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고 하고 싶은 것 해 보는 자유를
인간의 구원은 어디서 오는가.
이 원초적이며 유사 이래 끝나지 않는 질문에 괴테와 도스토예프스키는 ‘혹시 사랑?’이라며 슬며시 옆구리에 해답을 찔러 주기도 하지만 생활인으로 찌들다 못해 장아찌처럼 절어버린 소시민들에겐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 아닐까. 매달마다 페이먼트 납부를 고지 삼아 하루하루 다람쥐 쳇바퀴 돌고, 자녀들의 교육문제로 골치가 지끈거리는 우리들에게 구원은 차치하고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조차가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문득 아침 출근길 아니면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도심을 빠져나가는 퇴근길 위에서 가끔은 질문해 본다. ‘나는 행복한가.’
웰빙이다 로하스다 하는 그 모든 단어의 궁극은 분명 행복일 테고 그 행복이란 파랑새를 찾기 위해 현대인들은 자학적이다 싶을 만큼 몸부림친다.
그래서일까. 최근 서점가에선 행복론에 관한 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나의 행복, 당신의 행복, 우리들 행복의 현주소, 그리고 행복을 위한 작은 실천들을 알아봤다.
■우리들의 행복 현주소
이것 참, 민망하다.
대놓고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맨송맨송 맨 정신으로 자리 깔고 앉아 ‘그럼 이제부터 행복에 대해 한번 말해 볼까나’ 하는 시간 넘쳐나고 정신 나간 이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던진 이 질문들에 대부분은 ‘그냥 웃지요’로 답한다.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을 수도 있고, 뭐 그런 황당한 질문이 다 있냐는 표현의 우회법일 수도 있겠다.
따지고 보면 현대인들의 행복론에 우리는 이민자라는 특수한 상황을 더 얹어 이 행복에 대해 고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굳이 ‘한인 1세 남성들의 박탈감’이니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고통’이니 ‘자녀와의 대화단절’이니 하는 수식어들을 갖다 붙이지 않아도 남의 나라 땅에서 살아내기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상담소나 신경정신과를 찾는 많은 한인들이 우울증과 외로움을 호소한다.
완벽한 계획 오히려 행복의 족쇄
한치의 틈없는 목표에만 매달리면
조그만 차질 생겨도 좌절하고 당황해
언제든 궤도 수정하는 유연성 가져야
한인가정상담소 피터 장 소장은 “10년 전만 해도 한인들의 상담건수 1위는 가정폭력이었지만 최근엔 부부간 대화단절”이라며 “예전엔 먹고 사느라 바빠 당장의 생계나 육체적 피해만을 호소했지만 요즘은 우울증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행복하지 않다는 확실한 반증인 우울함과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그렇다고 독거노인들도 아니다. 20대부터 노년층까지, 경제적으로도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남녀를 떠나 ‘난 행복하지 않다’고 호소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현대인들에게 행복은 바이블이다.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사는 듯도 보인다.
임상심리학자들과 행복론 저자들이 말하는 행복해지기 위해 일상에서 필요한 것들 혹은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 알아봤다.
■사이클을 깨라
초등학생 자매를 둔 김영희(38)씨는 고백한다.
“매일매일 똑같은 스케줄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불안해요.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아침 상 차리고, 딸 아이 학교에 데려다 주고… 그런데 어느 날 다섯 살 된 딸이 묻더군요. 엄마 혹시 나한테 화나는 일 있어요 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김씨는 자발적이 아닌, ‘꼭 해야만 하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기계처럼 수동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계획하고 거기에 맞춰 돌아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불행해 진 것이고 이런 분위기가 딸에게까지 감지된 것이 아니겠냐고 스스로 분석했다.
‘행복과 희망의 삶을 찾아라’저자 바바라 디 엔젤리스 박사는 “특히 여성들은 쓸데없는데 시간을 썼다고 생각 드는 순간 자신을 자책하게 되는 성향이 있다”며 “또 자신의 계획을 세워놓고 거기에 맞춰 억지로 자신을 맞춰가면서 그 외에 것들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많은데 바로 여기서 불행이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엔젤리스 박사는 때론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둘 것.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자유’ 등이야말로 수동적 인생이 아닌 능동적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완벽한 계획을 만들지 마라
많은 이들이 특히 여성들의 경우 집에서의 하루일과는 물론이고 직장 내에서도 모든 계획을 완벽하게 세워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 혹은 한 사건에 있어 예외란 항상 속출하게 마련이다. 모든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워놓으면 거기서 조그만 차질이 생겨도 사람들은 좌절하고 당황하게 된다.
‘두려움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What Would You Do If You Had No Fear)의 저자 다이안 콘웨이는 “빈틈없는 계획은 더 좋은 영감을 거부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며 “살면서 사이사이 느끼고 생각되는 계획이 있다면 언제든 궤도를 수정하는 유연성을 갖는 것이 정신건강은 물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조금 더 즐거운 일상을 꿈꾼다면 하루쯤은 점심 식사도 맘에 맞는 직장동료와 예쁜 카페에서 먹어보는 것도 좋다>
■성소영 박사 인터뷰
“정신적 웰빙이 가장 중요”
“삶의 우선순위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 가치가 아닌 마음의 행복에 둬야 하지 않을까요?”
베벌리힐스에서 임상심리학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성소영(사진) 박사는 현대인의 물질만능주의와 눈에 보이는 것들 만에 대한 집착이 불행을 부른다고 강조한다.
“명품 핸드백과 주름제거 성형에 수천달러를 투자하지만 마음의 병은 선뜻 드러내 놓기도 치유하려 들지도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과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거죠.”
클리닉을 찾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연령과 성별도 천차만별이다. 딱 꼬집어 여자가 남자보다 더, 젊은이들이 노인보다 더 라는 통계를 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이들이 다양한 문제를 안고 문을 두드린다.
또 성적만을 강조하는 한인 1세 부모들과 틴에이저들의 갈등 역시 만만치가 않다. 공부 잘 하는 아이=마음도 건강한 아이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한인 부모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성 박사의 지적이다.
“진정한 행복의 열쇠는 결국 내 삶을 혹은 어떤 문제를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데 있다고 봐요. 그리고 건강한 마음의 눈을 갖기 위해선 정신적 웰빙이 가장 중요할 테고요. 얼마나 돈이 있느냐보다는 얼마나 든든한 내적 재산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더 큰 자산이 아닐까요?”
■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한 10가지 팁
① 평소에 즐기지 않던 스포츠나 영화 보기
② 만약 점심 미팅에 익숙한 이라면 과감히 아침식사 미팅으로 바꿔보기
③ 이메일이 아닌 손으로 편지 쓰기
④ 친구가 권하는 평소 안 읽던 장르의 책 읽어보기
⑤ 출근 길 들르는 커피샵 또는 베이글 가게 바꿔보기
⑥ 머리 속에 떠오른 공상을 일기장에 적어보기
⑦ 자녀의 학원 스케줄을 하루 없애고 즐거운 일 해보기
⑧ 사무실 내 점심 대신 밖에 나가 예쁜 야외 카페에서 점심 먹기
⑨ 요일 계획을 뒤섞어 실천하기(만약 꼭 일요일 날 장을 봤다면 화요일 날 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⑩ 내가 사는 동네를 새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기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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