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박태환 선수는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미터 경기에서 마지막 50m에서의 스피드로 2위와 0.82초 차이로 금메달을 따냈다. 17세 밖에 안 된 앳된 모습의 그가 16년간 수영 아성의 그랜트 헤겟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이겨낸 침착한 모습이 자랑스럽다. 0.83초의 시간은 금과 은을 갈라놓고 우리나라 수영의 이벤트를 만들어낸 시간의 마력이다. 또한 1,500미터 장거리 선수인 그가 200미터 단거리에서도 동메달을 따냈다. 그가 지금까지 걸어왔을 각고의 시간들을 생각할 때 숙연해 진다.
어린 시절 시간이 주체스럽게 길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어서 빨리 어른이 되면 주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할 것 같은 철없는 꿈을 꾸던 때도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시간이 다 되었네!, 그런 시간엔 약속하기 힘들어’ 등 우리는 시간이라는 단어를 거의 매일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의식 속에 지나다가 나이가 꼬박꼬박 시간을 덧셈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어느 날 갑자기 늙어 가는 자신과 함께 지나온 시간이 곧 나의 인생임을 알게 된다.
한편 시간이 마치 거저 주어진 양 낭비할 때도 있다. 현대의 생활패턴에서 행복의 기준치는 계속 올라가서 인간 욕망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유행처럼 흐르는 물결을 따라가 보면 향락을 위한 물질 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해 진다. 그렇게 되면 물질을 더 갖기 위해 돈을 더 벌어야하고 시간을 더 소비하게 되니 한정된 시간에 더욱 쫓기며 살게 된다. 더 풍족한 물질적 생활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결국 쫓기는 시간으로 우리의 생활을 더 구속하는 것 같다.
초를 다투며 경쟁하는 세계화 속에서 인간애나 인간성이라는 친숙했던 단어가 우리의 감성에서 퇴색되어 가고 전통과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가족제도는 붕괴되고 핵가족에서 다시 이혼 등으로 개인주의가 더 팽배해지고 있다. 째깍대는 시계 같은 생활에서 정서적 안정이나 삶의 아름다움은 그냥 지나치게 되고 물질과 성공의 신기루를 찾아 헤매다가 척박한 현실에 주저앉게 되면 지나간 시간에 회한이 남는다.
어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자신에 주어진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인류에 영원한 기쁨을 주는 결과를 가져오고 거기에서 삶의 의의와 의미를 찾는다. 그런 사람들을 우리는 경외하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을 자기 의지대로 관리하며 목적을 위해 묵묵히 자신을 희생한 시간의 승리자들이다.
또 일부사람은 인생과 시간을 본인에 맞게 계획을 세워 맞춰진 시간표대로 잘 조화를 이루며 사는 현명한 사람들도 있다. 어떤 분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일생도 취미와 성격과 능력에 따라 인생의 계획을 세워 빈틈없이 충만한 생활을 하게 하는 분도 보았다.
한정된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낸 분들을 보면 옷깃을 여미게 된다. 지난 3월 16일 세상을 떠난 김하태 박사님은 생의 긍정적 실체를 찾으려는 철학적 진리와 모든 가치의 원천이 하나님에 있고 인간은 이성과 영성의 합일의 배양을 추구해야한다는 종교적 믿음으로 인생을 달관하고 긍정적 삶을 보여주신 분이다. 그 분이 대전의 목원 대학원 원장에서 퇴직하신 후 20여 년 동안 매달 만나는 모임에서도 같은 이치로 일관된 메시지와 깊은 의미가 담긴 말씀은 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셨다. 그래서 더욱 시간의 영원성에 대한 인간의 한계가 아쉽기만 하다.
우리는 많은 가능성의 그물로 얽혀진 시간의 오솔길을 지나고 있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유장하게 흐르는 시간은 매번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은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인생은 시간으로 되었다”라고 한 B. 프랭클린의 명구는 나태해지려할 때마다 나를 깨워주곤 한다.
<김인자>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