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몇 주째 주말마다 하는 일이 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봄맞이 대청소. 아이들이 모두 대학으로 떠난 3년 전부터 “해야지, 해야지”하며 미루던 일을 이제야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옷장, 벽장들을 정리하며 집안에 그렇게 많은 물건들이 쌓여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깝다고, 추억이 담겨있다고, 혹시 나중에 쓸까 하고 … 구석구석에 쟁여두었던, 있는 줄도 몰랐던 물건들을 끄집어내니 방마다 산더미였다. 기부할 물건들은 굿윌로 실어 나르고, 몇몇 친지가 요긴하게 쓸 물건들은 나눠주고, 그러고도 쓰레기가 집 쓰레기통으로는 감당이 안돼서 인근 아파트의 공동 쓰레기장을 슬쩍슬쩍 이용하곤 했다.
개인적으로 물건을 특별히 많이 사들이는 편은 아니다. 단지 자고나면 신상품이 넘쳐나고 무엇이든 풍성하게 재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현대 우리 보통사람들의 살림살이가 그러한 것이다. 가격표도 떼지 않은 채 처박아 두었던 장난감이며 옷들을 보면서 전 같으면 “이런 돈 낭비가 없구나”하고 반성했겠지만 이번에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저 물건들 만드느라 공장 가동하고, 운송하고, 그 물건 사느라 내가 운전하고 다니며 소모한 에너지, 그 과정에서 방출된 온실개스에 생각이 미쳤다. 미국에서 연간 일인당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21.75톤 - 연간 1.1톤을 방출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에 비해 20배 이상 환경오염이라는 현대판 죄를 짓는데 나도 분명히 한 몫을 한 셈이었다.
환경문제가 대중적 이슈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90년대만 해도 기상학자들이 온실개스며 지구온난화를 들고 나오면 ‘너무 호들갑이다’는 눈총을 받았는데 이제는 문제의식이 보통사람들에게까지 스며들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미디어들도 이 이슈를 점점 자주 다루고 있다. 지난주에는 타임이 ‘지구온난화 생존 가이드’를 커버스토리로 하더니 이번 주에는 뉴스위크가 ‘지구를 구하자’를 커버로 했다.
지구온난화에 어느 정도 심각하게 대처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다. ‘환경 대사’ 알 고어 전 부통령과 많은 기상학자들은 “왈가왈부 할 시간이 없는 다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이들의 주장이 너무 과장돼서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겁을 준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18세기 중반이후의 산업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제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산업혁명 이후 250년 동안 공장에서 뿜어대고 자동차로 뿜어댄 이산화탄소로 대기는 점점 탁해지고 지구온도는 점점 올라간다는 말이다. 기온상승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수치가 65만년 지구역사상 가장 높았던 해는 2005년, 기록적으로 기온이 높았던 12개 해 중 11개 해는 지난 12년 사이에 있었다.
그 결과가 근년 눈에 띄게 심해진 폭염, 홍수, 가뭄, 산불, 강도 높은 허리케인 등 기상 이변이라고 한다. 산하대지를 허물며 인류가 이룩한 발전은 공짜가 아니었다. 시달리다 못한 지구가 고열의 병을 얻었다.
오래 전 이런 지적이 있었다.
“대지는 지금 병이 들었다. 인간이 대지를 잘못 대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많은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큰 자연재해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 그것들은 대지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지구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200여년 전 체로키 부족의 ‘구르는 천둥’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조상대대로 살아온 고향에서 자신들을 내몰면서 그 땅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는 백인들의 ‘개척’을 인디언들은 불안해했다. 오로지 개척이 미덕이던 시대의 백인들에게 “우리는 대지의 일부”라는 인디언들의 믿음은 허무맹랑한 미신이었다.
인디언들의 불안을 우리는 지금 현실로 맞고 있다. 다이어트 하느라 사과 한 알, 빵 한조각 먹을 때마다 칼로리 계산하듯, 의식주 하나하나에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계산해야 할 날이 곧 올 것이다.
온실개스 대책은 정부와 기업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추진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구를 지키는 가장 근본적인 길은 우리 개개인이 바뀌는 것이다. 죄의식 없이 펑펑 소비하던 버릇을 끊어낼 때가 되었다. 덜 사들이고, 덜 쓰고, 그래서 덜 버리면 지구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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