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3.4위전
47년만의 정상 도전 물거품..사우디-이라크 우승 다툼
47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 한국 축구의 꿈이 물거품으로 끝났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중동의 복병 이라크를 맞아 전.후반과 연장 120분을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무릎 꿇었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19년 만에 결승 진출을 노렸던 한국은 이로써 사우디 아라비아에 패한 일본과 28일 오후 9시35분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경기장에서 3.4위전을 벌인다.
대회 첫 결승에 오른 이라크는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노리는 사우디와 29일 오후 9시35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글로라 붕카르노 경기장에서 우승컵을 다툰다.
조별리그에서 탈락 위기까지 몰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베어벡호가 결국 공격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결승 문턱에서 좌초하고 말았다.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0위로 한국(58위)보다 22계단이나 낮고 역대 전적에서도 5승9무2패로 압도해온 상대였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5경기에서 고작 세 골밖에 넣지 못한 답답한 공격력이 재앙을 부르고 말았다.
베어벡 감독은 끝까지 단조로운 전술에 의존한 채 돌파구를 열지 못했고, 태극호 공격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깊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오히려 이라크에 많은 실점 기회를 내줬다. 어렵사리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몰고 갔지만 두 번 연속 운이 따르지는 않았다.
베어벡 감독은 이전 경기와 달리 이천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시켜 공격진을 변형했다.
조재진을 중앙 원톱에 놓고 염기훈과 최성국을 좌우 날개로 펼쳐 측면과 중앙의 화력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손대호, 김상식과 포백 김치우, 김진규, 강민수, 오범석은 그대로 나왔다. 수문장도 변함없이 이운재.
이라크는 간판 골잡이 유니스를 중앙에 깊이 꽂아놓고 하라르, 마디가 좌우 측면을 노렸다.
경기 1시간 전부터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 우중전에서 한국은 초반부터 불안했다.
시작하자마자 유니스의 돌파를 허용했고 슈팅이 헛발질로 끝나 위기를 넘겼다.
15분에도 수비진이 순간적으로 유니스를 놓쳐 옆그물을 흔드는 슈팅을 허용했다.
베어벡호는 크로스로 조재진의 머리를 겨냥하거나 이천수, 최성국, 염기훈이 측면과 중앙을 엇갈리며 기회를 엿봤다.
전반 20분 조재진의 터닝슛은 위력이 없었고 25분 문전에서 염기훈의 헤딩 시도는 제대로 맞지 않았다.
42분 최성국의 프리킥은 예리한 커브를 그리며 문전으로 날아갔지만 골키퍼 누르가 쳐냈다.
후반 교체없이 시작한 베어벡 감독은 12분이 흐른 뒤 공격 성향이 강한 김정우를 수비형 김상식 대신 넣어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20분 허를 찌른 염기훈의 강력한 왼발 슛이 골문 앞에서 바운드돼 골문으로 빨려들 듯 했다. 골키퍼 누르가 몸을 던져 겨우 쳐냈다.
후반 25분 수비수 뒤로 돌아 들어간 이천수는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몸을 날리며 회심의 오른발 터닝 발리슛을 꽂았지만 골 포스트 옆 그물을 흔들고 말았다.
후반 40분 최성국이 실려나가면서 이동국까지 투입했지만 다시 연장 혈투를 피하지는 못했다.
두 경기 연속 연장 승부에 체력이 떨어져 가장 큰 위기가 왔다.
연장 전반 13분 이운재가 크로스를 놓치고 하와르의 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빨려드는 걸 김진규가 겨우 걷어냈다. 볼이 골 라인 앞으로 타고 흘러 김진규가 없었다면 바로 골이었다.
이동국의 마지막 슛은 감기지 않고 완만하게 바를 넘었다. 그걸로 120분 승부는 끝났다.
결국 결승 티켓의 향방은 승부차기로 넘어갔다.
베어벡 감독은 이운재를 믿고 있었지만 이라크 키커들은 차례로 킥을 꽂았다.
후축을 한 이라크 3번 키커 하이데르의 킥이 이운재에 잡힐 뻔 했지만 겨드랑이 사이로 파고 들었다.
불길한 예감이 든 한국은 3-3에서 4번 키커 염기훈의 킥이 골키퍼 손끝에 걸렸다. 이어 이라크 4번 키커에게 골을 허용하고 마지막 5번 키커로 나선 김정우의 킥이 골대에 맞아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라크는 사상 처음 대회 결승에 진출, 전쟁 후유증에 지친 고국 팬들을 열광시켰다.
사우디는 베트남 하노이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다른 쪽 준결승에서 말렉 마즈의 두 골을 앞세워 2000년과 2004년에 이어 대회 3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 일본을 3-2로 제압하고 2000년 이후 7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전반 35분 헤딩 연결에 이은 야세르 알 카타니의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연 사우디는 1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 나카자와 유지의 헤딩골에 동점을 허용했다.
사우디가 후반 2분 만에 말렉 마즈의 헤딩슛으로 다시 앞서 나가다 8분 일본 아베 유키의 그림같은 오른발 가위차기슛을 얻어 맞아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후반 12분 말렉 마즈가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 들어 상대 수비를 제치고 오른발슛을 꽂아 승부를 갈랐다.
재반격에 나선 일본은 후반 36분 하뉴 나오다케가 마음 놓고 때린 오른발 중거리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으며 결국 3회 연속 정상 도전을 멈췄다.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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