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게 선택하고 그후엔 믿고 맡겨라
두 명의 줄타기 곡예사처럼 서로에게 의존하는 관계, 엄마와 베이비시터이다. 엄마가 없는 사이에도 아기는 먹고, 놀고, 자라야 한다. 엄마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아기를 돌봐줄 유모(nanny)는 아기에게는 엄마의 대리자이자 엄마에게는 내 아기를 돌봐주는 중요한 친구이자 파트타임 가족이다. 이처럼 엄마와 베이비시터는 심리적으로는 평행선상에 있지만 시장원리로 따지면 엄마가 고용주이고 베이비시터는 고용인이다. 엄마와 베이비시터, 서로 좋은 고용주와 고용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좋은 파트타임 가족으로 남으려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좋은 유모 구하는 요령과 그와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엄마가 지켜야 하는 사항들을 알아본다.
‘내 아이에 맞는 조건’ 미리 정해두고
운전·범죄기록 등 백그라운드 꼭 체크
전 고용주에 근무 태도 등도 물어봐야
1. 어떤 유모를 원하는지 먼저 마음에 그림이 그려져 있어야 한다
구인광고를 낼 때 무엇을 강조할 것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운전 필수’ 혹은 ‘애완동물을 사랑해야 함’이거나 아니면 이 둘을 합친 것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 수 있다. 아니면 ‘성숙되고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을 원함’이라고 강조할 수도 있다. 굵은 획을 그어놓으면 지원자를 미리 추리게 되고 인터뷰할 때도 이를 중점으로 하면 사람 골라내기가 용이하다.
2. 참고인 인터뷰를 꼭 한다
전에 고용했던 사람에게 직접 전화해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아이와 재미있게 놀 때 이 베이비시터가 해줬던 3가지 일을 대줄 수 있습니까?” 혹은 “아이에게 훈육이 필요할 때 이 베이비시터는 어떻게 했습니까?”라고 물어보라고 미시간의 스프링 아버대학의 심리학 교수 로렌스 파퍼는 조언하고 있다. 되도록 많은 참고인에게 장거리 전화나 결근 또 아동학대의 문제는 없었는지 확인한다. 이때 전 고용주가 아닌 친구를 참고인 명단에 올려놓는 베이비시터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참고인과 지원자의 바른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고용기간, 돌봤던 아이의 연령 등을 크로스 체크한다.
3. 백그라운드를 체크한다
100달러의 경비를 들이면 범죄기록, 소셜시큐리티 번호 확인, 운전기록 체크 등이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체크할 때는 ‘미 전국 범죄기록 확인’이라는 문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아직 이런 기관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그라운드 체크를 위해서는 지원자의 동의서가 있어야 하며 소셜시큐리티 번호가 필요하다. 기간은 3~4일쯤 걸린다. 내니 알선기관에 따르면 백그라운드 체크 때 7% 정도만이 경범죄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려고 하면 소셜시큐리티 번호가 없어 일단 백그라운드 체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찍 걸러낼 수가 있다.
4. 운전기록을 체크한다
유모가 아기 가족의 차를 운전해야 하는 경우는 필수이다. 운전기록은 본인이 아니면 사본을 떼볼 수 없으므로 지원자에게 DMV에서 운전기록 사본을 떼서 보여 달라고 부탁한다.
5. 자격증을 확인해야 한다
사랑과 인내와 신빙성 등은 클래스 룸에서 얻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비상구급 대책이나 신생아 인공호흡법 등은 클래스에서 배워서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유모 자격이 있고 부모 자격이 있다. 60여달러를 투자하면 인근 YMCA나 YWCA 또는 커뮤니티 센터에서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6.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확인한다
같은 성인이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타입이 있다. 어린이 친화력이 있는 사람이다. 전에 돌봐주던 아이로부터 연말연시 카드를 받은 적이 있거나 감사 노트를 받은 적이 있는지 문의해 본다. 그리고 고용 직전 아이와 함께 몇 시간을 보내게 한다. 우유병을 줘서 먹여보게도 하고 아이에게 유모에게 집안을 안내하도록 유도해 보면서 둘이 잘 지낼 수 있을지 또는 아이에게 친근감을 주는 타입인지 체크해 본다.
7. 직감에 충실한다
인터뷰 때 또 백그라운드 체크 때아무 문제가 없었는데도 왠지 그 사람을 고용하기가 꺼려진다. 그럴 때는 제2의 지원자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 ‘왠지’라는 단어에는 많은 직관이 포함된 통합적인 판단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이다.
8. 조각들을 끼워 맞춘다
첫 번 지원자는 소셜시큐리티 번호가 없고 두 번째 지원자는 참고인이 충분하지 않고, 세 번째 지원자는 매사에 정확하나 부드러운 구석이 전혀 없고 등 지원자마다 단점과 장점이 있다. 이때 모든 조각을 끼워 맞추어서 그래도 원래 구상했던 것과 가장 비슷한 그림이 그려지는 쪽을 낙점한다. 그리고 고용 후에도 계속 수퍼바이징을 해야 한다.
유능한 유모, 이러면 10일 안에 그만둔다
유능한 유모를 고용해도 10일만에 잃어버릴 수 있다. 이유는?
◆자주 늦게 집에 도착한다
더 나쁜 것은 늦는다는 사전 전화도 없이 시시때때로 늦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유는 많다. 직장 일이 바빠서, 오는 도중 마켓에 들를 일이 있어서, 귀가 길에 친구와 차 한 잔 하느라고. 그러나 유모도 사생활이 있고 약속이 있을 수 있으며 돌봐야 하는 가족이 있다. 귀가 시간을 지키되 불가피하게 늦어야 한다면 미리 연락하고 늦은 시간만큼 수당을 지불한다.
◆수퍼 유모를 기대한다
엄마는 아마추어이고 유모는 돈 받고 아기 돌보는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내가 못하는 것까지 유모는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생긴다. 아기를 향해 서로 공동관심을 기울이는 협력자이자 친구이자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적게 지불한다
누가 바겐을 싫어하랴? 그러나 일하는 사람들은 받는 만큼만 일하게 되고 고용주는 주는 만큼만 받게 된다. 동네 유모들보다 적게 지불하면 이 유모는 다른 더 좋은 오퍼가 올 때까지 현직을 임시직으로 혹은 징검다리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동네 유모들의 임금사정에 맞게 지불하도록 한다.
◆이방인 취급한다
냉장고 근처는 얼씬도 못하게 하고 부엌 키친 카운터 탑 위의 과일도 손대지 못하게 한다. 유모를 파트타임 가족으로 여겨줘야,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해 줘야 모든 것이 순조롭다. 정 믿지 못하겠으면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것이 수순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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