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산간지역에 앙숙인 두 부족이 있었다고 한다. 산골짜기 저지대에 사는 부족과 산꼭대기 고지대 부족이었다. 어느 날 고지대 부족이 산 아래 마을을 기습해 약탈을 하고는 어린 아기를 납치해 가버렸다.
저지대 사람들은 앞이 캄캄했다. 깎아지른 듯 가파른 산을 어떻게 올라가야 할지, 적들이 그 깊은 산 중 어디에 사는지 전혀 알지를 못했다. 그렇다고 두손 놓고 있을 수도 없어서 마을에서 가장 용맹스런 전사들을 뽑아 아기를 구해오게 했다.
하지만 평지의 날랜 전사들도 산에서는 맥을 못 췄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다 써봤지만 험한 산비탈을 기어오를 수가 없었다. 마침내 전사들은 포기를 하고 하산준비를 하는데 한 여자가 오고 있었다. 아기의 엄마였다. 그들이 도저히 올라갈 수 없던 그 산을 아기의 엄마는 내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잃어버렸던 아기를 등에 업고 있었다. 전사들은 놀라서 물었다.
“마을에서 제일 힘센 우리도 못한 일을 (당신은) 어떻게 한 겁니까?”
아기의 엄마는 말했다. “당신들 아기가 아니잖아요” - “나는 아기엄마이니까”라는 말이 된다.
“어머니의 사랑으로 불가능은 없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이다. “목숨이 있는 동안은 자식의 몸을 대신하기를 바라고 죽은 뒤에는 자식의 몸을 지키려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불경의 가르침 그대로이다.
만약 산사람들이 아기 대신 노인을 납치해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노인의 아들 혹은 딸도 아기엄마처럼 그 험한 산을 올라 노인을 구출했을까. 가능성은 많이 떨어진다. 자식이 위험에 처하면 초능력이 솟는 모성본능과 부모에 대한 사랑은 차이가 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우리 속담은 말한다. 자식이 아프다면 내 몸이 더 아프고, 자식이 배곯으면 내 배가 더 고픈 내리사랑은 동물적 본능이다. 반면 부모에 대한 효도, 치사랑은 도리이고 교육이다. 가르치고 훈련시켜야 할 사람의 본분인 데 요즘 자녀교육에서는 이 부분이 너무 약하다.
한국에서는 엄마들이 아들의 은퇴연금을 들어준다는 말이 있다. 자식 뒷바라지 극성이 그 수준에 이르렀다는 우스갯소리일 것이다. 딸은 시집가면 걱정을 덜지만 가장이 되어야 할 아들이 생활력이 없으면 애프터서비스가 끝이 없다는 말은 전부터 있었다. 떼돈 들여 사교육 시켜 대학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결혼시키고 집사주고 생활비 모자라면 생활비 보태주는 데 이제는 그도 모자라서 아들의 은퇴 후까지 부모가 챙긴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노년에 꼭 필요한 것은 첫째도 돈, 둘째도 돈, 셋째도 돈이라는 말이 있다. 노인에게 필요한 것은 ‘돈, 화폐, 머니, 수표’라고도 한다. 돈 없으면 자식들에게 푸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평생 퍼준 내리사랑의 반만이라도 자녀들이 부모에게 보답을 한다면 이런 씁쓸한 말들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한 주부가 재미있는 표현을 했다.
“너무 헌신하면 헌신짝이 된데요”
자영업을 하는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남편이 건강이 안 좋아서 혼자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때에 시집 간 딸이 갓난아기를 데리고 집에 왔다. 사위가 몇 달 출장 간 동안 친정에서 지내려고 온 것이다.
엄마가 모든 걸 해주는 데 길이 든 딸은 손 하나 까딱 안하고, 그 주부는 혼자 밥하랴, 청소하랴, 거동 불편한 남편 보살피랴, 손자 돌보랴 매일 파김치가 된다. 딸에게 집안일을 분담시키면 몸이 덜 힘들텐데도 모처럼 친정에 온 딸, 좀 편하게 지내라고 혼자 도맡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고맙다는 소리도 못 들어요. 으레 그러려니 해요”
어머니의 사랑은 모자라서 문제인 경우는 드물다. 항상 너무 넘쳐서 문제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노년에 ‘헌신짝’ 이 되기 십상이고 사회적으로는 자기만 아는 ‘나’ 중심주의자들, 나이 들어서까지 부모에게 기대려드는 무능력자들을 양산하기 십상이다.
옛날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대쪽 같은 원칙이 있었다. “매 끝에 효성난다”며 엄하게 가르쳤다. 어머니날에 어머니들에게 부탁한다. 우리 너무 주기만 하지는 맙시다. 사랑 받을 만한 그릇을 먼저 만들고 딱 적당량만 줍시다. 어머니들은 현명한 이기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junghkwon@koreatimes.com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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