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필자는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 영어 선생님은 나른한 졸음을 참지 못하는 우리들 앞에서 “Boys, Be Ambitious!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를 큰소리로 외치시면서 매번 수업을 시작하셨다. 깡마르고 볼품없는 작은 체구의 선생님은 일제 치하에서 배운 일본식 발음으로 힘차게 선포하셨다.
그 목소리가 너무도 특이해서 학생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선생님은 너무나도 진지하게 매번 ambition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하셨다. 참 오래 전의 일이다. 돌이켜 보면 그 선생님의 수업이후에는 그 말을 가슴으로 접한 기회가 별로 없었다. 어쩌다가 한 번씩 책이나 광고에서 보고 머릿속에서만 남아있을 뿐 내 삶을 떠난 지는 오래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어느덧 꿈보다는 현실이 더 중요한 시간으로 흘러와 버렸다.
사실 ambitious하다는 것을 한 가지로 정의를 내리는 것은 힘들지만 전문가들은 ambition은 에너지 방향성 그리고 결단으로 대체로 엮어져 있다고 말한다. 즉 ambition은 정신 및 육체적 에너지를 가지고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심리적인 단호함이다. 우리들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종종 ambition을 갖고 성공한 사람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수없이 많은 연구자들이 ambitious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두뇌구조 심리상태 성격 지능 사회성 및 자라온 환경 등을 연구해서 그것이 무언지 속 시원하게 해석하고 싶었지만 여태껏 나온 결론이란 것은 너무 싱겁기 짝이 없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가장 ambitious해진다는 결론이었다. 실제로 ambitious한 것이 두뇌를 지배하는 유전형질인가를 알기보기 위해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을 연구하였지만 조사에 응한 30%의 쌍둥이만이 둘 간의 ambitious한 정도가 비슷하였고 나머지는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ambition은 유전보다는 자라온 환경에 의해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뭐 굳이 그렇게 힘들어 살 필요가 있는가 라고 반문하다. 이렇게 살거나 저렇게 살아도 마음 편하게 살면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ambition이란 막연한 꿈이며 어차피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에 쉽게 낙심하기 때문에 그냥 하루 한걸음씩 부지런히 소탈하게 사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인생을 너무도 결론적으로만 보는 위험한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확실하게 성취할 수 있는 일을 ambition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Ambition의 바탕에는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본다’라는 정신이 깔려 있다. 자기의 ambition을 이룬 사람들 중에서 처음부터 자신의 성공을 확신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벼락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지는 것만이 ambition은 아니며 성공한 사람의 ambition만이 가치 있는 ambition은 아니다. 우리 인생이란 것이 결코 결과가 아니고 과정이듯이 ambition은 그것을 이루는데 목표가 있기 보다는 그 ambition을 품고 살아가는 그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사실 이루기 힘든 ambition이라 할지라도 목표가 있고 그 안에서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 사람들은 새삼 인생의 소중함과 아름다음을 느끼게 된다. 목표 달성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의 자기의 가치를 발견할 때 비로소 사람들은 가장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두꺼운 돋보기안경 너머로 학생들을 바라보시며 “Boys Be Ambitious!”하고 외치시던 우리 영어선생님은 지난여름 세상을 떠나셨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그 선생님의 ambition은 우리 학생들에게 ambition을 갖게 하시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 선생님의 외침은 어설픈 영어발음이셨기에 더욱 귓가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우리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선생님의 그 외침으로 ambitious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외침을 멈추시지 않으셨던 그 선생님을 진심으로 고마워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 하나도 없다. 그걸 보면 선생님의 ambition은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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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 아이비드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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