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베드 네식구… 꿈 있으면 가난도 친구”
모두 잠들면 깨어 새벽까지 공부
SAT 문제집도 도서관서 빌려
버스이용 병원·도서관 등서 봉사
버클리 합격 ‘가난극복 드라마’
1만1,00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밀레니엄 장학생으로 선발된 최새롬(18)양의 UC 버클리 입학 성공담은 초기 이민자, 교육경쟁력 낮은 학교, 가난, 여성이란 네 가지 장애를 모두 극복한 한편의 인간승리 드라마다.
새롬양은 낙서로 지저분한 다운타운 초입에 있는 벨몬트 고교에 다닌다. 2006년 API 지수는 520. LA 고교보다 낮은 점수며 가주교육구의 목표치인 800점에는 훨씬 못 미치는 점수다. 전체 재학생 4.045명 중 2,274명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ESL 수업을 듣는다.
벨몬트 고교는 라크레센타, 어바인 등 근교 도시 교육구 학교들만큼 다양한 AP클래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새롬양은 이런 환경에 지배받지 않았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영어, 생물, 정부 등 AP클래스는 모두 수강했고 학교에서 제공하지 않는 과목은 커뮤니티 칼리지 교육을 통해 보충했다.
영어를 빨리 배우기 위해 한인 학생들과는 아예 상종하지 않은 새롬양의 ‘깡다구’는 ‘AP 캘큘러스 BC’ 공부 사례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벨몬트 고교에는 고등 대수반이 없다. 그래서 새롬양은 혼자 책을 펴들고 자습했다. 이를 기특히 여긴 교사가 특별히 개인지도에 나섰다.
새롬양의 대학 진학 카운슬러인 앨레나 로빈슨은 “전교 1, 2등을 다투는 총명한 학생이며, 특히 배우겠다는 자세가 너무 훌륭하다”며 “이번 졸업식 때 따놓은 발레딕토리언”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새롬양의 가정형편은 넉넉하지 못하다. 한인타운 아파트 밀집지역의 원 베드룸 아파트에 네 식구가 함께 살다보니 차분히 앉아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혼자만의 공부방이 없다. 하지만 환경에 굴복할 수는 없는 법. 새롬양은 옆 아파트 사람들과 식구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대를 골라 공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방과후 귀가하는 대로 잠을 청한 뒤 밤 11시30분께 일어나 다음날 새벽까지 밤새 공부했다.
다들 다니는 SAT 학원은 “너무 비싸서” 아예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온종일 자식들을 먹여 살리느라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부모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였다. 50여달러 정도의 구입비용을 아끼려고 SAT 문제집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다.
부모를 생각하는 새롬양의 효심은 유별나다. 대입 준비에 한창이던 지난해에는 미국 방문 중이던 할머니가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졌다. 병상에 누운 할머니가 리빙룸을 차지하는 바람에 온 식구가 좁은 방으로 내몰렸다. 새롬양의 어머니 제니퍼 민씨는 “새롬이가 공부하는데 너무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집을 옮기려고 마음 먹었더니만 오히려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다’며 말리더라”며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공부에만 전념했다”고 대견스러워했다.
새롬양은 자신보다 더 못한 처지에 있는 이웃을 보살피는데도 성실했다. 열린문교회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얼린 주자로 봉사하는 것은 물론 피오피코 도서관에서도 오랫동안 자원봉사자로 활동 중이다. 대학 진학용보다 지역사회 봉사란 진심에서 우러난 방과 후 활동은 새롬양의 인생 좌표를 설정하는 계기도 됐다. ‘암 치료 전문기관’인 세인트 빈센트 종합병원 자원봉사를 하면서 새롬양은 “암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찾아내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잘 지켜지지 않는 운행 일정 때문에 불편하기로 소문난 MTA 버스를 타고 다니며 자원봉사를 한 소득이다.
이런 노력에는 값진 결실이 따랐다. 최고 사립대학 스탠포드와 최고 공립대학 UC버클리에서 입학허가를 따낸 것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이 세운재단의 장학생으로까지 선정된 것이다. 재단은 새롬양의 대학 학부는 물론 대학원 학비까지 지원한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메리 윌리엄스는 “새롬양의 지도력, 봉사정신, 학교 성적 등을 고려해 장학생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암 리서치 의사가 꿈인 새롬양은 “진정으로 원한다면 어떤 목표라도 이룰 수 있다는 각오를 매일 앞으로도 계속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에 따르면 올해 밀레니엄 장학생 선정에는 미 전국에서 1만1,000명이 지원서를 냈고 이들 중 1,000명이 선정됐다.
1만1,00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빌 게이츠 밀레니엄 장학생으로 선정된 최새롬양. 벨몬트 고등학교란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인생의 좌표를 찾고 미국 최고의 공립대학 UC 버클리에 당당히 입학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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