수 있는 활동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 너무 피로하면 20분 정도 낮잠도 좋다.
■ 잡곡밥을 먹고, 야채와 과일을 충분하게 섭취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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